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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아있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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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위세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22 조회수1,499 추천수10 반대(0) 신고

1994년 여름은 매우 무더웠습니다. 어느 날은 아스팔트 위로 아지랭이가 올라오고, 하늘에서 타는 ’불가마’때문에 땅이 온통 찜질방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저는  마음도 ’시원한’ 상태가 아니었지요.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지하철입구를 올라와 보니, 저만치에, 위에는 점퍼를 입고, 아래는 두꺼운 검은색 타이어 고무같은 것을 입은 분이 바퀴달린 작은 반주기 위에 동전 바구니를 올려 놓고 숨을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그 지하철역 앞에는 가끔 그런 분들이 계셨는데, 그날은 정말 더워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저 사람은 죽은사람이나 다름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다가..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들더니.. ’저사람이 받은 동전은 악한 조직에서 가로챌텐데.. 돈을 줘도 소용없을것 같다..’등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그사람이 가까워지다가 문득, ’목이 마를테니 물을 주자’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자취생활을 하던 저는, 학교갈 때 전날 밤 보리차를 500ml 생수통에 얼렸다가 다음날 책가방(작은배낭)에 넣어 학교에 가곤 했습니다. 그날도 얼음이 1/3가량 남은채, 시원한 물로 ’리필’해놓은 먹기 좋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제 발걸음이 동전가방에 가까워졌을 때, 물을 그 아저씨한테 주었습니다. 그리고 "드세요"라고만 하고 계속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다가가기까지 답답하던 마음이 그사람을 지나치면서 말끔하게 풀렸습니다. 아주 좋은.. ’마약이 이런건가?’하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유레카!’

 

오늘 복음처럼 그 때 그사람도 하느님앞에 있는 ’살아있던 사람’이었나 봅니다.

 

오늘(2003.11.22)은 올해 들어 가장 춥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날 혹시 그런분을 다시 만나면.. 따뜻한 유리병 두유라도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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