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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그리스도 왕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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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22 조회수1,804 추천수16 반대(0) 신고

◎ 2003년 11월 23일 (일) - 그리스도 왕 대축일

▣ 성서주간

 

[오늘의 복음]  요한 18,33b-37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33) 빌라도는 다시 관저 안으로 들어가서 예수를 불러 놓고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하고 물었다. 34) 예수께서는 "그것은 네 말이냐? 아니면 나에 관해서 다른 사람이 들려준 말을 듣고 하는 말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35) 빌라도는 "내가 유다인인 줄로 아느냐? 너를 내게 넘겨준 자들은 너희 동족과 대사제들인데 도대체 너는 무슨 일을 했느냐?" 하고 물었다. 36)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내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다." 37) "아무튼 네가 왕이냐?" 하고 빌라도가 묻자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듣는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그리스도 왕국의 헌법

 

  1925년 교황 비오 11세는 교회 전례력상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을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제정하여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구세주로서 전 인류에 대하여 제왕의 대권(大權)을 지니고 계심을 장엄하게 선포하였다. 전세계 가톨릭교회는 일년을 마감하는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그리스도는 모든 이의 왕이시며, 왕 중의 왕이심을 다시 한번 크게 외치고 그 분께 대한 우리의 신앙과 충성을 다짐한다.

 

  인류의 역사는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무수한 왕들과 통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성들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함으로써 위대한 왕과 통치자로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권력으로 백성들을 억누르고 착취와 비리와 부정을 통하여 치부를 일삼아 폭군이나 독재자로 남아있는 자들도 수없이 많다. 훌륭했던 자들이나 폭군이나 독재자나 모두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한 민족과 한 나라에 국한된 시대적 인물이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우리의 영원한 왕이며 통치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왕으로 모시고 경배하는 그리스도는 그들과 다르다. 그 분은 죽음까지도 이기시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하느님의 아들로서 만왕의 왕이시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포함한 영원히 세상을 지배하시고 다스리실 알파와 오메가의 왕이신 것이다. 그리스도 왕국의 통치는 권력을 통한 착취와 억압, 부정, 비리, 치부가 아닌 사랑과 진리를 통한 봉사이다. 무엇보다 사랑과 봉사는 그리스도 왕국의 헌법이다.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왕을 마치 권력과 지배의 상표처럼 생각하고 "당신이 왕이요?" 하고 묻는 빌라도의 심문에 예수께서는 자신이 왕이심을 거부하시지는 않지만 권력과 폭력을 상표로 하는 그런 세속의 왕이시기는 거부하셨다. 그리스도는 사랑과 진리 그리고 봉사의 왕이다. 그리스도는 이미 인간과 세상에 대한 사랑과 희생을 통하여 자신의 왕국을 이 땅에 세우셨고 마지막 날 진정한 왕으로 오실 때, 이 왕국을 완성하실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 왕국의 시민권을 받았다. 세상의 마지막 날에 완성될 그리스도 왕국의 백성으로 살기 위해서는 오늘 그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스도 왕국의 헌법인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각자 몸에 베이도록 실천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 성서 주간에 즈음하여 *

 

  한국 천주교는 1985년부터 연중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고, 성서 읽기 및 성서필사 운동과 함께 성서 보급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제법 오래 전에 가톨릭신문사가 행한 조사에서 신자 8명당 1권의 성서를 소지하고 있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그나마도 전혀 읽혀지지 않고 있다는 실정이며, 여성과 노년층이 더 자주 읽는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아예 성서가 "재미없는 책"이라고들 한다니 정말 충격적이다. 성서는 재미로 대하는 책이 아니다. 성서를 그냥 두면 책이요, 한낱 책 속의 글에 지나지 않지만, 읽으면 그것은 말씀이요, 하느님의 말씀이 된다. 그리스도 왕국의 헌법이 사랑과 봉사의 정신이라면, 그 왕국의 시민권을 받은 우리에게 헌법이 담겨 있는 성서는 피해갈 수 없는 지침서요 교과서이다. 성서를 모르면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인데, 어떻게 그리스도의 왕국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한해의 뜻깊은 마무리를 기원합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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