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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신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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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2 조회수1,249 추천수21 반대(0) 신고
 

3월 23일 성주간 수요일-마태오 26장 14-25절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배신의 세월>

예수님께서는 비통하고 애끓는 심정으로 사랑하는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단언하십니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

제자들은 깜짝 놀라며 의혹이 가득 담긴 눈초리로 서로를 쳐다봅니다. 그리고 속으로 말합니다. “누구야? 어떤 녀석이야?”

“감히 스승님을 배반하다니! 말도 안되!” 하면서도 혹시라도 자신이 그런 운명에 처할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하면서 다들 이렇게 예수님을 향해 외칩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이미 오래 전부터 제자직을 떠나있었던 유다, 그래서 말로만, 몸으로만 제자였지 실제로 제자가 아니었던 유다 역시 시치미를 뚝 떼고서, 그러나 차마 선하디 선한 주님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보지 못한 채, 잔뜩 주눅이 든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속이고, 끝까지 딴 길을 걸어가는 유다의 인생이 너무도 불쌍했던 예수님은 한없이 슬픈 눈동자로, 다시 한번 돌아왔으면 하는 간절한 눈동자로 유다를 바라보십니다.

그러나 유다는 끝까지 주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똑같이 예수님을 배반한 베드로가 있었습니다. 그 역시 예수님의 십자가를 거부함으로써, 또한 결정적으로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선언함으로써 철저하게도 예수님을 배반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다행스럽게도 배신의 마지막 순간, 그 애절한 예수님의 시선에 자신의 시선을 맞춥니다.

예수님은 대사제의 집에서 기둥에 묶여 채찍질을 당하는 그 와중에도 베드로를 바라보십니다.

그 예수님의 시선은 원망의 시선도, 질책의 시선도, 미움의 시선도, 증오의 시선도 아니었습니다. 째려보는 시선도, 윽박지르는 시선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주님께서 몸을 돌려 베드로를 똑 바로 바라보셨다.” (22장 61절)

그제서야 베드로는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주님의 말씀이 떠올라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습니다.

예수님은 배반자 베드로를 ‘똑바로’ 바라보십니다.

그 예수님의 시선은 다시 일어서라는 격려의 시선, 다시 한번 무너져버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화해의 시선, 괜찮다, 힘을 내거라는 위로의 시선이었습니다.

죽음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배반자인 자신을 용서하시고 격려하시는 주님의 시선에 베드로는 통곡 속에 쓰러집니다. 그 눈길이 없었더라면 베드로 역시 유다처럼 자살의 길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죽음의 길을 걸어 가시면서도 우리를 안쓰러운 눈초리로, 사랑의 눈초리로, 자비의 눈초리로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시선을 다시 한번 응시하는 일입니다.

연민과 측은지심으로 가득 찬 바로 그 예수님을 매일 우리 눈앞에 뵙듯이 살 일입니다. 그것이 끝도 없는 배신의 길로부터 헤어날 수 있는 길입니다.

우리도 살다보면 유다와 베드로가 체험했던 그 배신의 세월을 체험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시고, 지속적으로 당신 자비의 시선을 우리에게 보내십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랑지극한 주님의 시선, 이제 그만 방황하고 당신께로 돌아왔으면 하는 그 간절한 주님의 눈망울에 우리의 시선을 맞추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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