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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총 피정<15> 참된 보화 - 강길웅 요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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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11 조회수1,297 추천수21 반대(0) 신고



 

참된 보화

 

   성경에도 나옵니다.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셨다. (1코린 2.9)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하느님께서는 누군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에게 아무도 모르게 큰 보화를 담아 주셨는데, 그보화의 포장지가 십자가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자기만 보기를 원합니다. 그게 사랑입니다. 갑돌이와 갑순이가 서로 사랑한다면 갑순이는 갑돌이만 바라봐야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도 당신만 쳐다보기를 원하시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럼,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어떤 여자가 돈 있고 얼굴 예쁜데 그 여자가 정말 하느님만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안 됩니다.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돈만 있으면, 죄송하지만 하느님보다도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느님은 그걸 아시고 정신이 안 좋은 아들을 그 여인에게 맡기시면서 "너는 이 아이를 안고 나만 쳐다 보거라." 하신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자매가 비로소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자, 그때까지 짐스럽고 힘들게 여겼던 아들이 이제는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로 보이고,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로 보이는 것입니다. 눈이 달라진 것입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은혜를 제대로 받으면 누가 때려도 아프지 않고 누가 찔러도 섭섭하지 않습니다. 받은 은혜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자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젠 아들 때문에 상처받지 않습니다. 두렵지도 않으며 부끄럽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다시 성당에 갑니다.


   아이는 또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면서 전과 같이 소란을 피웁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화를 내며 "아니, 한동안 안 보이더니 왜 또 데려왔는가?" 하며 뒤를 돌아다볼 때 그 자매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 모두와 눈을 맞추고는 손을 합장하며 예쁘게 인사를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죠? '제 아들입니다. 사랑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라는 뜻입니다.


  그때 사람들이 자매의 겸손한 모습과 고운 미소를 보고는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성을 냈던 자기들의 얼굴이 너무 부끄러운 것입니다. 그러자 화를 냈던 사람들도 미소를 지으며 아이 엄마에게 예쁘게 인사를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죠?'저희들이 믿는다고 하면서도 사랑이 부족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뜻입니다. 순간 사람들에게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제는 아이가 귀찮지 않고 성가시지 않습니다. 아이가 오면 서로 "왔어" 하며 안아 주고 도와주게 됩니다. 이때 사람들이 또 뒤를 돌아다보며 감탄합니다.


   "세상에 저렇게 훌륭한 어머니가 있는가?"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자 미사에 대한 은혜도 달라 지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미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가 방해물이고 귀찮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 때문에 미사가 더 거룩하게 되고, 아이 때문에 미사가 더 소중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 뿐만도 아닙니다. 자기들이 짊어진 십자가가 갑자기 가볍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나도 저 여자처럼 살아야겠다.' 면서 사람들의 많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습니다. 여기서 자매가 사람들에게 무엇으로 감동을 주었느냐? 바로 십자가였던 아들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갑동을 줄 수 잇는 능력이나 재주가 부족합니다. 그러나 내가 짊어진 십자가는 세상에 감동을 줍니다. 거추장스럽고 귀찮은 십자가가 세상에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십자가를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게 이렇습니다. 내가 내 십자가를 원수처럼 여겨 화를 내며 불평하게 되면, 세상이 나를 무시합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벌받은 사람, 죄 많은 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내가 내 십자가를 은혜로 짊어지면 세상이 모두 나를 존경합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복 받은 삶,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가 됩니다.


   민수기 21장에 보면, 모세가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진군하는데, 사해 남부에 있는 에돔 지방에 와서는 그쪽을 통과했다가는 맞아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이끌고 뒤로 한참을 후퇴하는데, 그때사람들이 모세에게 대듭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이제는 앞으로도 못 가고 뒤로 가니 화가 났던 것입니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그러자 주님께서는 불 뱀을 보내시어 불평하는 사람들을 다 물려 죽게 하십니다. 이때 겁이 난 백성들이 다시 모세에게 와서 사정을 합니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때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모세가 구리로 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았더니 뱀에게 물린 사람들이 그 뱀을 쳐다보고는 생명을 건지게 됩니다.


   그럼, 잘 들어 보세요. 불 뱀이 사람을 물어 죽이기도 하고, 또 죽어 가던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똑같은 뱀인데 어떤 사람은 죽이고 어떤 사람은 살립니다. 그럼 이 뱀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바로 십자가를 의미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멸망한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1코린 1.18)


   이를 좀 넓게 풀이하면, 벌 받을 사람은 무엇 때문에 벌 받느냐? 십자가 때문에 벌 받습니다. 십자가에 있는 하느님의 힘을 얻지 못해서 벌 받아 불행합니다. 


   그러나 복 받을 사람은 거꾸로 십자가 때문에 복 받습니다. 십자가에 있는 하느님의 힘을 얻어 세상에 감동을 주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그런 사람은, 사람이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가 오히려 사람을 짊어집니다. 그래서 세상이 가볍습니다.


   제가 모 본당에 있을 땝니다.

   어떤 할머니가 굉장히 열심 하면서도 기쁨이 없는 것을 보고는 수녀님께 물어보았습니다. 아무개 할머니는 열심 하기는 한데 기쁨이 전혀 없다고 하자 원장 수녀님이 "그 집 영감 때문입니다. 시집와서 이날 이때까지 영감님 술주정으로 고생이 많으니 신부님이 언제 만나서 위로 좀 해 주십시오." 하 는 것입니다.


   그러나 할머니를 조용히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성체조배 실에서 기도하고 계시는 할머니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시간이 없던 저는 할머니와 잠깐 눈만 맞추고는 손을 잡으며, 단도직입으로 "할머니, 이제는 할아버지 미워하지 마세요.“ 하고 말하자 할머니가 화난 얼굴로 눈을 흘기더니 그랬습니다.


   "신부님이 안살아 봐서 그래요. 한번 살아 보세요." 물론 제가 안살아 봐서 모르지만, 그러나 할머니의 인생이 너무 아깝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할머니가 믿는 하느님이 너무 좋고, 내가 믿는 예수님이 너무 좋아서, 기쁘게 사셔야 한다고 하자 할머니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했습니다. 강아지보고 왜 자꾸 짖느냐고 나무랄 수 없습니다." 이놈 자식 어제도 짖더니 오늘도 짖고, 왜 밥만 먹으면 짖느냐?" 이거 꾸짖을 수 없습니다. 왜 짖느냐? 강아지니까 짖습니다.


   또 기침하는 사람보고 왜 자꾸 기침하느냐고 나무랄 수 없습니다. "아까도 기침하더니 지금도 기침하고, 시끄러워서 강론을 못하겠네. 기침 좀 그만 하세요!" 하고 나무랄 수 없습니다. 왜 기침하느냐? 감기 들었으니까  기침합니다. 그러니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따뜻한 물이라도 한 잔 주면서 도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영감들은 술 드시고 술주정을 안 하는데 왜 영감님은 술만 드시면 주정을 하는가? 이런 분은 환잡니다. 환자로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당신 어머니 배 속에서 상처를 받았다든지 아니면 성장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치유가 안 되면, 계속 상처를 뿌리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런 분 한 테는 불평할 것이 아니라 도와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신부나 수녀들도 어렸을 때의 상처가 치유 되지 않았을 때 기어이 신자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저는 그런 수녀님, 신부님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면 본인도 불행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피곤합니다. 한 사람이 받은 상처가 여러 사람에게 아픔을 줍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기도를 가르쳐 줬습니다. 할아버지가 다시 주정을 하시면 "하느님, 우리 영감 상처받은 것 있으면 치유해 주십시오. 또 우리 여감 용서받지 못한 죄가 있으면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용서를 받지 못해도 상처를 뿌립니다. 아무리 고행성사를 봐도 마찬가집니다.


   제가 안수하면서 기도를 해 드리자 할머니가 가만히 게셨습니다. 나중에 할머니께서 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입니다. 본당에서 성지 순례를 단체로 가는데 제가 탄 차에 그 할머니도 함께 탄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그때 인원수 확인하면서 그 할머니 옆을 지날 때 장난으로 할머니 옆구리를 살짝 찔렀더니 너무 시원하게 웃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 팔목을 잡더니 당신 옆에  잠깐 앉으라시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을 얘기 하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이제는 할머니도 좋아지고 영감님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나중에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 영감 이제 술 그렇게 안 드십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면, 진짜 감동받고, 진짜 은혜 받으면 누가 때려도 아프지 않고 누가 찔러도 섭섭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이젠 상대방도 더 이상 나를 때리지도 않고 나를 찌르지도 않습니다. 묘한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우리가 십자가를 짊어지면 십자가가 오히려 우리를 짊어져 준다는 것입니다. 십자가가 나를 짊어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인생이 무척 가볍습니다. 살맛나고 신바람이 납니다. 이제 부활이고 이게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모든 십자가에는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십자가에는 세상을 감동시키는 보화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참된 보화를 얻으려면, 첫째로 십자가를 잘 짊어져야 합니다.

 

              ♣ 은총 피정 中에서 / 소록도 성당 강길웅 요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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