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체성사] 성체 훼손 사건 계기로 본 성체 모독 행위의 중대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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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 작성일2012-08-26 | |||
성체 훼손 사건 계기로 본 성체 모독 행위의 중대성
신앙에 대한 도전 ‘성체 훼손’ … 사랑 · 공경 표해야
성체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다.
지난 8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현장에서 성체가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성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성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체가 지니는 의미를 되새기고 성체 모독 행위가 어떠한 중대성을 지니는지 돌아본다.
성체 · 성체성사의 의미
■ 성체의 의미
성체(Eucharist)는 빵과 포도주라는 외적인 형상 속에 실재로, 본질적으로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다. 성체는 사람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시어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하겠다고 하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에서 비롯된 실재적인 현존이다.
성체는 미사 중에 하느님께 봉헌된 빵과 포도주가 축성 기도와 성찬 제정 말씀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로 변화되는 성변화(聖變化)를 통해 드러난다.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는 성체 안에 그리스도가 ‘참되고 실제적이고 실체적’으로 담겨 있으므로 그리스도 전체가 담겨 계신다며 성체가 지닌 의미를 밝혔다. 이처럼 예수의 몸이 현존하는 성체는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체험하게 하고 성부께로 이르게 한다. 나아가 성찬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이 계속됨으로써 모든 인류는 구원에 이르게 된다.
가톨릭교회는 거룩한 성체 안에 교회의 영적 전 재산이 내포되어 있으며(‘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제5항), 성체로 말미암아 교회가 생명을 계속 유지하고 성장하는 것(‘교회헌장’ 제26항)이라고 가르친다. 또한 교회 생명의 중심이자 뿌리로서 하느님 은총의 선물인 성체를 깊이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까닭에 가톨릭 신앙인에게 있어 성체에 대한 신심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성체에 대한 신심이 없으면 모든 신앙생활이 무의미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성체성사의 의미
성사는 피조물인 인간이 거룩하신 창조주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은총이다. 칠성사 중 다른 여섯 가지 성사는 신앙인으로 하여금 활동하고 은총을 주시는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는 예식이지만 성체성사는 그리스도 자신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사건을 기념하는 성사인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로 완성된 구원 사업을 기념하고 이를 현재화하는 성사”다.
그리스도인의 영적 만찬인 성체성사는 인류 구원의 재현인 미사예절의 핵심이므로 신앙생활의 정점이다. 성체성사를 ‘교회 생활의 원천이며 정점’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여러 성사들이 성찬례 곧 성체성사와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성찬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성체성사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며 또 다른 그리스도인과 사랑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성체성사는 사랑을 확산시키는 진원지가 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성체성사가 “형제적 친교의 만찬이며 천상 잔치를 미리 맛보는 선취”(‘사목헌장’ 38항)라며 ‘성사적 친교’를 강조한다.
교회 역사에서 성체성사는 교회 쇄신과 성화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교회와 성체’(Ecclesia de Eucharistia)에서 “교회는 성체성사에서 그 생명을 이끌어냅니다”라는 말로 성체성사가 지니는 의미를 강조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한 생명의 빵을 모시며 성장해 나간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교황은 성찬례에서 “희생제사의 의미를 없애 버리고 단순히 형제애의 잔치로 거행”(10항)하는 것은 성체성사의 신비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임을 밝힌다. 따라서 신자들은 성체성사를 단지 영적이거나 상징적인 의미로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희생제사로서의 성격은 성체 안에 독특한 형식으로 이뤄지는 그리스도의 현존, ‘실체 변화’와 직결된다. “빵과 포도주의 축성은 빵의 전 실체를 우리 주 그리스도의 몸의 실체로, 포도주의 전 실체를 그분의 피의 실체로 변화시킨다”(트리엔트공의회 제13회기,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에 관한 교리’, 1642).
그러므로 신자들이 미사 때 사제가 거행하는 성체성사를 통해 이뤄지는 ‘실체 변화’를 단지 상징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1347∼1380)는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대화」 서문에서 “영성체 때 영혼이 하느님과 친밀하게 일치되고, 그분의 진리를 깊이 파악했기 때문에 물고기가 바닷물 속에 있고 바닷물이 물고기 속에 있는 것처럼 내 영혼은 하느님 안에 있고 하느님은 내 영혼 안에 있었다”며 성체성사에서 오는 은총을 찬미했다.
-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의 모습.
성체성사의 기원과 역사
■ 구약의 제사
구약성경에서 제사는 인간이 하느님께 제물을 봉헌하며 흠숭을 드리는 경신례다. 구약에서 가장 중요한 파스카 축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자신들을 해방시켜주신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기념하던 장이었다. 하느님 백성들은 과거에 체험한 고통과 슬픔과 억압을 기억하고 현재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미래의 바람과 소망을 기원하며 하느님께 제사를 드렸다.
■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오천 명을 먹이는 기적을 행하신 다음 당신을 찾아 나선 군중들에게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고 당부하셨다. 이어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요한 6,33)이라고 말씀하시며 당신 자신이 바로 ‘생명의 빵’(요한 6,35)이라 선언하셨다.
■ 성체성사 제정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누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고 하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들고 감사기도를 드리신 다음 떼어 나눠 주시며 당신의 ‘몸과 피’라고 말씀하시고,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고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영원한 생명의 음식으로 나눠 주심으로써 직접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하느님 나라의 영광에 참여하게 하셨다. 이를 통해 성체성사는 인류 구원사업과 연결된 구원의 성사이자 사랑의 성사가 된다.
성체성사는 구약의 전통을 빌려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에게 베푸신 신약의 파스카이다. 구약의 파스카는 어린 양의 피로 제사를 지내고 양고기를 나눠 먹는 현세적·상징적 구원 축제였지만 신약의 파스카인 성체성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새로운 사랑의 계약이며, 죄와 죽음에서 영원히 해방시키는 실질적 제사다.
■ 성체성사를 둘러싼 역사
역사적으로 볼 때 성체를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성찬례에서 변화한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와 완전히 동일한가 하는 것과 성변화를 한 빵과 포도주가 물질로서의 본질을 잃는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다.
9세기 코르비의 베네딕도회 수도원장인 파스카시우스 라드베르투스(Paschasius Radbertus)는 형질의 완전한 변화를 전제로 같은 수도회의 라트람누스(Ratramnus)와 논쟁을 벌여, 후에 가톨릭교회의 교의가 되는 ‘실체 변화’의 선구자가 됐다.
11세기 스콜라학자 출신의 베렌가리우스(Berengarius, 1010∼1088)는 성체 안에 예수가 실존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상징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었으며, 이후에도 이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이들이 성체성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문들은 중세로 넘어오면서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고 특히 종교개혁파에 의해 강하게 제기됐다. 루터는 실체 변화 교리를 성서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교회의 신앙 교리로 선언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그리스도의 인격적인 현존을 강조했다. 칼뱅은 성령을 통한 그리스도의 힘의 현존, 츠빙글리는 더 나아가 성체성사 안에서의 현존을 순전히 정신적·심리학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논란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트리엔트공의회에 와서 11개의 교리로 정립됐다. 트리엔트공의회는 ▲ 성체 안에서의 그리스도는 단지 상징 내지는 비유, 효력면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재적(實在的)으로 존재하며 ▲ 모든 그리스도 신자는 1년에 적어도 부활절에는 성체를 영해야 하며 ▲ 대죄 중에 있는 이는 성체를 영하기 전에 반드시 고해성사를 보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리를 발표했다. 이는 신앙고백으로 정리돼 교황 비오 4세에 의해 발표됐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성체 모독
성체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기 때문에 가톨릭교회는 성체와 관련해 엄격하다고 할 정도로 세부적인 규정을 두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성체 등에 대한 신성 모독행위는 가톨릭 신앙의 가장 성스러운 것에 대한 도전 행위로 보고 성체를 의도적으로 모독하는 이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교회법 제1367조는 ‘성체를 내던지거나 독성의 목적으로 뺏어가거나 보관하는 자는 사도좌에 유보된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 성직자는 그 외에도 처벌될 수 있고, 성직자 신분에서의 제명 처분도 제외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성체를 내던지는 것’(라틴어로 ‘abicere’)은 단지 던지는 물리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성체를 경멸하거나 모욕하거나 훼손하는 등 넓은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또 불순하고 미신적인 목적으로 성체를 소지하거나, 성체를 직접 만지지 않더라도 고의적인 모독 행위의 대상으로 삼았을 경우 중대한 죄로 간주되어 ‘사도좌에 유보된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낙태·교황의 생명에 대한 침해·성청 권위 없이 불법적으로 주교를 서품하는 행위·성체의 모독·사제의 고백 비밀 서약 파기 및 사제 자신이 공범으로 가담돼 있는 죄를 사면하는 경우 등 교회법에서 자동 파문에 처해지는 6가지 범죄 행위에 성체에 대한 모독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가 성체를 둘러싼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성체 보존에 관한 교회 문헌인 교황청 경신성사성 훈령 ‘구원의 성사’(Redemptionis Sacramentum, 2004. 3. 25.)는 “신성 모독의 목적으로, 축성된 성체와 성혈을 치우거나 보유하는 행위, 또는 그것을 버리는 행위도 사도좌에 사면이 유보된 ‘중대한 범죄’(graviora delicta)임을 명심해야 한다(132항 참조)”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해석에 따르면, 성체를 경멸하거나 모욕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성체성혈에 대한 심각한 모독죄이자 가톨릭 신앙의 가장 성스러운 것에 대한 도전 행위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가 성체 안에 현존하고 계심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성체에 대한 사랑과 공경을 표해야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 의미가 약해지거나 손상당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가톨릭신문, 2012년 8월 26일, 서상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