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준성사] 쓰레기 속에 버려진 성모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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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 작성일2004-10-30 | |||
쓰레기 속에 버려진 성모님
어느 날 마리아 씨는, 쓰레기 수거함에 있는 검은 비닐 봉지에서 비죽 튀어나온 어떤 물체를 보았습니다. 눈에 익은 물건이라 비닐 봉지를 열어 보니 석고로 만든 낡은 성모상이었습니다. 그냥 두고 가자니 찜찜하고, 그렇다고 쓰레기더미 속에 들어 있던, 연고도 모르는 성모상을 가져가자니 그것도 내키지 않고 하여 마리아 씨는 눈 딱 감고 그냥 발길을 돌리긴 하였지만, 쓰레기더미에 묻혀 계신 성모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계속 편치 않은 마음이라 합니다.
준성사로서의 성물(聖物)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전달해 주는 것을 성사(聖事)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성사는 일곱 개밖에 없어서 신자들이 이러한 은총의 기회를 자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신자들의 신앙 생활에 도움이 될 은총의 매개체들을 원하게 되었고 이로써 교회는 성사를 모방하여 그러한 매개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매개체들을 우리는 준성사(準聖事)라 합니다.
이 준성사의 종류는 대단히 다양하며, 시대와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준성사의 종류
준성사에는 크게 행위와 물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집이나 자동차 및 사람을 축성하거나 강복하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준성사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그 축성된 물건이나 사람 그 자체가 은총을 전달하는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니고 축성 행위를 통해서 하느님의 은총이 그 대상에 내리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성모상, 성인상, 십자가, 성수, 메달에 대해 강복하면, 이것들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전달해 주는 도구로 준성사가 됩니다.
준성사의 효과와 역할
성사가 마술이 아니듯 준성사 역시 마술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십자가 자체가 은총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십자가를 통해 우리 마음이 하느님께로 향할 때 은총은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이렇게 준성사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즉 그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거기에 나름대로 동참하게 하며, 바로 이렇게 될 때 준성사는 우리에게 은총을 전달해 주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릇된 준성사 관행
준성사의 이러한 기능을 무시한 채 일부 신자들은 준성사를 하나의 부적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 실내 거울에 달려 있는 묵주, 기도와는 상관없이 장식용으로 방 구석에 놓여진 성모상과 성화들,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변질된 묵주 반지와 십자가 목걸이 …. 마치 이러한 것들을 지니고 있음으로써 하느님의 보호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파손된 준성사(성물)의 처리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가 더러워지면 깨끗한 곳에서 태워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태극기가 더러워지면 우리나라에 대한 상징성이 다하기에 태우도록 하는 것입니다. 준성사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준성사가 된 물건(성물)은 그 자체가 거룩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파스카 신비를 전하는 도구요 또한 은총을 전달하는 도구인 까닭에 거룩한 것입니다. 따라서 파손되거나 더러워진 성물은 그 기능을 다한 것으로 보고 깨끗한 곳에서 태우거나 또는 형체를 알 수 없도록 부수어 땅에 묻거나 버리면 됩니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비록 더 이상 준성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 의해 함부로 다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예상 외로 많은 준성사(성물)가 많습니다. 이 준성사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지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김인영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