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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준성사] 성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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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04-10-30

성수(聖水 [라] Aqua benedicta [영] Holy water)란?

 

 

물은 생태학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물질의 구성 요소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물이 지닌 이러한 중요성으로 인해 거의 모든 종교에서 물은 독특한 상징과 의미를 지닌다. 그리스도교의 뿌리라 할 수 있을 유다이즘에서도 물은 종교적으로 정화의 힘을 발휘하는 대단히 중요한 상징을 지녔으며 이는 민수기 19장에서 잘 드러나 있다. 이러한 전통이 그리스도교에 그대로 계승되었다. 물로 죄를 씻고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세례 예식을 통해 이제 물은 결정적인 새로남의 표징이 되는 것이다.

 

세례 때 사용되던 물은 세례 후에 전례 안에서 축복의 도구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성수라고 한다. 성수는 물이 지닌 신학적, 성서적인 의미를 그대로 반영하면서 전례 안에서 사용되고 있다. 성서 안에서 물은 다양하게 그 의미를 드러내지만 다음의 3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로 물은 모든 생명의 기원이 된다. 천지창조 때부터 처음으로 창조되었던 물은 모든 생물의 다산과 풍요에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둘째, 동시에 물은 또한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노아의 홍수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육상 동물에게 물의 범람은 치명적이다. 마지막으로 물은 정화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더럽혀진 몸과 의복, 도구 등을 물로써 닦아내는 이러한 정화의 의미가 종교적으로 죄를 씻어내는 영혼의 정화라는 의미로 심화되었다. 이러한 생명수로서의 물(시편104,10; 집회24,25-27; 에제47,1-12; 마르9,41)과 죽음과 단죄로서의 물(창세기7장; 시편124장), 그리고 정화수로서의 물(시편51장; 에제36,25-27; 마르7,2-4; 요한13,1-15)이 모두 전례 안에서 사용되는 성수 안에 그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하겠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생명을 얻게 되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할 것이며, 그리스도를 통해 죄를 씻게 된다는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이 모두 물을 통한 세례성사 안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러한 의미가 성수를 통해 확장되어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것이다.

 

성수는 세례수와는 구별된다. 성서상의 요한의 세례에서와 같은 형태의 그리스도교 세례는 이미 디다케(90-100년경)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세례수 축복기도문도 이미 아프리카 교부 치쁘리아노(+258)가 증언하고 있다. 이에 비해서 성수의 사용은 2세기경의 베드로 행전이라는 위경을 통해 확인된다. 또한 세라피온의 기도서(Euchologion : 3-4세기)에서는 기름과 함께 병자들을 위해 사용되었음이 확인된다. 그리스도교에서 처음으로 세례수와 구별된 성수를 사용하게 된 것은 로마의 이교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로마에서는 통상 거주지를 축복하는데 물을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초대 그리스도교에서도 처음에는 거주지 축복을 위해 성수를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성수의 사용이 확장되었는데 서기 538년에 이르러 교황 비질리오가 새로운 성당을 축복하는데 성수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리고 성토요일날 집과 들판에 성수를 뿌렸다는 기록이 7세기경의 로마예식7항(Ordo VII in Les Ordines Romani)에 남아 있기도 하다. 이후 서방에서는 성수의 사용이 모든 사물과 사람의 축복 뿐 아니라 구마(Exorcismus)를 위한 예식에서도 사용되게 된다.

 

세례수는 통상 세례성사 전에 또는 부활성야 예식 중에 축복되어 새 입교자들을 위한 세례용으로 쓰이는 반면 성수는 미사 때 또는 미사 밖에서 축복되어 전례의 여러 부분에서 사용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세례수는 1614년 로마예식서(Rituale Romanum)에서 지시하는 대로 소금을 넣어 축복하였다. 이 옛 축복예식은 이미 7세기경의 젤라시오 성사집(Sacramentarium Gelasianum)과 그후 그레고리안 성사집(Sacramentarium Gregoriana)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아주 오래된 교회의 전통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새 예식서는 미사경본의 부록에서 <성수축복과 성수예절>을 할 때 성수를 축복할 수 있는 전통양식과 미사 밖에서는 행하는 새로운 예식인 축복예식서 33장 <미사 밖에서의 성수축복예식>을 소개하고 있다. 현행 예식서는 소금의 사용을 선택적으로 하고 있으며 물이 부패되지 않는다면 소금을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는 소금의 의미보다는 물의 성사적 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밖에 특별한 성수로 그레고리안 성수(Aqua Gregoriana)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물과 포도주, 재, 소금을 섞어 만든 것으로 성당 축성 시에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전통적으로 성수예절(Ordo Aspersionis Aquae Benedictae)이라고 부르는 전례는 교황 레오4세(+885)의 명령으로 서방교회에서 매 주일 미사 때 성수를 뿌리는 예절을 지칭하는데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는데 그 뜻이 있다. 오늘날은 미사경본의 부록에 나와 있으며 주일에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전례 안에서 성수는 물건(축복예식서 참조)과 사람의 축복(병자성사, 장례식, 성세서원갱신예식 등) 뿐만 아니라 성당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가정 방문 때도 사용하며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는 주요 수단이라 하겠다.

 

참고문헌 ▷ F. Cabrol, Eau. Usage de l'eau dans la Liturgie: Eau benite in DACL IV-2권 cc.1680-1690 / C.Vagaggini, Il senso teologico della liturgia, Roma:Edizione paoline, 1965 / J.Aldazabal, Simboli e gesti, Significato antrpologico, biblico e liturgico, Torino: Editrice Elle Di Ci, 1988 / D. Masson, L'eau, le feu, la lumiere, Paris:Desclee de Brouwer, 1985 / B.Neunheuser, "De benedictione aquae baptismalis" in Ephemerides Liturgicae 44 (1940)

 

[인천가톨릭대학교 홈페이지에서, 이완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