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가 가족 여러분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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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헌 | 작성일1999-04-03 | 조회수3,319 | 추천수6 | |
먼저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동안 몇 몇 분은 꿈 속에서나마 잘 안되는 파트 연습에 열중하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피식 웃어봅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이 큰 부활 대축일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하셨던 음악을 전례 때 봉헌해야겠군요. 대곡을 준비했건 별 볼 일없는 곡을 준비했건간에 정말 기도하는 마음으로 전례에 임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이 큰 축일에 노래부르는 것에만 열중하고 멋진 음악을 만들어 신자들을 놀라게 하실 생각이라면 그 생각을 접어 두십시오. 신자들과 음악적으로만 승부(?)를 거신다면 신자들은 여러분이 좋은 음악을 들려 주었을 때 "와 노래 잘한다"하고 감탄은 하겠지만, 자신들도 여러분과 같이 멋진 찬미로 주님께 기도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여러분이 음악을 잘 못 만들 때에는 가차없는 혹평이 뒤 따를 수도 있겠지요. 우리의 시원찮은 목 소리, 음표 몇 개, 시원찮은 작곡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여러분이 정말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래하신다면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겁니다. 교회나 교리에 대한 지식이 많거나 적거나, 신분의 관계없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진정으로 하는 기도에 대해서 그 사람이 기도를 잘 한다 못 한다 평가할 수 없듯이 우리가 진정 기도하는 마음으로 '찬미의 기도'를 드린다면 신자들은 여러분의 음악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그러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미사에 임하십시오. 미사 전에 여러분이 노래부르시게 될 가사들을 잘 음미해 보십시오. 그러면 부활의 기쁨을 어떻게 노래해야 할런지 많은 느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축일이 끝난 다음 여러분의 마음 상태가 어떠실지 걱정입니다. 자주 모여 연습을 하고 이제 행사(?)를 마쳤으니 속이 후련해 하실 분도 계시고, 허전해 하실 분도 계실겁니다. 그러나 진정 제대로 연습을 하셨다면 여러분이 이 부활 축일에 느끼는 기쁨은 일반 신자들과는 비교 되지 않을만큼 커야 합니다. 왜냐고요? 여러분은 다른 신자들이 부활의 신비에 대해 생각하기 몇 달 전부터 부활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성가 연습을 하며 준비 해 왔기 때문입니다. 성주간이 되고서야 부활을 생각하게 되는 많은 신자들과는 달리 여러분은 최소한 한, 두달은 먼저 주님의 수난, 죽으심, 그리고 부활하심을 묵상하기 시작하셨으니 더 깊게 주님의 사랑을 느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활 축일이 지난 후의 여러분 마음이 그저 시원 섭섭한 생각 뿐이라면 그 오랫동안의 여러분의 성가 연습은 문제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저 음악 연습 뿐이었을지 모르겠네요. 우리 마음은 준비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또 다른 걱정 하나. 오늘 All Night은 취소하세요. 들뜬 마음에, 행사를 마쳤다는 기분에 그러실 수 있겠지만 여러분에게는 부활 대축일 미사가 또 기다리고 있어요. 많은 본당에서 성탄 전야나 부활 전야에 성가대원들이 밤샘하고 노는 바람에 당일 축일에는 단 몇명이 나와 쉰 목소리로 노래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올 해만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다 마치고 모여도 늦는 건 아니니까요.
다시 한번 여러분에게 부활 축하드립니다.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주님의 영광스러운 부활을 여러분이 정성껏 준비한 '찬미의 기도'로 한번 멋지게(?) 표현해 주시길 기도드립니다. 여러분의 성가 덕분에 많은 신자들도 부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러분 화이팅,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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