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합창지도에대한 생각(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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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원중 | 작성일2000-02-29 | 조회수2,474 | 추천수7 | |
속도와 강약 합창지휘자의 비팅(beating)기술은 마치 메트로놈과 같이 정확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악곡에서 순간 순간마다 느려지거나 빨라질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지휘자가 바른 속도감을 지닐 때 가능할 것입니다. 누가(합창지휘로 박사학위 받은 분입니다) 그러는데 메트로놈으로 수년간 시창훈련을 받지 않은 지휘자는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메트로놈의 노예가 되라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지휘자는 합창단의 음악을 들으면서 듣지 않아야 하고, 듣지 않으면서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합창단원이 그릇된 속도(혼자 음악에 심취하던지 겉멋이 잔뜩 들어서)로 연주할 때 지휘자가 바른 속도로 이끌기 위함입니다. 속도의 변화 역시 악곡의 구조 안에서 상대적인 기준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예를들어 알레그로가 빠른 속도임엔 틀림 없으나 프레스토 뒤에 오는 알레그로는 느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한국합창심포지움’에 초빙되었던 한 미국인 합창 지휘자가 우리나라 합창단 연주를 가리켜 mf와 mp만 있다고 평한 적이 있습니다. 지휘자가 각 악곡이 가진 강약기호의 성격을 잘 알고 분석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mf로 표기된 악구라 할지라도 때로는 f일 수도 있고 mp일 수도 있다는... 그러므로 강약의 상대적 표현이 중요하며 따라서 절대적인 강약감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f는 센 소리임에 틀림없으나 ff 다음에 오는 f는 그보다 여린 소리입니다) 강약의 변화도 보편적이어야 합니다. 크레센도라고 해서 무작정 세어져서는 안되며 디미뉴엔도라고 해서 한없이 여려져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거기에는 정점(climax)이 있고 한계가 있습니다. p 악구에 크레센도가 있고, 그 뒤에 mp가 기다린다면 여기서의 크레센도는 mp의 한계를 넘어서는 안되겠죠? 또 많은 이들이 크레센도나 디크레센도를 급작스럽게(이전에 얘기 했듯이 청중들에게 충격효과를 주기 위해서) 표현하여 극적으로 만들곤 하는데, 이는 악곡을 값싸게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음색과 음질 여러 개의 합창단이 있다고 할 때, 저마다 다른 음색을 갖게 됨은 당연하지요. 예를들면 얼굴 앞쪽으로 울리는 밝은 소리인가, 머리 뒷쪽을 울리는 중후한 소리인가, 성대를 좁혀서 내는 딱딱한 소리인가, 성대를 넓혀서 내는 부드러운 소리인가 등등은 절대적으로 지휘자의 몫입니다.(너무 잘난(?) 단원을 둔 경우는 이것도 상당히 힘들지요) 악곡의 성질에 따라서, 다시 말하면 16세기 무반주 합창인가, 바흐의 칸타타인가, 오페라 합창인가, 흑인영가인가, 팝송인가에 따라서 음색과 음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지 한 합창단에서 각 파트의 음색과 음질은 동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피아노에서 오른손으로 소프라노와 알토를 왼손으로 테너와 베이스를 연주하듯이 테너의 윗소리는 알토와 같이 부드러워야 하며, 알토의 소리 역시 소프라노와 같은 음색이어야 할 것입니다. 합창은 기악과 마찬가지로 한 악기에서 나오는 각 성부의 소리일 때 좋은 효과를 얻게 됩니다.
융합과 균형 앙상블 음악에 있어서 융합(blending)은 한 파트간의 여러 사람의 소리가 동일하게 나는 것을 의미하고, 균형(balance)은 각 성부간의 균등한 배합을 말합니다. 각기 다른 음색과 음질을 가진 단원의 소리를 모은다는 것은 퍽, 무척, 상당히 힘들죠. 제가 하고 있는 방식은 모범이 되는 단원(절대로 파트장 아님)을 중심으로 좌석을 배치하여, 그로 하여금 영향을 끼치게 하고, 다른 파트원들이 그 소리를 닮게하는 방식인데요 제법 효과가 크더라구요. 이 ’모은다’라는 말 때문에 성악적인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여 약한 소리를 만들어 내고, 또 성악적인 발성이 합창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지휘자들도 많은데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전에 성악하는 단원이 있으면 앙상블이 힘들다고 했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얘기죠?(협조적 방해라고 했던가요?) 좋은 융합은 비성악적인 소리를 성악적인 소리로, 개성적인 개개인의 소리를 비개성적인 공통의 소리로 이끄는 것입니다. 좋은 균형은 짝지어지는 파트끼리 연습하여 얻을 수 있는데, 내성부(알토와 테너), 외성부(소프라노와 베이스)간의 연습, 상3성부(소프라노, 알토, 테너)와 하3성부(알토, 테너, 베이스)간의 연습을 통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초훈련 때부터 같은 성부의 융합된 소리를 듣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성부와의 균형된 소리를 듣고 맞추는 훈련에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문에 음악교육의 아버지라는 코다이 선생님도 훌륭한 음악가의 필수조건으로 ’잘 훈련된 귀’를 꼽았겠지요. 이런 방식의 연습곡으로는 역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모테트가 최고 아니겠습니까?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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