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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악 속의 하느님: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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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6-01 조회수4,303 추천수0

[음악 속의 하느님] “아름답도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여”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헨델은 바흐와 같은 해(1685년)에 독일 루터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로마에서 가톨릭 종교음악을 작곡하였으며, 영국에 정착한 이후에는 영국 국교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의 종교생활에 관한 기록은 거의 없으나 착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았다고 한다.

 

1759년 4월 14일, 부활대축일 전날, 성토요일에 눈을 감은 그는, 런던의 자선단체인 파운들링 고아원에 그의 유산 가운데 가장 큰 몫을 남겼고,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메시아’의 원본도 이 고아원에 기부하였다.

 

같은 해에 독일에서 태어나 동시대를 살았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헨델과 바흐는 다른 점이 많다. 바흐의 음악이 철학적인 깊이가 있고 교회에서 연주하는 것이 어울린다면, 헨델의 음악은 극적이고 대중적인 메시지를 지니고 화려한 곳에서 연주하는 것이 상상된다. 아마도 헨델의 오라토리오가 성경을 드라마화한, 그의 오페라적 역량을 맘껏 담아낸 작품이라 그러하리라.

 

 

오라토리오 메시아

 

헨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구체적인 줄거리나 특별한 등장인물도 없으면서 구약과 신약을 망라하여 메시아에 대한 예언과 예수의 탄생(1부), 수난과 죽음(2부), 부활과 영생(3부)을 펼쳐간다. 마치 곡이 끝날 듯 2부 마지막에 ‘할렐루야’를 부르기에 많은 사람은 할렐루야가 메시아의 마지막 곡인 줄 안다. 하지만 3부에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부활과 영생이 이어지고 그에 대한 응답 “아멘!”으로 마친다.

 

오라토리오의 대본이 대개 성경 내용을 담고 있지만 메시아는 성경 구절 그대로를 가사로 한 점도 특이하다. 요즘은 종종 성탄 시기에 메시아를 연주하지만 원래는 수난, 부활 시기를 위해 작곡된 곡이다.

 

영국 런던에 정착하여 오페라로 이름을 날리던 헨델은 오페라단 운영문제로 곤경에 빠졌을 때 아일랜드로부터 초청을 받는다. 그리고 전에 받아두었던 찰스 제넨스의 대본으로 연주 시간이 두 시간 가량이나 되는 메시아를 불과 24일 만에 완성하였다. 헨델 스스로도 “하느님이 나를 찾아오셨던 것만 같다.”고 놀랐다고 한다. 1742년 4월 13일에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더블린의 음악회에서 초연된 이 공연은, 남자들은 칼을 차지 말고 여자들은 뻗치는 치마를 입지 말고 오라는 당부의 말까지 신문에 실릴 정도로 연주회장이 꽉 채워지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헨델이 죽은 뒤 30년쯤 지나서 모차르트는 이 메시아를 당대의 연주 방식에 맞게 편곡하였다. 전체적으로 관악기를 더하고 일부 아리아는 길이를 줄이기도 했다. 물론 헨델도 수정을 여러 번 했지만 주로 그때그때 연주하는 독창자의 사정에 따라 고쳤기 때문에 합창곡은 거의 변화가 없다. 베토벤은 메시아의 악보 일부를 직접 베껴서 작곡 기법을 배웠다는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처럼 메시아는 수많은 수정본과 편곡이 있어 지휘자들은 그때그때 알맞은 것을 골라 연주한다.

 

 

그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2부의 마지막 곡인 할렐루야가 마흔네 번째 곡이니까 이 노래는 그 할렐루야 몇 번째 앞에서 찾을 수 있다. 나팔소리와 천둥소리를 묘사하려고 트럼펫과 팀파니를 동원한 할렐루야와 몇몇 곡을 빼고, 메시아는 현악기 외에는 다른 악기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는 특이한 곡이다. 이 아리아는 소프라노 혼자 부른다. 목가풍의 8분의 6박자, 특별히 드라마틱한 부분도 없이 고독하게 부른다. 마치 평화를 선포하며 기쁜 소식을 전하러 다니는 이들의 아름다운 발이 고독한 것처럼.

 

처음 본 악보는 오르간으로 편곡된 것이었다. “그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란 제목이 붙어있었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발일까? 그런데 헨델의 메시아 가운데 나오는 곡이라니 유행가는 아닐 테고…. 듣는 이들에겐 오르간 소리만 들릴 테지만 거기에 가사를 담으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하는 느낌이어서 좋다. 그래서 음반을 찾았다. 들어보니 훨씬 더 좋다. 이젠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악보를 뒤졌다. 제대로 된 가사를 다 읽고 나서야 후련해졌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로마 10,15)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이사 52,7).

 

성가는 제목이 다르게 붙어있지만 대부분 찬송가나 오페라, 아리아 등은 가사 첫머리가 제목이 된다. 우리말과 순서가 다른 언어를 그대로 번역하자니 뜻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 노래 가사는 이사야서와 그 구절을 인용한 로마서의 내용을 담고 있다.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난번 사울대교구 사제서품식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다. 사람마다 자신의 길을 걷는다. 평화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전하는 길이 늘 편하겠는가? 먼지투성이에 가끔 상처를 입거나 물집이 잡히기도 하겠지만 늘 아름다운 발을 간직하며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아서.

 

내가 걸어가는 길이, 내딛는 발걸음이 기쁜 소식이 되어 아름다운 것이 되기를 그저 빌 뿐이다.

 

* 강석희 아녜스 - 서울대학교 음대 작곡과,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를 졸업하고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오르간 반주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1년 5월호, 강석희 아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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