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 미사참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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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0-09-24 | 조회수2,288 | 추천수9 | |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 미사참례기
라우다떼 도미눔!
가을하늘 공활한데 맑고 구름 없이......모처럼 애곡가를 불러 봅니다.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경북 칠곡군 왜관에 있는 수도원을 찾아가 그야말로 거룩하고 장엄한 미사에 참례하며 기쁨가득한 마음으로 돌아 왔습니다.
정식 이름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입니다. 옛날에는 분도 대 수도원이라고 했지요. 저는 왜관이라는 이름이 싫어서인지 안가게 되다가 이 번에 큰 맘먹고 다녀왔습니다. 역 앞에 있던 목조 왜관은 작년에 철거되어 지금은 깨끗합니다. 앞으로 행정개편이 되면 칠곡시가 될것이라고 택시 기사가 그럽니다.
이 수도원은 1909년에 독일에서 서울로 수사를 처음 파견했고 1927년에는 원산에 수도원을, 그리고 1928년에는 연길에 수도원을 설립하여 선교와 문화사엄을 하던중 북괴의 남침(6.25) 으로 많은 치명자를 내고 피난와서 1952년에 통합 수도원을 이곳에 세웠다고 합니다. 대 수도원장은 아빠스 라고 하며 교구로 치면 주교님 같은 권능을 가지며 임무를 수행합니다. 수도원은 왜관역에 가까운 거리에 널직하게 잘 잡았습니다.
오늘 미사는 오전 9시 라고 하여 부득이 어제 밤에 내려와서 시골 여관에서 1박 한 다음 아침 8시에 라틴식 뽀죽탑이 보이는 성당을 찾아가니 벽돌로 지은 아름다운 성당이 자그마 하고 주위는 온통 손질이 잘된 잔디밭이라 그림같습니다. 들어가 보려고 하니 문이 모두 잠겨 있고 사람 흔적이 없습니다. 알고 보니 이 성전은 안 쓴지 오래되어 보존만 하고 있고 미사는 수도원 본관에 붙은 현대식 새 성당에서 봉헌 됩니다.
오늘 미사에 신부님, 수녀님 손에 이끌려 온 부산(사하), 대구 등에서 온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단체가 네 팀이나 있고 일반 신자도 많아서 약 200석의 신자석이 빽빽합니다.
성당 구조는 특이하여 신자석 중앙에서 보면 제대 우측에 초 미니 파이프 오르간과 성가대석이 있고 그 앞에 수사님들의 좌석이 세 줄씩 동.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마치 영국 의회같습니다.[이 자리를 가대라고 한다고 ...나중에 어느분이 알려왔다]
그 다음에 신자석이 있으니까 수사님들 좌석 사이는 매우 넓어서 장엄한 입당행열에 편리하고 마당놀이라도 할 만큼 넓습니다. 천정은 8각추 모양이라서 무반주 성가의 공명에 이상적이고 벽면에 그린 성화는 원색을 쓰지않고 수도원답게 주님 수난 과정을 잘 형상화 하였습니다.
8시 30분 이전 부터 오르간 소리가 나는데 오르가니스트는 수사복을 입은 수사님입니다. 오르가니스트=여자 를 연상했던 저에게는 신기하게 보입니다.(저만 그럴까요?) 미사전에 가톨릭성가집, 그레고리오 성가집,등을 챙겨 놓고 미사시작만을 기다렸습니다.
미사시각 9시 5분 전에 원로 수사님중 거동이 불편한 노 수사님들이 휠체어를 타고 입장하시고 정각에 복사와 사제,그리고 수사님들이 열을 지어 입당합니다.
자! 이제 부터 미사 실황을 중계합니다. [참고로 일반 본당은 오늘 103위 순교자 대축일미사를 지내지만 베넥딕또 수도원은 지난주 제 날자에 지내고 오늘은 그냥 연중 제 24주 주일 미사로 봉헌합니다]
입당성가는 오르간 연주를 먼저하고 8명으로 구성된 성가대와 수사님들 약 60여명이 입장하자 입당송을 그레고리오 성가로 부른다.(연중제 7주 입당송과 같음 Salve...) 성가대 깐또르가 작은 소리로 선창하고 성가대가 노래를 시작하면 다음 프레이즌 는 수사 공동체가 교창한다. 아! 이 소리는 천상의 소리이다. 인위적 기교가 배제되고 영혼이 맑은 수사들의 노래는 혼자 듣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성가대에 지휘자는 따로 없고 미사에 해설자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해설자가 없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양 쪽 수사석의 수사들은 앞줄에 신참, 2번째 줄에 중참, 맨 뒤줄에 고참이 자리하고 있다. 얼굴을 보니 대충 나이를 알겠고 노래할 때 신참 수사들은 성가집에서 눈을 못 떼는데 고참수사들은 성가집을 안 보고도 잘한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찬미했겠는가? 그런데 수사님들은 머리가 빠진 분은 있어도 흰머리는 이상하리만치 드물다. 세속의 번뇌가 없어서일까?
미사 분위기는 벌써 신비경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이어서 KYRIE와 GLORIA가 유려한 그레고리오 선율로 들어간다. 기리알레(성가집)을 뒤져 보았지만 몇 번 곡인지 찾지 못해서 유감이었다. 익숙한 라틴어 가사를 음미하며 이상한 상상이 꼬리를 문다.
본당 신부님들이 이 맛을 알까? 일반신자들은 입을 봉하고 수사들만 미사곡(미사통상문)을 노래하는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데...
일 년에 한 두번 라틴어 성가를 불러도 야단을 치는 신부님들과 사목위원들은 꼭 한 번 이곳을 와서 보고 느끼도록 할 방법이 없을까?
그레고리오 창법은 로마식 발음(어떤 여성지휘자는 독일에서 배웠다며 miserere=미제레레, gratia=그라찌아 를 고집)에 매 프레이즈의 첫 박자는 액쎈트와 함께 약간 길게 뺀다. 종지부에서는 현저히 느려지고 약해진다.
아뭏든 다른 신자들은 지루했겠지만 나는 노래가 빨리 끝날까봐 걱정을 했다.
화답송은 우리말 가사인데 성가대 8명이 제창으로 후렴을 노래하고 독송 부분은 3명 정도가 소리를 모아 부른다. 이 때 오르간은 음량을 매우 줄여서 성량의 절반 이하로 깔아준다. 이것은 매우중요한데 어떤 반주자는 미사 시작 부터 끝까지 볼룸을 안 바꾼다. 알렐루야는 특이하여 선창자가 노래하고 나서 성가대가 제창하면 그 다음에 공동체(수사)가 복창하는 형태이다 독송 부분은 성가대원이 독창을 한다.
강론후 신경,즉 CREDO를 그레고리오 성가 3번으로 노래한다. 신경을 미사때 노래로 하는 것은 내 평생 처음 들어본다. 이 곡은 합창 발표회때 많이 애창하는 곡이라 귀에 익숙하다.
봉헌송을 성가대만 그레고리오 성가로 노래한다. 일반 본당과 달리 신자들의 봉헌은 없다. 희망자는 성당 입구에 걸려있는 봉헌함에 언제든지 넣으면 된다. 봉헌송이 짧으므로 오르간 독주로 사제의 동작에 맞춘다.
축성문(쁘레파시오)을 사제와 공동체가 노래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SANCTUS로 들어간다.
주님의 기도와 후속 환호는 웬일인지 우리말로 합송하고 AGNUS DEI로 들어갔다. 미사곡을 셋트 개념이 아니고 여기 저기서 발췌해 부르는것 같다.
성체성가는 처음에는 침묵(성가대 영성체..) 성가대의 영성체송 합창후 신자들을 위해서인지 가톨릭 성가집 167장 생명이신 천상양식을 단부로 부른다. 외래 신자들은 위축이 되어서 인지 따라할 엄두를 못 낸다. 그런데 코랄을 수사들이 부르는데 창법이 그레고리오 성가풍이라 그런지 청아하긴 해도 절제가 강조되어 활기가 부족하고 음이 떨어진다(무반주였음). 3절까지 노래한 후 오르간 독주.... 성작과 성잔을 설겆이 하고 난 후 공동체가 우리말 찬미가를 퇴장성가로 부른다. 즉 퇴장성가를 다함께 끝까지 부르고 퇴장한다. 우리는 모르는 노래였다.
[영성체 풍경 소개; 사제 8명중 4명이 성체와 성혈을 분배하는데 신자들은 성체를 받아 바로 영하는 것이 아니고 옆에서 성작을 들고 있는 사제에게 가서 각자 성혈에 담그어서 양형성체를 한다.
오늘 평소에는 구경만 하던 보름달 같은 큰 성체의 절반을 받아 성혈(포도주)에 듬뿍 적셔 영했다. 평소에는 탁구공 절반만한 성체를 영하지 않았던가?]
사제의 미사끝 선포후 후주(퇴장성가는 이미 불렀음)는 오르간 독주였다. 아마 바하의 토카타인듯하다. 경쾌하고 빠른 곡이다. 오늘 참으로 의미있는 전례성가 경험을 했다.
그런데.....개인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시계를 보니 10시 10분이다. 나는 11시 대구 계산동 교중미사에 또 참례키 위하여 10시18분 대구행 무궁화호 열차표를 사 두었던 것이다. 상황이 긴박해졌다. 그래서 순서를 기다릴것 없이 옆 신자들에게 죄송하다고 인사하며 막 밀치다 시피 뛰어 나갔다.
다행히, 나도 현명한 면이 없지 않아서.... 미리 택시를 대기 시켜 두길 잘했다.
수도원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달려서 역에 오니 내 시계는 분명히 10시 15분인데...웬일인가? 역 구내에 열차가 들어 오고 있다. 예정시간보다 2분이나 빨리 들어오는 것이다. 나는, 늦게 들어오는 것은 봤어도 일찍 오는 것은 처음 봤다. 그러나 현실은 1분 밖에 안 서니...
에라, 모르겠다, 올림픽 장애물 경기 선수처럼 뛰었다. 구름다리가 가로 막고 있어서 2계단씩 나르다 시피하여 날아서 올라타니 기차가 음직인다."이 차 부산행 맞지요?...예.... 휴....." 온 몸이 땀 범벅이다.
17분후 대구역에 도착하여 또 뛰었다. 그러다가 계단에서 드디어 넘어졌다. 오른 손에는 무거운 가방(노트북과 성가집 여러권..), 왼 손에 신사복 저고리...나보다 주위사람들이 더 놀랜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상상력이 발동한다. 이 내 모습을 남들은 어떻게 볼까?
-데레사(아내); 참...당신 대-단하시우..... -어느 신자 : 참...미친 사람이구먼... -하느님 ; 참...보기 좋으니라.... ]
서울행 열차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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