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287번 성가] 노랫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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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30 조회수3,185 추천수0

최민순 신부님께서 지어주신 노랫말에 현대어에서 잘 쓰이지 않는 표현들이 있어서 몇 해전에 성가대 자료용으로 내용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 후 새로 성가집이 발간될 때면 가사가 현대적 표현으로 바뀔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예스런 표현들이 일부는 포함되는 것이 작사, 작곡 당시의 배경과 감성을 느끼기에 더 좋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비전문가의 한계를 감안해 주시고, 혹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1. 서라벌 옛터전에 연꽃이 이울어라.

   선비네 흰옷자락 어둠에 짙어갈 제

   진리의 찬란한 빛 그 몸에 담뿍안고

   한떨기 무궁화로 피어난 님이시여.

 *.이울다 : 1.꽃이나 잎이 시들다. 2.점점 쇠약해지다.

 앞 절에서 서라벌의 연꽃은 불교를, 선비네 흰옷자락은 유교(유학)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기존에 있었던 종교가 쇠락하고 그 의미를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진리를 이 땅에 심으시는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들과 신부님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의미도 있지만 이름 그대로 ‘끝이 없이 영원한’ 진리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2. 동지사 오가던 길 삼천리 트였건만

         복음의 사도 앞에 닫혀진 조국의 문

         겨례의 잠 깨우려 애타신 그의 넋이

         이역의 별 빛 아래 외로이 슬펐어라.

*.동지사 : 조선 시대 해마다 동짓달(11월)에 중국에 보내던 사신.

1784년 최초로 세례를 받은 이승훈 베드로 님은 부친이 동지사로 파견되어 갈 때 함께 갔던 것이 인연이었고 그 후에도 중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사신행렬을 통해 중국교회와 연락이 닿고는 했습니다. 이러한 전래의 배경과 신부님께서 중국에 가신 후, 입국을 하려할 때마다 난징조약이후 강화된 국경의 수비로 번번이 겪었던 어려움과 답답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3. 해지는 만리장성 돌베게 삼아 자고

        숭가리 언저리에 고달픈 몸이어도

        황해의 노도엔들 꺾일줄 있을소냐

        장할쏜 그 뜻이야 싱싱히 살았어라.

 *.숭가리(Sungari) : 송화강. 중국 만주에 있는 큰 강.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하여 흑룡강으로 빠짐 

‘숭가리’라는 표현은 시인과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백석의 시 <북방에서>에도 등장합니다.

부제품을 받을 무렵 만주에서 지내시며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는 생활을 앞절에서 나타내고, 한국인 최초의 사제품을 받으신 후 목선 라파엘호를 타고 거센 파도의 서해바다를 건너 마침내 국내로 들어오는 험한 과정을 뒷절에 기리고 있습니다.

 

최초로 국내에 발을 들이신 곳이 익산 나바위 성지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도중에 풍랑을 만나 잠시 제주도의 작은 섬에 표착하여 2~3일을 묵은 후 배를 수선하고 음식을 얻었다는 기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4. 한강수 굽이굽이 노돌이 복되도다.

        열두 칼 서슬아래 조찰히 흘리신 피

        우리의 힘줄 안에 벅차게 뛰노느니

        타오른 가슴마다 하늘이 푸르러라.

*.노돌 : ‘노들’의 옛말, 조찰히 : ‘깨끗이’ '거룩히'<추정> 

신부님께서 순교하시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참수를 당하신 ‘새남터’는 새나무터가 줄여진 이름으로 ‘새’는 억새를 나타냅니다. 억새와 나무가 많은 땅이라는 뜻이며 한강을 사이로 지금의 노량진인 노들나루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새남터에서 노들섬까지는 백사장으로 이어져 걸어서도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조찰’이란 표현은 현재 사전에 ‘照察-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비추어 보아 잘잘못을 살핌’이란 뜻이 남아 있는데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어색하고, 근대시에서 ‘깨끗하다’는 의미로 사용된 예가 많습니다.

 

최민순신부님께서 정지용 시인과 같이 활동한 적이 있는데, 정지용의 시에 ‘조찰하다’는 표현이 몇 군데 등장합니다. <백록담>이란 시에서는 ‘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여’, <온정>이란 시에서는 ‘조찰한 벼개로 그대 예시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승리자 김안드레아>라는 시에서는 세차례 ‘조찰한’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후 맥락으로 보아 '깨끗이' 혹은 '거룩히'로 옮기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5. 가신님 자국자국 남긴 피 뒤를 따라

        싸우며 끊임없이 이기며 가오리니

        김대건 수선탁덕 양떼를 돌보소서.

        거룩한 주의 나라 이 땅에 펴 주소서.

*.수선탁덕(首先鐸德) : 수선이란 말은 가장(首) 먼저(先)를 이르며, 탁덕(鐸德)이란 덕을 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신부님’을 이르는 옛말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님이란 뜻입니다.

2~4절까지 김대건 신부님의 일생을 반추하신 시인은 5절에 이르러 후세로서 우리의 다짐과  함께 성인(아직은 복자이셨던)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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