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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 대건합창단]REQUIEM 연주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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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03 조회수2,062 추천수8

[프로로그......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한국 영화가 있었다. 평판이 좋은 영화로 기억한다.

9월의 레뀌엠....그만한 사연이 있는 연주회였다.

 

오늘 살아 숨쉬는 모든 사람은 죽은 조상이 존재했기 때문이며

우리 또한 길게 잡아 약 100년 후에는 후손에게 물려주고 돌아간다.

다만 부활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우리는 레뀌엠을 "죽은 자를 위한 위령곡 또는 진혼곡" 이라고 한다.

어제, 서울 대건 합창단의 레뀌엠 연주를 들으며 죽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곡이라기 보다는  바로 오늘 살아 숨쉬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곡 임을 느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음악....].

 

2001년 9월 1일 (토) 저녁 8시, 경기도 의왕시에 소재한 부곡성당에서는  서울 대건합창단의

모차르트의 라단조, 작품 626번인 레뀌엠(사실상 제자인 쥐스마이어의 곡 이라고 본다) 연주가 열렸다. 설립 31년이 되는 작은 마을의 크지 않은 본당인데 새 성전 축성 일주일을 앞두고 열린 축하 음악회였다.  신자수 약 3,500명 정도의 도시도 시골도 아닌 규모인 본당에서 이러한 대곡을 (초청) 연주하는 것 자체가 우리 음악 정서에 비추어 경이로운 일이고 레뀌엠 연주의 배경에 대하여 한 번쯤 소박한 의문을 가져 볼 수 있으나 현장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이해를 했으리라...

 

대건 합창단은 지난 6월 26일 서울 서초 구민회관에서 사실상 데뷔를 한 바 있다(성가 게시판 #2872 참조).  이 때 필자는 돌팔매를 맞을 각오를 하고 꼬집어 준 사실이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 음악부 학예회를 연상케 한다고......

 

그러나 이 번 연주는 똑같은 합창단이 불과 두어 달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합창단 인원은 지난 6월 보다 오히려 3명이 준 30명이었으나  소리가 달랐다. 각 파트간 균형, 소프라노의 고음 정복, 앨토의 충실한 떠 받침, 테너의

믿음직한 척추역할, 그리고 특히 베이스(8명)의 정확한 진입, 진출과 한 소리(우나 보체)는 합창의 맛을 살렸다. 웅장함과 섬세함의 조화 등... 합창은 모름지기 연습에 투입한 시간과 땀에 비례하는데 많은 노력을 한 것을 알겠다. 한마디로 이번 연주 수준은 웬만한 음대 합창단 발표회 수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지휘자 주성열의 역동적인 (dynamic) 지휘는 객석에서도 노래를 따라부르고 싶을 정도로 명확하고 박력이 있었다. 3관 편성의 오케스트라와 대규모 연합 합창단의 연주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한마디로 관중이 유쾌하다).

 

반주도 특이한 시도를 했다. 다른 악기가 없는 실정을 고려하여 3단 건반의 고급전자오르간을 썼고 악보를 편곡하고 3명이 반주를 했다. (주 선수는 종교음악을 잘 아는 오르가니스트인 고지선, 부 선수는 피아노에 강한 김예희, 그리고 스톱과 악보를 보조하는 또 한명...)

자연히 최적의 음색 변화와 악상에 맞는 음량 그리고 오르간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한 연주를 해 냈다. 이런 연주 모습을 처음보는 지라  필자같은 사람에겐 진풍경이기도 했다.

 

그리고 5명의 독창자(장지우, 목은미, 이한충, 이호림 그리고 김창남) 모두 안정감 있는

독창, 중창으로 곡을 살렸다. 특히 제11악장 베네딕뚜스가 그러하다. 공연 장소가 아담한 성당이라 공명이 괜찮고 성량 조절에 큰 부담이 없어서 더욱 곱게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몇 군데 틀린 곳이 감지된 것이  옥의 티 ! 였다.    

 

레뀌엠 전체가 좀 빠른 듯한 템포로 연주되었고 2악장 Dies irae 에서는 코 끝이 시큼했다.

7악장 Lacrimosa 도 좋았고 헨델의 할렐루야도 각 파트가 잘 돌아가는 기계처럼 엮어나간다. 듣기는 쉬운 곡이나 부르긴 어려운 곡인데 잘 소화했다.

 

전체적으로 선곡도 레뀌엠--> 아베베룸--> 할렐루야 로 이어져 죽음과 부활을 연결한 점

도 좋은 듯 하다. 마지막을 재미있는 파세벨의 Cannon 으로 분위기를 마무리한 것도 괜찮은 듯 하다.

 

약 1시간의 연주가 끝났을 때 350여 청중은 후련- 한 느낌으로 박수를 보냈다.

서울 대건 합창단(단장 지원희)은 우리 교회의 전문 합창단으로 자리를 잡은 듯 하다.

 

몹시나 무더웠던  지난 여름에....연습하시느라 수고들 많으셨겠습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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