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메시아 감상(3)] 제 1곡-제 4곡 (제 1부)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클래식, 신앙을 노래하다: 행복을 찾아서 - 슈베르트 | |||||||
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1-12-10 | 조회수3,576 | 추천수5 | |||||
[메시아 감상(3)] 제 1곡-제 4곡 (제 1부)
지금부터는 <메시아>의 개별 곡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곡마다 번호가 붙어 있는데, 앞에서 수많은 판본이 있다고 말씀드린 것과 같이 곡 번호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각 곡에 붙은 원문 영어 가사를 함께 실었는데, 우리말로 된 것은 영어 가사의 직역이 아니라 비교를 위해 공동번역성서, 200주년 신약성서(주해) 또는 최민순 역 <시편과 아가>에서 해당 구절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각 곡들의 nwc 악보는 http://www.vadu.com/nwc/messiah.html에서 볼 수 있으며, http://www.cdnow.com에서 검색하면 여러 연주의 샘플도 들을 수 있습니다.
No. 1 Sinfony 서곡
<메시아>는 단조로 된 서곡으로 시작합니다. 위에 영어로 sinfony라고 썼습니다만, 보통 ’신포니아(sinfonia)’라고 합니다. 이 곡은 프랑스 서곡이라는 형태의 곡인데, 처음에 점음표 리듬의 느린 부분이 나온 후 빠르게 진행되는 것입니다. 붙점 리듬으로 시작하는 것은, 옛날에는 붙점 리듬이 상당히 독특한 것이었기 때문에 시작할 때에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데 좋았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악보 1]
그래서 이 곡도 점음표가 계속 나오는 느린 부분으로 시작합니다(악보 1). 악보상으로는 그냥 점음표로 되어 있지만, 실제 연주는 겹점음표로 하는 것이 타당하며 다만 헨델 자신이 악보를 그릴 때 겹점음표라는 것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합니다. 다음 대위법적인, 마치 돌림노래처럼 주제가 여러 성부에서 번갈아 연주되는 빠른 부분이 나옵니다. 활달한 주제 하나가 높은 음역의 악기에서부터 낮은 음역의 악기로 이어지면서 연주됩니다. 이후 끝부분에서는 부산한 움직임을 이루다가 갑자기 한 화음이 지속되고, 짧은 쉼 후에 느린 화음들로 끝납니다. 이것은 음악의 진행을 갑자기 정지시키기 위해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과도 같은 모습으로, 헨델의 전형적인 종결 방식이라고 합니다.
◈ 하프시코드, 계속저음 아, 바로크 음악에 친숙하지 않다면 하프시코드를 모르시는 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네요. 대부분의 연주에서 챙챙 하고 금속현을 뜯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텐데, 하프시코드(harpsichord, 또는 쳄발로 cembalo)라는 악기로서 조그만 피아노처럼 생겼습니다. 하프(harp)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죠. 여기서는 계속저음(또는 통주저음, basso continuo)을 연주하는 데 쓰입니다. 계속저음이란 바로크 시대의 반주 형태로서, 건반악기(하프시코드 또는 오르간) 하나와 첼로 등 낮은 선율악기 하나가 짝을 이루어 연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르간은 보통 ’포지티브’라 불리는 1단짜리 작은 파이프오르간이 사용되는데, 특히 교회음악의 경우 하프시코드 대신 오르간을 계속저음 악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메시아>에서는 하프시코드와 오르간이 각각 다른 위치에서 사용됩니다.
No. 2 Recitative, accompanied : Comfort ye my people 레시타티브: 나의 백성을 위로하여라 No. 3 Air : Every valley shall be exalted 아리아: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이제 처음으로 노래가 나옵니다. 처음이니까 설명이 좀 자세해야 될 필요가 있겠군요.
처음 노래들은 이사야 예언서의 구절을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위로하여라."로 시작되는 이 부분은 주님께서 오실 것이라는 감동적인 예언입니다. 잔잔한 관현악 반주 위에서 테너가 노래를 시작합니다. (저는 호그우드판의 테너 폴 엘리엇(Paul Elliot)의 목관악기같은 따뜻한 소리와 정갈한 창법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3곡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가 이어집니다. 전의 곡보다 훨씬 선율적이라는 것이 느껴지십니까? 같은 가사를 반복하는 일도 많지요. 앞의 곡은 이에 비해서 덜 선율적이며 가사의 전달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앞의 [나의 백성을 위로하여라] 같은 노래를 레시타티브라 하고,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같은 노래를 아리아라고 합니다.
◈ 레시타티브와 아리아 (Recitative & Aria) 오페라나 오라토리오의 독창곡은 크게 레시타티브(Recitative, 또는 레치타티보 Recitativo)와 아리아(Aria, Air)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각각 ’서창’, ’영창’이라 번역하기도 합니다. 레시타티브는 대사를 전달하는 것에 그 중점이 있으며, 자연히 덜 선율적이고 반주도 단순해서 보통 계속저음 악기만 사용됩니다. (사실 메시아의 제 2곡은 반주가 상당히 딸린 accompanied recitative입니다.) 따라서 레시타티브는 말로 전달하는 것처럼 똑똑히 노래해야 합니다. 아리아는 이와 다르게 반주가 잘 되어 있는 선율적인 노래입니다. 오페라의 경우 이런 노래(보통 긴 독백)를 부르다 보면 극의 진행은 잠시 느려지지만, 인물의 감정이 섬세하게 드러나게 되겠지요.
◈ 가사그리기 (Word painting) 이번엔 또 다른 면모를 보겠습니다.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를 듣다 보면 한 음절에 매우 많은 음이 붙어 있는 경우(멜리스마 melisma)를 만납니다. 그런데 이 곡에서는 이런 것이 ’exalted’라는 단어에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빠른 템포로 진행하며 단계적으로 위로 올라가면서 일련의 상행선을 이룹니다(악보 2).
[악보 2]
’올려진다’는 가사에 상행하는 선율이라? 그렇습니다. 선율이 가사의 모양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고음악에서 많이 등장하는 가사그리기(word painting)라는 기법이지요. 이 곡에서는 또 ’crooked(굴곡진)’라는 단어에서 두 음을 반복해서 굴곡을 주고 ’straight(평탄한)’라는 단어는 한 음으로 평탄하게 끄는 가사그리기도 나옵니다(악보 3).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겁니다.
[악보 3]
No. 4 Chorus : And the glory of the Lord 합창 :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리니
드디어 저 멋진 합창 [주의 영광]이 시작됩니다. 가사는 앞의 성서구절에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처음에 알토 파트에서 문을 열면 모든 파트가 화려하고 장엄하게 선율을 주고받습니다. "and all flesh shall see it together."에 붙은 활달한 리듬 악구에 이어 "for the mouth of the Lord hath spoken it."에서는 반복음에 의한 엄숙한 느낌의 악상이 나옵니다. 다시 대위법적으로 진행되다가, 헨델의 전형적인 종결법대로 부산한 움직임에 이어 갑자기 멈춘 다음, 느린 화음들로 끝납니다(악보 4).
[악보 4]
많은 합창단, 성가대들이 애창하는 곡인데, 헨델의 메시아에 나오는 곡이라 해서 잔뜩 몸에 힘이 들어간 채 부른 경험을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원전연주 음반들을 들어 보면 발성이 훨씬 가벼우며, 강세와 프레이징에 생동감이 넘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초보 합창단원 입장에서 쉽게 생각한다면, 모든 음을 다 힘차게 부르려 하는 것이 아니라 강박자만 탄력있게 힘을 주고, 한 글자 한 글자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와 음악의 ’구절’이 이어지도록 한다면 좋겠습니다. 훌륭한 연주를 열심히 듣는다면, 그만큼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