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음악 속의 하느님: 내가 만난 최고의 성가 그레고리오 성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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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1-12-21 | 조회수4,497 | 추천수1 | |
[음악 속의 하느님] 내가 만난 최고의 성가 그레고리오 성가 근대에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았던 작곡가 메시앙은 숨을 거두기 전 병원에서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은 수많은 곡들을 작곡하셨는데 가톨릭 신자이면서 왜 성가는 작곡하지 않으셨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이러했다. “이 세상에 성가는 그레고리오 성가로 충분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그레고리오 성가보다 아름다운 음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장의 겸손하면서도 서방 세계의 첫 번째 음악 기록이자 최고의 기도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일 것이다. 그레고리오 성가와 만남 그레고리오 성가를 처음 접한 것은 음악사 시간이었다. 강사는 서양 음악의 기원을 종교적 제사 행위의 기도문이었고, 그 기도문에 서양 언어의 특징인 악센트와 억양에 점차 음정이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하였다. 하지만 그때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음악적 특성만을 배웠을 뿐 그 이상은 없었다. 성당에서 지휘를 하며 다성음악을 접하면서 어렴풋이 그레고리오 성가의 느낌을 조금씩 본능적으로 느꼈을 뿐이다. 그레고리오 음악과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프랑스 파리고등국립음악원 그레고리오 성가와 지휘과에 다니며 파리그레고리오합창단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으면서부터였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은 그저 장학금을 받는 수단이었을 뿐 그 진정한 아름다움은 느끼지 못했다. 주일마다 ‘발 드 그라스’라는 성당에서 드리는 그레고리오 미사에서 악보를 본 적도 없고 가사도 몰랐지만 그저 옆 사람 소리를 들어가며 따라 하던 라틴어 ‘주님의 기도’를 몇 년 동안 부르다 보니 어느덧 내 입에서 정확한 발음과 음정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그 기도를 바쳤다. 그 뒤 아무 의미도 모르고 무의미하게 부르던 입당송이나 봉헌송, 화답송, 복음 환호송, 성체 성가들의 가사를 찾아보게 되었고 그 깊은 아름다움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과제 단선율이고 마디와 박자가 없으며 라틴어 가사로 되어있고, 4선 악보에 단순한 음표 모양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그림같이 생긴 ‘네우마’라는 기호를 해석하며 불러야 하는 이 아름다운 음악은 8-9세기경 그레고리오 1세 교황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미사와 성무일도 등 전례의 공식 성가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입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것을 그 당시 필사가들의 노력으로 9세기 말에 네우마 표기법에 따라 필사하면서 발전했다. 11세기 초부터 지금과 같은 4선 악보 위에 음표로 기록되어 이 세상에 남게 되었다. 이 음악 기록 연구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성음악 관련 기관과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적 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그레고리오 성가는 여러 음악 교육 기관의 교육 과정에 들어갔으며, 음악원 교육 과정에도 포함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대학 부설 가톨릭전례문화연구소, 부산가톨릭대학교 부설 음악원, 대구가톨릭대학교, 서강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등에서 그레고리오 성가의 활발한 연구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음악 기록과 그레고리오 성가 복원에 관한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이 연구는 서로 관련된 결과를 공유하는 그레고리오 성가 기호학, 음악 고문서학과 필사본학 같은 기초 학문의 도움이 필요하다. 기도가 있는 그레고리오 성가 만 7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이제 4년이 되었다. 구립합창단의 지휘자로, 몇 개 본당의 성가대 지휘자로, 그 밖에 여러 합창단을 지휘하며, 요즘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덕분에 많은 사람이 합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수많은 합창단들이 활동하는 걸 보며 느낀 점은 사람들이 너무 눈앞의 재미나 흥미에만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것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유학 중에 성악과 합창 지휘를 공부한 나도 5년 이상을 배우고 노래한 뒤에야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 배우기 힘들고 읽기도 힘든 라틴어 가사에, 익숙하지 않은 4선 악보, 게다가 무슨 의미인지 모를 이상하게 생긴 그림 기호들. 정해진 박자도 없고 마디도 없으며 요즘 그 흔하디흔한 화음도 없는, 단순한 듯하지만 그 선율 속에는 현대 음악의 모든 리듬과 멜로디가 들어있으며 그 안에 진정한 기도가 들어있다. 귀국할 때 그레고리오 성가로만 레퍼토리를 엮어 독창회를 열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오랜 기간 동안 교회 전례음악으로, 높은 음악성을 바탕으로 찬미, 감사, 탄원 등으로 소통해 온 그레고리오 성가는 그 어떠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아름다운 기도가 좀 더 들을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부를 수 있고 더 많은 본당에서 울려 퍼지기를 기원하며 다시금 ‘주님의 기도’를 나직하게 불러본다. * 신재상 안드레아 - 수아비스합창단 지휘자. [경향잡지, 2011년 12월호, 신재상 안드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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