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톨릭 성가 496번: 주님은 우리 사랑하셨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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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2-05-25 | 조회수5,985 | 추천수0 | |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496번 “주님은 우리 사랑하셨네”
한국 천주교회는 삼위일체 대축일 후 첫 번째 주일을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로 지내면서 성체성사의 제정과 신비를 기념합니다. 성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 목요일, 최후의 만찬을 통해 제정하셨지만,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성주간 중에 성대하게 기념하기에는 제한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 축일을 별도로 제정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의 정점인 성체와 성혈에 대한 신심을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을 통해서 세상에 세우신 성체 성사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어 주시고 빵과 포도주를 건네시며 당신의 희생과 사랑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표현 하셨습니다. 오늘도 미사 안에서 떡과 술의 형상으로 전해지는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묵상하고자, 가톨릭 성가 496번 “주님은 우리 사랑하셨네”를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이 성가는 흑인 영가의 선율입니다. 그래서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 속에서도 연민과 애수의 정서가 나타납니다. 4/4박자 리듬과 내림 마장조로 표현된 이 성가는 기본적으로 ‘느리게(Slowly)’ 노래하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성가 가사에 더욱 집중하라는 의도로 생각됩니다. 즉 가사의 의미를 음미하며 그 느낌을 충실하게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한 옥타브 안에서 진행되는 선율과 단순한 A-B 구조로 이루어진 이 성가는 누구나 편하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다만 A-B 구조 사이의 차별성을 두는 것이 중요한데, A 구조에서는 부드럽고 작게 속삭이듯이, B 구조에서는 보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을 노래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성가 진행에서 중간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늘임 표(Fermata)입니다. 이는 이 성가의 흐름을 잡아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에 중간 중간에 잠시 숨을 돌리 며 화제와 감정을 정리하듯이 말입니다. 마르코 복음서 14장 22-26절에서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마지막 만찬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식사를 함께 나눈다는 것은 하나의 가족이 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당신의 제자들을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닌,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부르고 계십니다. 2000년 전에 예루살렘의 한 이층 방에서 있었던 소박한 만찬은 이제 우 리 그리스도인에게 온전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식탁 앞에 함께 모여 앉았고 그분께서는 오늘도 미사를 통해 당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는 희생과 사랑을 다시금 보여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이유는 당신 사랑을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보여주고자 하신 애절한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분께서는 당신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사랑하는 사람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 ‘먹을 것’이 되어주는 것으로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예수님께 이토록 애절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 사랑 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떡과 술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먹을 것이 되어, 우리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시는 예수님의 애절한 사랑을 체험하며 생활하기를 희망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6월호,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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