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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음악 산책7: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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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06 조회수1,933 추천수1

[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7)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Elijah)’

 

 

- '천사로부터 물과 빵을 건네받는 예언자 엘리야'. 피터 폴 루벤스, 1625-28.

 

 

독일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Bartholdy, 1809~1847)은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결혼행진곡, 가곡 ‘노래의 날개 위에’, 교향곡 ‘이탈리아’ 등으로 유명하지만, ‘엘리야’와 ‘파울루스’ 같은 걸작 오라토리오도 남겼다. 열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조숙한 천재 멘델스존은 계몽주의 철학자인 조부(祖父)와 유다계 은행가인 아버지 밑에서 풍요롭게 자라났지만 어릴 때부터 병약해 고생을 했고, 결국 서른여덟 살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사도 바울로의 이야기를 담은 ‘파울루스 Paulus’가 1836년에 큰 성공을 거두자 오라토리오 작곡에 자신감을 얻은 멘델스존은 다음 오라토리오를 위한 소재들을 검토했다.

 

그러다가 구약성경 열왕기에 등장하는 예언자 엘리야 이야기에 마음이 끌려, 자기 스스로 성경 구절들을 조합해 ‘엘리야’의 대본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846년에 영국에서 초연되었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라토리오의 하나다.

 

“내가 섬기는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합니다. 내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는 앞으로 몇 해 동안 비는 물론 이슬 한 방울 이 땅에 내리지 않을 것이오.”

 

‘엘리야’의 첫 곡은 열왕기 17장 1절에 적혀 있는 이런 내용으로 시작된다. 엘리야 역은 중후한 저음의 바리톤 가수가 맡는다.

 

당시 이스라엘의 아합 왕은 페니키아 공주 이세벨과 결혼해 페니키아의 관습과 종교를 받아들이면서 다산(多産)의 신 바알(Baal)을 섬기게 되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엄격한 야훼에 비해 너그러워 보이는 이 신에게 빠져 야훼 신앙에 등을 돌렸고, 왕비 이세벨은 야훼의 예언자들을 박해하고 죽였다.

 

결국 바알 신의 예언자가 450명에 달했을 때 야훼의 예언자로 살아남은 사람은 엘리야 하나뿐이었다. 민족의 신앙이 송두리째 뿌리뽑히게 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엘리야가 택한 것은 전국의 가뭄이라는 극약처방이었다.

 

3년이 지나 가뭄과 기근으로 온 나라가 황폐해진 다음 엘리야는 아합 왕 앞에 나타나 하느님을 버리고 바알 신을 섬겼음을 비판한다. 엘리야의 제안에 따라 바알 신의 예언자들(합창단이 노래한다)은 황소를 제물로 바치며 ‘제물에 불을 붙여 달라’고 바알에게 기도한다.

 

멘델스존의 음악은 이 예언자들의 첫 번째 시도를 현악기와 목관악기로 경쾌하게 반주한다. 그러나 바알 신은 대답이 없다. 엘리야는 “더 크게 불러라. 너희들의 신이 여행을 갔거나 잠을 자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하며 이들을 조롱한다. 그러자 바알의 예언자들은 제단 위에서 춤을 추면서 두 번째로 바알을 외쳐 부른다.

 

이 부분에서 멘델스존은 합창단과 함께 금관악기가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으로 바알 신을 재촉하게 했다. 그래도 제물에 불이 붙지 않자 예언자들은 칼과 창으로 자해까지 해가며 미친 듯이 바알에게 부르짖는다. 그러나 역시 바알 신은 침묵할 뿐이다. 이 대목에 이르면 합창단과 타악기가 함께 예언자들의 신경질적인 광기를 표현한다.

 

바알의 예언자들이 탈진해 포기상태에 이르자 이번에는 엘리야가 앞으로 나선다. 백성들을 곁에 불러모은 뒤 그는 조용조용 정답게 야훼 하느님께 기도를 올린다.

 

“야훼여, 응답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백성이 야훼께서 하느님이심을 깨닫게 하소서.”

 

이에 이어지는 천사들의 4중창 ‘너의 걱정을 야훼께 맡겨라 Wirf dein Anliegen auf den Herr’는 귀에 익숙한 멘델스존의 성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내 삶의 모두여’의 멜로디로, 마음을 편안하게 가다듬어 주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곡이다. 드디어 엘리야의 제물에 불이 붙자 백성들은 야훼가 유일한 하느님이심을 믿게 되고, 바알의 예언자들은 모두 처형당한다. 다시 엘리야가 기도를 올리자 온 나라에 비가 내리고 백성들은 환호한다.

 

그러나 이세벨 왕비는 엘리야의 예언 때문에 기근이 들었던 것이라며 백성을 선동하고, 믿음이 약한 백성들은 어느 새 다시 왕비에게 동조하며 엘리야를 비난한다. 절망에 빠진 엘리야는 광야로 피신해 자신의 헛된 노력에 탄식하며 죽은 듯이 쓰러져 잠든다. 그때 세 천사(소프라노와 알토)가 엘리야 앞에 나타나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한 맑은 목소리로 ‘눈을 들어 산을 보라Hebe deine Augen auf zu den Bergen’를 노래한다.

 

“이 산 저 산 쳐다본다, 도움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 야훼에게서 나의 구원은 오는구나.

네 발이 헛디딜까 야훼, 너를 지키시며 졸지 아니하시리라”(시편 121장 1~3절).

 

40일을 걸어 호렙 산에 다다른 엘리야. 그곳에서 야훼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새로운 힘을 얻어 예언자의 사명을 다한 다음, 하늘에서 내려온 수레를 타고 승천한다. 모두들 포기하고 타협할 때 홀로 정의의 목소리를 칼날 같이 세운 엘리야의 모습을 멘델스존은 고요하고도 단호한 음악으로 그려냈다. 합창의 활력과 극적 효과가 특히 두드러진 걸작이다. [음악평론가 이용숙(안젤라)]

 

 

Tip

 

작곡가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 등으로서 당대 총아였다. 세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 의한 유명한 서곡을 쓴 것도 불과 17살 때. 어린시절부터 뛰어난 실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멘델스존은 바흐의 ‘마태오 수난곡’을 재현, 지휘하면서 지휘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1830년대 초반에는 유럽 각국을 여행하며 많은 음악적 영감을 쌓으며, 활발한 작곡과 연주 활동을 펼쳤다. 또 1835년에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이 관현악단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키는데 공헌했으며, 교육자로서 라이프치히 콘서바토리움을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F. 멘델스존은 예술음악과 교회음악을 접목해 교회 밖 연주회장에서 보다 활발히 이뤄지게 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다. 오라토리오 ‘엘리야’도 영국 버밍엄 음악제로부터 위촉받아 작곡된 대작이다.

 

‘엘리야’를 담은 음반 중에는 필립 헤레베게가 지휘하고 라 샤펠 로얄 관현악단이 연주한 음반(아르모니아 문디)이 뛰어난 연주와 음질로 호평받고 있다.

 

또 영국의 대표적인 지휘자인 리차드 히콕스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음반도 명반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헬무트 릴링이 지휘한 전곡 음반과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1947년 음원을 담은 음반과 헨델의 메시아와 한 CD로 엮은 음반도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해설과 함께 음악을 듣고 싶거나 멘델스존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지난 2006년 발매된 음반 ‘Listen & Lesson - Mendelssohn’(Grammophon)도 추천한다. ‘Listen & Lesson…’은 클래식옴니버스 음반으로 KBS의 한 클래식음악 프로그램이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두장으로 구성된 CD에는 멘델스존의 대표적인 곡을 담았으며, 곡과 곡 사이에 유명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가톨릭신문, 2008년 4월 6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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