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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음악 산책11: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Ave Ve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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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02 조회수4,541 추천수3

[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11)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Ave Verum)’


지상에서 미리 느껴보는 천상의 맛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1791)가 여덟 살 때 첫 번째 교향곡을 썼다는 사실을 놓고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차르트는 여덟 살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이런 천재는 발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천재인 것입니다. 그는 하늘이 완성시켜 이 땅에 내려보냈습니다.”

 

음악을 전혀 공부하지 않고도 마치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듯한 이 모차르트라는 천재는 서른여섯살 짧은 생애의 마지막 해였던 1791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그는 일찍부터 많은 미사곡과 연도곡, 칸타타 등의 교회음악을 작곡했지만, 결혼한 직후인 1783년에 ‘C단조 미사’를 작곡하다 중단한 뒤로는 교회음악을 작곡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삶의 마지막 해에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비하듯 성체찬미가인 ‘아베 베룸 Ave Verum Corpus’과 ‘레퀴엠 Requiem’을 작곡했다.

 

그밖에도 모차르트는 이 해에 프라하에서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를 초연했고, 빈에 돌아와서는 자신의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를 무대에 올렸다.

 

‘아베 베룸(KV618)’은 불과 3분 20초 남짓한 라틴어 합창곡이다. 첫 마디에 나오는 ‘아베’는 ‘안녕하세요’ 또는 ‘찬미 드립니다’라는 인사이고, ‘베룸’은 ‘진실한’ 또는 ‘참된’이라는 뜻. 그리고 ‘코르푸스’는 ‘몸’을 뜻한다.

 

“동정녀 마리아께서 나신 참된 성체께 찬미 드립니다 / 진실로 고통을 당하시고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성체여 / 찔리신 옆구리에서는 물과 피가 흘렀습니다 / 죽음의 시험이 닥칠 때 저희가 당신을 통해 천상을 예비하게 해주소서.”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처음 쓰여진 이 라틴어 시는 1300년 경에 교회기도문으로 받아들여졌고, 다양한 버전으로 퍼져나가면서 중세에 이미 작곡이 되어 노래로 불렸다. 1791년 늦봄부터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빈 근교의 휴양지 바덴에 가 있었고, 그곳에서 아들 프란츠 크사버 볼프강 모차르트를 출산했다.

 

이 시기에 빈에서 일하면서 몇 차례 아내를 만나러 바덴에 갔던 모차르트는 그 도시에서 합창 지휘자로 일하던 친구 안톤 슈톨을 위해 이 모테트 ‘아베 베룸’에 곡을 붙여주었고, 이 곡은 이 해 성체성혈대축일이었던 6월 17일에 바덴에서 초연되었다.

 

이 곡의 악보에 모차르트는 ‘소토 보체sotto voce’(부드럽고 여린 소리로)라는 한 마디만을 써넣었다. 악보 위에는 다른 어떤 연주 지시도 적혀 있지 않다.

 

그래서 지휘자의 곡 해석에 따라 연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 곡이다. 네빌 마리너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연주를 비교해보면 이런 차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감상자가 듣고 싶어하는 음악은 한없는 평화로움과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마리너의 ‘아베 베룸’일 것이다. 그러나 아르농쿠르는 조금은 거친 듯한 음색으로 이 곡의 소박함과 간절함을 부각시켰다.

 

단순한 멜로디를 지닌 이 곡은 4성부 합창 및 현악기와 오르간의 반주만으로 이루어진다. 모차르트가 이처럼 작품을 심플하게 만든 것은 친구 안톤 슈톨이 이끄는 합창단의 규모를 고려한 탓이기도 하지만, 계몽적인 개혁을 원했던 당시 오스트리아 군주 요제프 2세의 지향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요제프 2세는 민중의 소박함을 담은 ‘오스트리아적’인 음악을 원했고, 특히 교회음악은 텍스트가 명료하고 길이가 짧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1780년대 중반부터 그가 작곡한 기악곡들과 비교해보면 모차르트는 이 ‘아베 베룸’을 기점으로 작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은 당연히 이 곡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음악평론가 알프레트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과 ‘레퀴엠’을 비교하며 “하나는 소품이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완성되었고, 다른 하나는 대작이지만 미완성으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모차르트 외에도 윌리엄 버드, 에드워드 엘가, 카미유 생상스 같은 작곡가들이 이 ‘아베 베룸’을 작곡했다. 특히 죽음의 순간에 성체께서 도움을 주시기를 간구하는 마지막 행 때문에 이 곡은 종종 장례예절에 사용된다. 작년에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파바로티의 사랑을 받았던 시각장애인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이탈리아 모데나시의 장례미사 때 이 노래를 불렀다.

 

명료하고 강렬한 감동으로 복잡한 마음을 정결하게 비워주는 ‘아베 베룸’.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음악과 더불어 가슴에 사무치는 이 곡은 수많은 모차르트의 대작을 물리치고 ‘최고의 작곡가가 남긴 최고의 작품 opus summum viri summus’이라는 평론가들의 찬사를 얻으며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애창되고 있다. [음악평론가 이용숙(안젤라)씨]

 

 

Tip

 

지난 2006년 전 세계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가운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는 세계적인 거장 니콜라스 아르농쿠르와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아놀드 쇤베르크 합창단이 모차르트의 종교음악을 들려주는 역사적인 음악회가 펼쳐졌다.

 

지휘자 아르농쿠르는 고(古)음악 연주와 모차르트곡 해석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방한에 앞서 한 일간지의 인터뷰를 통해 “모차르트는 다른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으나 다른 예술가들과는 전혀 다른 예술가였다. 무엇보다 ‘베즐레 편지’와 같은 것은 당시 사람들이 모두 썼지만 ‘아베 베룸 코르푸스’는 단 한 사람만 쓸 수 있었다. 모차르트는 결정적인 것을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음악가였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아베…’는 가톨릭성가 194번 ‘성체안에 계신 예수’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워낙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영화 ‘로렌조 오일’에 삽입되면서 더욱 대중화된 곡이기도 하다. 2006년 영국의 대표적인 라디오 클래식방송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와 ‘레퀴엠’에 이어 ‘아베…’가 3위에 꼽히기도 했다.

 

추천음반으로는 단연 아르농쿠르가 지휘하고 콘첸투스 무지쿠스와 아놀드 쇤베르크 합창단이 연주한 음반(Teldec)이 꼽힌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이탈리아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지휘, 빈소년합창단 연주로 녹음된 음반(EMI)도 잘 알려져 있다.

 

또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편집음반 ‘베스트 모차르트 100’(EMI)에서는 ‘아베…’를 비롯해 모차르트의 대표곡을 총망라해, 크리스토퍼 로빈슨이 지휘하고 세인트 존스 컬리지 합창단이 연주한 DVD(Aulos Music)에서는 모차르트의 ‘아베…’를 비롯해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 등 귀에 익숙한 종교음악을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08년 6월 1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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