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회음악 산책12: 남미의 역사를 노래하는 미사 크리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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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8-06-16 | 조회수2,057 | 추천수2 | |
[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12) 남미의 역사를 노래하는 ‘미사 크리올라(Misa Criolla)’ “남미 토속적 정서가 물씬 밴 미사곡”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 제 119항은 이렇게 가르친다 : “어떤 지방 특히 포교 지방의 국민들은, 그들의 종교 생활이나 또는 사회 생활에 있어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고유한 음악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종교적 감정을 형성하기 위해서나, 그들의 특성을 전례에 적응시키기 위해서 그들의 음악에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자리를 부여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선교사들에게 음악적 교양을 습득케 하는 데 있어서는, 그들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 국민의 전통적 음악을 학교에서나 거룩한 행사에서 장려할 수 있게 되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세기,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미사 전례를 라틴어 뿐 아니라 각 나라의 언어로 거행하게 됨에 따라 그레고리오 성가, 다성 성가, 종교적 대중 가곡과 함께 각 국민의 전통적 음악이 가톨릭 전례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것을 허용, 장려되었다.
그 결과로 다양한 전통적 미사곡이 작곡, 사용되고 있다 : 아프리카의 정서를 담고 있는 ‘미사 루바’, 스페인의 플라멩코 음악을 담고 있는 ‘미사 플라멩카’, 남아메리카의 전통 음악을 주제로 삼은 ‘미사 크리올라’, 그리고 ‘미사 안디나’, ‘미사 탱고’ 등 각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고유한 미사들이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국악 미사’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사 크리올라(Misa Criolla)는 아리엘 라미레즈(Ariel Ramirez)가 작곡한 곡으로서, 남아메리카의 민속음악을 음악적 소재로 삼고 있다. 여기서 미사 제목의 기원인 ‘크리올’ 혹은 ‘크리올료’는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식민지로 다스리던 곳에서 태어난 백인 혹은 정복자 백인과 흑인 사이의 혼혈을 의미한다.
이 미사곡은 1963년에 카스틸리아어(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중북부 스페인)로 작곡되어 곧 라틴 아메리카의 가톨릭 교회의 승인을 얻어 미사곡으로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40명 이상의 합창단, 솔로 성악가, 오르간이나 피아노, 차랑고, 구에나, 시쿠, 라틴 아메리카의 전통 타악기 등으로 연주되는 이 곡은 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신경(Credo), 거룩하시도다(Sanctus), 그리고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로 구성된다.
자비송(Kyrie)은 ‘비달라-바구알라’(Vidala-baguala)라는 안덱스 산지의 민속 음악을 소재로 하여 황량하고 적막한 고원지대를 묘사한다. 그 안에서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노래하고 있다.
대영광송(Gloria)은 ‘카르나발리토-야라비’(Carnavalito-yaravi)라는 4분의 2박자의 단조 음계를 사용하면서, 볼리비아, 페루의 고원에 사는 인디오들의 춤곡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신경(Credo)은 아르헨티나 민속음악인 ‘차카레라 트룬카’(Chacarera trunca)의 리듬을 사용하고 있고, 특히 곡의 마지막 부분에 반복되는 ‘아멘’이 매우 인상적이다.
거룩하시도다(Sanctus)는 ‘카르나발 코카밤비노’(Carnaval cochabambino) 양식으로 다시금 대영광송의 축제적 분위기가 나타난다.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에서는 아르헨티나의 팜파 특유의 양식인 ‘에스틸로 팜페아노’(Estilo pampeano) 속에서 하느님께 대한 절실한 의탁과 평화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하고 있다.
미사 크리올라가 갖는 남아메리카의 토속적인 정서와 음악적 소재, 그리고 민속 음악이 갖는 심오한 단순함은 이 미사곡이 단숨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데 충분하였다. 여기에는 이 미사곡을 노래한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에디뜨 피아프 이후 대중 음악계의 가장 위대한 사건”이라는 찬사를 받은 그녀의 명성 역시 한 몫을 하였다.
메르세데스 소사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의 군부 독재시대에 벌어진 ‘더러운 전쟁’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 충만한 감정, 창조적 영혼으로 양심과 정의, 그리고 희망을 노래함으로써 희망과 위로를 선사하였던 가수이다.
‘누에바 깐시온의 거인’이라는 별명을 얻는 그녀는 군부 독재에서 체포와 석방을 되풀이 하였고, 결국 스페인으로 망명하기도 하였다. 아르헨티나의 군부 독재가 종식된 후 다신 돌아온 그녀에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눈물과 함께 끝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러한 미사 크리올라는 ‘미사곡’이라는 음악적 장르를 넘어서, 아르헨티나의 음악적, 정서적 소재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역사에 배어있는 아픔과 희망을 가장 절실하게 표현한 기도일 것이다.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Tip
미사 크리올라의 감상을 돕기 위해 먼저 영화 ‘미션(The Mission)’을 떠올려본다.
남아메리카 밀림 속,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알리러 들어갔던 가브리엘 신부는 선교에 우선해 원주민들과 친밀감을 갖는 방법의 하나로 음악을 시도했다. 특히 영화 안에서 가브리엘 신부가 원주민들과 함께 그네들의 토속악기와 고유한 노래로, 북치고 피리 불며 미사를 봉헌하던 모습은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미사 크리올라의 면면 또한 영화 속 미사 장면과 크게 다르진 않다.
미사 크리올라는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울려퍼지면서 대중에게 더욱 강하게 각인됐다.
이 미사곡의 화음은 성악가 솔리스트 외에도 40여 명 이상의 합창단의 목소리로 만들어진다. 아마존 밀림 속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육중한 북소리가 귀를 열면 피아노와 어코이언을 비롯해 볼리비아 팬플루트, 다섯 개의 이중 현을 가진 기타의 일종인 차링고와 통나무로 만든 플롯인 쿠에나, 각종 라틴아메리카의 전통 타악기들이 절묘한 앙상블을 이뤄낸다.
미사 크리올라가 공식적으로 녹음된 첫 음반이자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1987년 녹음된 호세 카레라스의 목소리가 담긴 음반(Phillips)이다. 카레라스는 당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지지를 받으며 세계적인 무대를 휩쓸며 활동하던 시기였지만, 갑작스레 백혈병 선고를 받는다. 이 음반은 백혈병으로 쓰러지기 직전 녹음한 것으로 더욱 큰 의미가 부연돼왔다. 또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아리엘 라미레즈는 이 음반 녹음에서 피아노 등을 연주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음반으로는 메르세데스 소사의 목소리, 리카르도 해그먼의 지휘로 1999년 발매된 음반(Decca)을 꼽는다. [가톨릭신문, 2008년 6월 15일, 주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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