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회음악 산책25: 루이스 바칼로프의 미사 탱고(Missa Tang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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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9-02-15 | 조회수2,400 | 추천수1 | |
[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25) 루이스 바칼로프의 ‘미사 탱고(Missa Tango)’ “고향과 영원한 삶에 대한 그리움”
- 바칼로프는 자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탱고의 리듬'을 끌어안아 인간의 '근본적인 갈망'으로 승화시킨다. 남미 출신 선교사들이 미사 중 남미 전통 악기로 성가를 부르고 있다. - 1997년 미사 탱고를 작곡한 루이스 바칼로프(Luis Bacalov)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933년 태어났다.
‘탱고’의 근본적인 사상은, 고향을 잃은 감정, 뿌리가 잘려나간 심정, 실향민의 애절함, 그리고 안주할 수 없는 불안감에서 기인합니다. 이러한 불안정성과 두려움은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불완전성이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결국 하느님께서만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영원한 삶에 대한 그리움과 바라봄일 것입니다.
고향을 떠난 개인적인 애절함, 나아가 인간이 가지는 근본적인 불완전성을 ‘탱고’라는 음악적인 언어로 승화시킨 작품이 바로 ‘미사 탱고’(Misa Tango)입니다.
1997년 미사 탱고를 작곡한 루이스 바칼로프(Luis Bacalov)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933년 태어났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영화음악가로서 활동하는 그는 특히 영화 ‘일 포스티노 (Il Postino)’의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아르헨티나 출신이면서 로마에 살고 있는 작곡가는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한 그리움으로 ‘탱고의 리듬’을 끌어안아 인간의 ‘근본적인 갈망’으로 승화시킵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최초의 나의 생각은 두려움이고, 점차로 그것이 발전해 나간다. 그러면서 탱고가 얼마나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나에게 명확해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종교에도 불구하고, 오직 한분의 신만이 우리 모두를 위해 계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이렇게 전례적인 미사를 스페인어와 아르헨티나의 탱고 리듬에 따라 작곡된 ‘미사 탱고’는 결국 바칼로프의 의지대로 아브라함의 믿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다교 모두를 아우르기 위하여 미사 통상부분의 본문 중에 ‘그리스도’에 해당하는 부분을 줄여서 다음과 같이 다듬었습니다.
자비송(Kyrie)에서는 ‘그리스도’ 부분이 생략되고 ‘주님’에 대한 호칭만 남습니다. :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대영광송(Gloria)도 짧게 줄였습니다. :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사람들에게 평화. 당신을 기리나이다.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주님이시고 하느님이시며, 하늘의 왕이시여.”
신경(Credo)에서는 오직 ‘한 분 하느님’으로만 내용을 한정시킵니다. : “한 분이신 하느님, 전능하시고 하늘과 땅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아멘.”
거룩하시도다(Sanctus)의 본문도 유사하지만 어느 정도 수정되었습니다. :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우주의 주님이신 하느님, 하늘과 땅에 당신의 영광이 가득하도다!”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에서는 독특하게도 ‘그리스도’에 대한 표현인 ‘하느님의 어린양’이라는 용어를 계속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 아!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미사 탱고’에 있어서 아르헨티나의 독특한 악기인 ‘반도네온’(Bandoneon)의 울림은 거의 도입 동기(Leitmotiv)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자비송’(Kyrie)의 시작부분에서, 합창단이 부르는 ‘주님’(Senor)을 반주하는 현악기의 긴 울림에 이어 반도네온의 연주가 울려 퍼지며 이 곡의 독창적 분위기가 물신 베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자비송 전반에 걸쳐 반도네온의 음색이 지배하다가, 마지막 부분에 현악기의 솔로 연주가 이 역할을 넘겨받습니다. ‘대영광송’, ‘신경’, ‘거룩하시도다’, 그리고 ‘하느님의 어린양’에서는 첼로와 피아노가 반도네온과 함께 어울리는데, 특히 ‘대영광송’과 ‘신경’에서는 피아노가 더욱 돋보이며 반도네온과 대화하듯 연주됩니다. 그리고 ‘거룩하시도다’에서는 반도네온이 솔로 첼로를 넘어서서 멜로디를 연주하고, ‘하느님의 어린양’에서 역시 반도네온의 주도적인 역할이 계속됩니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추어 합창단과 메조소프라노 그리고 테너의 노래로써 ‘미사 탱고’의 인간적이고 종교적인 면모가 음악적으로 표현됩니다.
‘미사 탱고’를 지휘한 정명훈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음악이 높은 수준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쉽게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음악의 힘이다.”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Tip
‘미사 탱고’를 만든 루이스 바칼로프는 엔니오 모리꼬네와 함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영화음악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다섯살 때부터 피아노 연주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던 바칼로프의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그의 본격적인 음악 인생은 모국인 아르헨티나가 아닌 이탈리아에서, 또한 피아니스트가 아닌 팝음악 편곡자로 이름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또 영화음악계에서 대단한 경력을 쌓아왔지만, 엔니오 모리꼬네의 조수이자 공동작업자로도 활동했던 이력 때문에 늘 모리꼬네와 비교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1996년 아카데미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영화음악가로서 뿐 아니라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까지 새로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미사 탱고’를 담은 대표적인 음반으로는 도이치 그라마폰 1999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녹음, 제작한 것이 꼽힌다. 정명훈의 지휘로 헥토르 울리시스 파사렐라가 반도네온 연주에, 미사 탱고의 작곡가인 루이스 바칼로프가 피아노 연주에 직접 나섰다. 또 미사 크리올라에서는 호세 카레라스가 열창했듯, 이 미사 탱고에서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멋스런 음색을 선보인 음반이다. 한동안 국내에선 구하기 어려웠지만, 2007년부터는 각종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보너스 트랙에는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랩소디 등을 담아 더욱 눈길을 끈다.
덧붙여 이 곡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반도네온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반도네온은 넓게는 아코디언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양쪽의 사각형 상자를 연결하고 있는 주름 부분을 열고 닫아 공기를 불어넣는 점이 비슷하다. 그러나 양쪽의 수많은 단음 단추들을 눌러 화음을 연주하는 형식으로 피아노 이상으로 연주가 어려운 편이다.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악기는 초기에는 독일의 지방음악과 교회음악 연주를 위한 오르간 대용으로 쓰였다. 해외 선박 선원들에 의해 아르헨티나에 전해져 지금의 ‘반도네온’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가톨릭신문, 2009년 2월 15일, 주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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