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가 이야기: 제대로 된 음악지도자를 양성합시다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최병철] Ave Maria; Schubert - 최병철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2-11-17 | 조회수3,737 | 추천수1 | |
[성가 이야기] 제대로 된 음악지도자를 양성합시다 대구대교구 5대리구는 2012년 10월 5일자 공문을 통해 대리구의 청년협의회 주최로 청년성가합창제를 내년 1월 19일에 개최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공문은 “전통적인 가톨릭 성가의 보존과 활용, 성가합창을 통한 능동적인 전례 참여와 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라고 그 의도를 밝히고 있습니다. 지정곡은 ‘가톨릭성가’에 수록된 전통 성가 6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청소년과 청년미사 때 교회의 전통적인 성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전례와는 별 연관도 없는 소위 신나는 노래들이 미사 중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생활성가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사전례에는 전통적인 성가와 현대풍의 성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전례음악가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만 자리 잡고 세속풍의 노래가 난무하면서 신자들의 기도를 도와주기보다는 연주의 행태만 보여주려는 작금의 미사 풍경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1) 좋은 교회음악 지도자 양성이 시급합니다. 교회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는 훌륭한 성가의 작곡도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일선 본당에서는 기존에 작곡된, 이미 성가집에 포함되어 있는 성가만이라도 제대로 부를 수 있도록 가르쳐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더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같은 성가를 부르더라도 가르치는 지휘자에 따라 노래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엄청난 차이의 감동을 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곡이 있으면 뭘 합니까? 작곡자의 의도대로 곡을 해석하지도 못하고, 부르지도 못한다면 말입니다. 지금 대구대교구의 경우, 얼마나 많은 본당에서 음악을 전공한 분들이 실제로 지휘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도 사례비 같은 문제 때문에 무상으로 봉사할 수 있는 아마추어 지휘자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투자하시면 되는데 말입니다. 일반 음악을 전공한 지휘자들의 경우, 전례 또는 전례음악에 대해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례 안에서 음악을 담당하는 분은 음악적인 재능 역시 좋아야 하겠지만, 전례에 관한 공부 역시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전례에 관한 공부를 거의 안 하시죠. 제가 25년 동안 ‘대구가톨릭음악원’을 운영해 왔지만 일반음악을 전공한 본당 성가대 지휘자들이 공부하러 오는 분들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그 지휘자가 지도하는 본당의 미사전례는 음악적으로는 훌륭할지 몰라도 전례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본당의 음악을 책임지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본당 성가대를 연습시키는 데에만 힘을 쏟을 뿐, 신자들에게 성가를 가르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신부님들은 미사 전에 신자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고 가르치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주체는 성가대가 아니고 하느님의 백성, 즉 미사에 참례하는 모든 분들입니다. 신자들에게서도 참된 찬미가를 노래하도록, 그리고 능동적으로 성가를 부르도록 가르치고 이끌어야 합니다. 2)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지도자를 양성해야 합니다. 음악적인 기술이나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젖어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주일학교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교회음악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 음악전공자를 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목하던 어떤 본당에서 저는 한 달에 한 번 어린이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미사분위기는 어느 본당과 마찬가지로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거의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리코더를 배운다는 점에 착안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리코더를 가지고 오게 하였고, 미사 중에 그들로 하여금 성가반주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리코더 합주에 참가하였습니다. 노래 부르기를 더 좋아하는 학생들이나 성가대는 친구들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했습니다. 학생들은 집중하여 미사에 열중할 수 있었고, 자신들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기쁨으로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츰차츰 학생들의 성가소리는 활기를 띠게 되었으며, 리코더 연주 역시 정말 아름다운 기도임을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에 바이올린이나 첼로, 플루트 등 다른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미사는 실로 아름다운 봉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좀 더 다른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성가집에 포함된 노래 중 전통적인 성가의 경우, 가톨릭성가집에서 보듯이 주로 4성부로 작곡되어 있습니다. 이런 곡들을 중·고등학생들이 4부 합창으로 노래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학생들의 성역과 악보를 볼 수 있는 실력은 고려하지 않고 음악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하여 어렵게 작곡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마 학생들이 이런 성가 한 곡을 4부로 제대로 노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4시간의 연습이 필요한 형편입니다. 배우기가 어려워 잘 부를 수도 없는 한 곡을 위해 오랜 시간을 견디어 내기 힘든 학생들입니다. 반면 개신교의 찬송가들은 학생들의 음악 실력에 맞게 아주 쉬운 기본 화성만을 사용하여 곡을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짧은 시간에 곡을 배우고 합창을 함으로써, 음악의 맛, 화성의 맛, 하모니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음악 하는 맛을 느끼게 된 학생들은 많은 경우에 음악을 전공하기에까지 이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합창단이나 각 지역 도시에 있는 큰 합창단의 경우, 단원의 90% 정도가 개신교신자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 작곡가들도 학생들을 위해 기존의 성가곡들을 쉽게 편곡하여 학생들이 음악을 좋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중·고등학생 때 성가 부르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던 가톨릭교회 신자 학생들과, 찬송가의 합창을 통해 음악의 맛을 본 개신교 학생들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미사 때에 부르는 성가가 학생들을 지치게 만들 경우, 그들에게는 음악이 즐기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이 되어 기피의 대상은 될지언정 평생 음악을 사랑하도록 이끌지는 못할 것입니다. 가톨릭교회 신자학생이라고 음악적인 재능이 개신교 학생들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음악적 재능이 있는 신자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음악에 맛들일 수 있도록, 더 나아가 평생토록 음악을 사랑하고, 교회 안에서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주일학교나 교회가 계획을 세우고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월간빛, 2012년 11월호, 김종헌 발다살 신부(한티순교성지 관장 · 대구가톨릭음악원 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