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톨릭 성가 109번: 귀여운 아기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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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2-11-26 | 조회수5,051 | 추천수1 | |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109번 “귀여운 아기들”
사람이 되신 아기 예수님의 신비에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성탄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가진 기념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교회가 12월 28일에 지내는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전해들은 헤로데가 자신의 왕권에 위협을 느끼고, 이스라엘 전 지역의 어린 아기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살해한 잔악한 사건을 전하는 복음 말씀(마태2,13-18)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초세기 교부들은 이때 억울하게 죽은 아기들의 희생을 순교로 이해하였습니다. 곧 희생된 어린 영혼들은 말없이 피를 흘림으로써 사람이 되신 아기 예수님의 신비와 영광을 증언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은 자신의 탐욕 때문에 어린 영혼들을 짓밟았던 헤로데의 잔악함을 통해 우리 안에 숨어있는 어둡고 무서운 마음을 성찰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고귀한 피조물로 탄생되었지만 그분의 섭리 안에서 생명을 봉헌한 어린 영혼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가톨릭 성가 109번 “귀여운 아기들”을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내림 마장조에 2/4박자 리듬인 이 성가는 경쾌하고 빠른 선율로 진행됩니다. 성가의 첫 머리에 표기되어 있는 ‘Allegretto semplice’는 ‘조금 빠르며 단순하고 꾸밈없이’라는 의미로, 이 성가의 전반적인 느낌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첫 마디부터 끝까지 4분 음표 한 개와 8분 음표 두 개가 연속되는 선율 구조로, ‘강-약-약’의 셈여림이 단순한 반복을 형성하여 자연스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속도감을 자아냅니다. 이 성가는 첫 번째 마디부터 아홉 번째 마디까지를 A부분, 그 이후 마디를 B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A-B 구조의 선율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다른 성가와의 차별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p(piano, 여리게)의 셈여림으로 노래하는 것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성가 가사에 담겨 있는 아기들의 연약하고 귀여운 느낌을 표현하려는 일종의 음악적 장치라 생각합니다. 이 성가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어느 겨울날 설레고 부푼 가슴을 안고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 가는 ‘조심스럽고 경쾌한 발걸음’을 표현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실 어느 시대나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나약한 어린이들에 대한 폭력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는 기성세대의 이기적인 욕심과 무관심 때문이며, 기성세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일종의 자학이라 생각합니다. 즉 오늘날 이혼이나 가정 폭력 등의 가정 파괴 현상과 인공 유산 등의 생명 경시 현상의 일차적 희생양은 바로 어린이라는 말입니다.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부도덕한 인간적 판단에 따라서 제2의 헤로데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어렵지만 실천하는 제2의 요셉이 될 것인지를 결단하게 하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 아기 예수님을 요셉 성인과 성모님에게 잠시 맡겨 주신 것처럼, 우리의 자녀들도 사실 하느님의 자녀이며 지상 여정 중에 우리 가정에 맡겨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또한 우리 자녀들은 우리의 현재이며 미래입니다. 우리 자녀들의 영혼 역시, 하느님의 손으로 빚으신 고귀하고 순결한 영혼이며 결국에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야 할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달의 성가’와 함께하며 소중하고 즐거웠던 지난 두 해의 추억에 감사드립니다. [길잡이, 2012년 12월호,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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