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톨릭 성가 102번: 어서 가 경배하세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10월2013년성가번호5가지 양식 선정 김아릭수 9월16월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04-02 | 조회수5,711 | 추천수0 | |
[계절의 성가] 가톨릭 성가 102번 “어서 가 경배하세”
성탄 성가를 어느 달에 넣어야 할까 하고 고민을 해보았지만 마땅한 달이 없었습니다. 12월은 대림시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1월은 6일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만 성탄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계절의 성가에 성탄 성가가 빠진다면 말이 안되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애창 성가 1번으로 ‘어서 가 경배하세’를 소개합니다.
까까머리 중학생 때의 일입니다. 어느 핸가 학년말 음악시험 날이었습니다. 음악선생님께서는 실기 시험곡으로 한명씩 앞으로 나와서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제 차례가 왔습니다. 저는 앞으로 나가서 “아데스데 피델레스 래띠 뜨리움판떼스 (Adeste fideles laeti triumphantes)”하고 라틴어 가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디서 들은 듯 한데 잘은 모르겠고, 그러나 우렁찬 제 노래에 95점을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음악선생님의 관심권에 든 소수의 학생 중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아이들 표현을 빌린다면, 그날 ‘떴습니다’. 그 라틴어 노래는 바로 우리 가톨릭성가 ‘어서 가 경배하세’였습니다. 본당에서 복사를 하면서 성가대의 성탄 성가 연습을 훔쳐볼 기회가 많았고, 그 덕분에 뜻도 모르는 라틴어 가사를 자동적으로 외울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성가가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마다 수록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이들에게 익숙하지만, 50여 년 전에는 성당에서만 불렸습니다.
가끔씩 우리나라 개신교 문헌들에는 ‘참 반가운 신도여’라고 제목을 쓰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번역입니다. 첫 구절을 직역하면 ‘신자들이여 기뻐하고 환호하며 베들레헴으로 갑시다.’라 하겠고, 우리 성가집의 번역은 잘된 것입니다.
예전의 표준판 그레고리오 성가책이었던 Liber Usualis(통상성가책)에도 예외적으로 오선악보로 실려 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가톨릭교회 성가입니다. 그 책에는 전해오는 선율이라고만 하고 특정한 작곡자의 이름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성가책에는 악보 상단에 작곡자가 John Francis Wade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마도 편곡자라고 생각됩니다. 이 성가는 다른 성가들처럼 거룩하고 곱게 노래하는 것보다는, ‘어서 가 경배하세(Venite, adoremus)’라는 가사가 의미하듯이 활발하고 씩씩하게 부르는 편이 더 좋습니다. 합창단이 노래해도 좋지만, 대개의 캐럴 음반에서 들을 수 있듯이 독창자들이 녹음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따라서 신자들이 개창으로 노래해도 충분히 음악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가사의 내용처럼 스스로도 성탄의 기쁨에 이끌려 주님께 나아가며 이웃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마음으로 노래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8년 1월호, 백남용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