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톨릭 성가 77번: 주 천주의 권능과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18번 골고타 언덕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09-09 | 조회수3,800 | 추천수0 | |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77번 "주 천주의 권능과"
제가 신학생일 때 신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장엄미사가 있을 때마다 부르던 성가가 있습니다. 가톨릭 성가책 77번 ‘주 천주의 권능과’가 바로 그 곡입니다. 당시 선배로부터 ‘감사가’라는 별칭이 있다는 것 정도만 듣고 막연히 알고 있었던 성가였습니다. 왜 이 성가가 ‘감사가’라고 불리는지 별 의문 없이 그저 특별한 미사나 행사에서 많이 부르는 곡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여러분의 본당에서는 이 성가를 자주 부르시나요? 알파(A)요 오메가(Ω)이신 하느님, 즉 ‘시작도 마침도 없으신 위대하신 하느님’이라는 후렴을 지닌 이 성가는 우리 교회 내 굉장히 오래된 유명한 기도문 ‘사은 찬미가(Te Deum)’와 관련이 있는 가사로 이루어져 있어 ‘감사가’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습니다. 이 성가는 1774년 비엔나에서 이그나츠 프란츠(Ignaz Franz) 신부님이 펴냈던 가톨릭 성가집(Katholisches Gesangbuch)에 처음 등장하는데, 우리 성가책에는 작곡자가 피터 리터(Peter Ritter)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태이며 그가 가장 유력하게 여겨지는 작곡자라고 합니다.
피터 리터는 1763년에 독일의 만하임에서 출생하여 첼로를 배우며 음악을 시작합니다. 후에 그는 만하임 오페라 극장의 음악 감독이 되기도 합니다만, 알고 보면 그는 성가만 작곡한 것이 아니라 세속음악으로 더 많이 알려진 작곡가입니다. 만하임이라는 도시에는 ‘만하임 악파’라고 불리는 음악가들이 오케스트라만의 순수음악인 교향곡이 탄생되는 데에 큰 기여를 한 오케스트라 연주 테크닉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었는데, 피터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피터가 만든 선율에 가사를 넣어 성가로 만든 이그나츠 프란츠는 1719년에 실레지아(Silesia, 지금의 폴란드와 독일 국경지역)에서 출생한 가톨릭 사제이면서 성가 작사가, 성가책 편찬자였습니다. 1753년에 그로스-글로가우(Gross-Glogau)라는 곳에서 사목활동을 하다가 1766년에 브레슬라우(Breslau)의 교회법원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는 1774년 당시 신성로마제국 프란츠 1세의 황후였지만 실제로 여왕 혹은 여제로 군림했던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헌정하는 가톨릭 성가책을 편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성가책에 ‘사은 찬미가(Te Deum)’를 독일어로 번역한 가사 ‘위대하신 하느님, 저희가 당신을 찬미합니다(Grosser Gott, wir loben Dich)’ 를 만들어 성가 한 곡을 넣었는데, 이 성가를 번역하여 수록한 곡이 바로 우리 성가책의 77번 ‘주 천주의 권능과’입니다.
‘테 데움 라우다무스(Te Deum Laudamus)’라고도 불리는, 이 성가의 모체가 되었던 기도문 ‘테 데움(Te Deum)’은 ‘감사가’ 혹은 ‘성 암브로시오의 사은 찬미가’라고 불립니다. 알려지기로는 성 암브로시오(약 339년경~397년)께서 지었다고 합니다만, 성 아우구스티노(354년~430년)께서 지었다고도 하고, 오늘날의 학자들은 4세기 후반이나 5세기 초에 니케타(Nicetas)라는 주교님이 지었을 것으로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 암브로시오의 사은 찬미가’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일반적으로는 암브로시오 성인이 지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기도문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사도신경의 것을 따르고 있는데, 성부, 성자, 성령의 순서대로 찬미하며 교회인 우리들에 대한 간구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는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기도문의 하나이며,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베르디, 브루크너 등을 비롯한 대단히 많은 유명 작곡가들이 이 기도문을 가사로 음악을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문근 신부님이 만드신 곡이 있어 종종 불리곤 합니다. 이 기도문은 현재 일반 본당에서는 거의 기도하는 일이 없으나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주로 바치는 성무일도에서 주일과 대축일, 그리고 축일에 제2독서와 응송을 바친 후에 기도하고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우리 교회의 전통 기도문이기에 여러분께 전문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찬미하나이다. 우리 하느님, 주님이신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영원하신 아버지를 온 세상이 삼가 받들어 모시나이다. 모든 천사 하늘들과 그 모든 능한 이들, 케루빔과 세라핌이 끊임없이 목청을 높이어 노래 부르오니, 거룩하셔라 온 누리의 주 하느님 거룩도 하시어라. 엄위로운 당신의 영광, 하늘에 땅에 가득도 하시어라. 영광에 빛나는 사도들의 대열, 그 보람 뛰어나신 선지자의 대열, 눈부시게 무리진 순교자들이, 아버지를 높이 기려 받드나이다.
땅에서는 어디서나 거룩한 교회가, 그 엄위 한량없는 아버지를 모셔야 할 친 아드님 당신 외 아드님을, 아울러 위로자 성령을 찬미하나이다. 영광의 임금이신 그리스도님, 당신은 아버지의 영원하신 아드님, 인간을 구하시려 몸소 인간이 되시고자, 동정녀의 품안을 꺼리지 않으셨나이다. 죽음의 가시를 쳐버리시고, 믿는 이들에게 천국을 열어 주셨나이다. 지금은 하느님의 오른편 아버지의 영광 안에 계시어도, 심판하러 오시리라 저희는 믿나이다.
보배로운 피로써 구속받은 당신 종들, 우리를 구하시기 비옵나니, 저희도 성인들과 한몫에 끼어, 영원토록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주여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고, 당신의 기업을 강복하소서. 그 백성 당신이 다스리시고, 영원까지 그들을 이끌어 주소서. 나날이 주님을 기리는 우리, 세세 대대 당신 이름 기리오리다. 비오니 주님 저희를 지키시어, 이 날에 죄 없도록 하여 주소서.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당신 자비를 저희에게 내리시어, 당신께 바란 대로 되게 하소서. 주님 저희 당신께 바랐사오니, 영원토록 부끄럼이 없으리이다.
아름다운 성가가 많이 있지만 본당에서 특별한 행사나 장엄미사를 거행할 때에는 이 성가가 가장 합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0년 9월호, 이상철 신부 (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