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음악의 세계: 전례성가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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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1-01-16 | 조회수3,956 | 추천수3 | |
전례음악의 세계 - 전례성가란?
모든 음악이 그러하듯이, 가톨릭교회의 공적인 예배인 전례와 연관된 전례음악 또한 크게 두 개의 범주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악기의 연주’와 ‘가사를 노래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전례 안에서의 악기의 연주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이번 호에서는 먼저 전례음악 중에서도 특히 가사(텍스트)를 노래하는 “전례성가”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흔히들 전례성가라고 하면 ‘전례 안에서’ 노래하는 것을 생각합니다만, 사실 전례성가는 ‘전례를’ 노래하는 것입니다. “창(唱)미사”가 미사 자체를 노래하는 것을 의미하지, 미사 중에 노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전례를 노래한다는 말은 그날의 전례거행을 위해 주어진 전례텍스트, 곧 전례문(典禮文)을 노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례문에는 그날 미사의 입당송이나 영성체송과 같은 “고유문(固有文; Proprium)”이 있는가 하면, ‘자비송’, ‘대영광송’, ‘거룩하시도다’와 같은 “통상문(通常文; Ordinarium)”도 있고, 인사말이나 권고, 기도문과 같은 “집전자의 노래”도 있습니다.
전례성가란 바로 이러한 전례문들에 적합한 선율을 입힌 노래입니다. 음악의 형식을 통해 말씀은 전례 안에서 더욱 생기있게 울려 퍼지게 되며, 이로써 하느님의 영광과 신자들의 성화라는 전례 고유의 목적은 더욱 효과있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이러한 성음악의 전통이 기도를 더욱 감미롭게 표현해주고, 전례 공동체가 한마음을 이루도록 북돋아 주고, 거룩한 예식을 더욱 성대하고 풍요롭게 꾸며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전례헌장 112항 참조) 이와 같이 전례성가에서는 전례텍스트, 곧 가사가 우선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음악적인 요소는 그 가사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톨릭교회의 고유한 성가로서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전례 행위 안에서 그 첫 자리를 차지하는 그레고리오 성가(전례헌장 116항 참조)는 바로 전례성가의 전형입니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가사에 대한 깊은 묵상에서 나오는 멜로디를 그 가사에 입힌 무반주 단선율의 노래로서, 많은 사람들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그 전례문에 대한 탁월한 주석(註釋)이라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라틴어를 가사로 취하고, 특별한 음악적 교육을 필요로 하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우리나라와 같은 선교지역의 교회들 안에서 불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 안에서의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강조하면서, 전례 정신에 부합한다면 각 민족의 다양한 음악적 전통이나 다양한 장르의 대중적인 노래들도 전례 안에서 불릴 수 있음을 천명한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불릴 수 있다”라는 것만 강조되면서 “전례 정신과 부합한다면” 이라는 조건은 등한시 되는 것을 오늘날 한국교회의 전례 안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쉽게 얘기하자면, 로마 가톨릭교회의 공식 성가집으로서 라틴어로 된 그레고리오 성가들로 구성된 〈로마 성가집(Graduale Romanum)〉 안에 들어 있는 특정한 날의 입당송을 노래하기 어렵기에 그 입당송과 일맥상통하거나, 그날 전례의 정신과 부합하는 다른 대중적인 성가를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만, 그날의 전례와는 별 관계도 없어 보이고, 교회의 공적인 예배인 전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래들, 예를 들어 개인의 신앙체험을 노래하면서 지나치게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들 또한 무분별하게 불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나친 인간 감성의 자극과 과도한 악기의 사용은 말씀(전례문)이 전례 안에서 생기있게 울러 퍼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고, 전례성가가 지니는 근본적인 의미와 그 역할이 항상 존중되어야 함을 또한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아베 마리아(Ave Maria)”라는 제목을 달고 작곡되는 노래들은 성모송을 노래하는 것이고, 흔히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와 바흐 - 구노의 아베 마리아, 그리고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세계 3대 아베 마리아”라고들 합니다. 이번 호에서 우리는 전례성가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말이 나온 김에 전례성가의 차원에서 이 세 노래를 본다면, 그 노래들이 아무리 아름답고 주옥같다 할지라도 전례성가는 될 수 없음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카치니의 성모송에서는 “Ave Maria”라는 말이 그 노래가사의 전부이니 그것을 제대로 된 성모송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바흐 - 구노의 성모송은 원래 바흐가 자기 자식들의 건반연습을 위해 작곡한 연습곡에 구노가 선율을 입혀 노래를 만든 것이니 그 또한 가사의 묵상에서 나오는 전례성가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슈베르트의 성모송도 원래 성모송을 가사로 해서 작곡된 노래가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작가 월터 스코트의 장편 서사시 중의 일부를 독일어로 번역해 놓은 텍스트를 가지고 작곡된 노래이기에 그 또한 전례성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만하면 전례성가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셨는지요?
* 곽민제 신부는 2000년 사제수품 후, 주교좌계산동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한 후 2002년 - 2009년까지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에서 교회음악을 공부했으며 2010년 2월부터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음악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월간빛, 2011년 1월호, 곽민제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례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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