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에 필요한 음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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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헌 | 작성일2013-07-17 | 조회수3,079 | 추천수0 | |
성가이야기 - 월간 〈빛〉 2013. 8월호 게재 전례에 필요한 음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3) 김종헌(발다살)|신부, 한티순교성지 관장, 대구가톨릭음악원 원장 지난 달 우리는 전례음악을 작곡하고 선곡하는데 필요한 첫 번째 요소인 음악적 판단에 대해서 공부하였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예배행위인 전례를 위해서 사용할 음악은 음악적(기교적)으로나 심미학적, 그리고 표현상으로 훌륭한 음악이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진부하고 특색도 없는 음악은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동요 같은 노래, 대중가요 같은 음악도 지양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음악으로는 세속적인 것을 초월하여 영원한 것으로, 즉 하느님과 인간의 통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나의 신앙을 감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형제자매들의 신앙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음악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제 두 번째 요소인 전례적인 판단에 대해 공부해 보기로 합시다. 2) 전례적 판단 하느님 백성의 공적기도인 전례는 그 본성상 음악을 요구하며, 이 음악은 바로 전례행위에 봉사하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관점에서 음악작품을 살펴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전례에 사용할 음악은 단순히 음악적인 측면에서 작품의 완성도나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것(음악적 판단)으로는 부족하고, 미사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예식들이 요구하는 음악의 기능과 형태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전례적 판단입니다. 모든 좋은 음악이 전례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교회 음악가는 전례의 어떤 부분이 어떤 기능을 가지는지, 그래서 어떤 음악이 그 부분에 적합한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사용하고자 하는 음악이 공동체의 기도를 도와줄 것인지 아니면 방해할 것인지, 전례행위와 함께 하는 이 음악이 그 행위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줄 것인지 아니면 약화시키거나 애매하게 만들어버릴 것인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런 전례적인 판단을 위해서 음악봉사자들은 먼저 전례신학, 특히 미사 전체 구조에 익숙해야 함은 물론이고 미사의 각 부분이 미사 전체 안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사를 구성하는 여러 예식들 모두가 똑같은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것을 모르면 미사 중 꼭 노래로 해야 할 부분에서 침묵하거나, 노래로 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 거창한 음악을 연주하여 미사 전체의 균형과 일치를 잃게 하면서 신자들에게 영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미사전례를 살펴보면 4개의 찬미가(입당, 예물준비, 영성체, 파견성가)는 꼭 노래하면서도 대영광송이나 환호송(복음환호송, 거룩하시도다, 신앙의 신비여, 주님의 기도 전 아멘)을 노래하지 않는다거나,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하면서 얄궂은 동작을 하는 것 역시 미사전례의 구조에 대해 모르는, 즉 전례적인 판단이 잘못된 것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쓴 글에서 자주 보셨겠지만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① 성음악의 봉사적 기능 전례헌장(1963)과 성음악에 관한 훈령(1967. 3. 5)은 전례음악의 봉사적 기능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런 봉사적 기능은 무엇보다도 교회의 권위로 이해되고 제기되며 법과 전통에 따라 전례 자체와 연결되어 정의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제나 개인 음악가에 의해 마음대로 이해되고 정의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예부터 사용되어온 음악(성가)이라 하더라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개정된 새로운 미사 전례에 필요한 봉사적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의〈가톨릭성가〉에 수록되어 있는 ‘성체’로 분류된 성가 가운데 성체강복 때나 성시간 때에 사용할 수 있는 음악들, 즉 성체를 찬미 또는 흠숭하는 많은 노래는 영성체 노래의 봉사적 기능인 성체를 영하는 우리 자신과 주님과의 일치, 아울러 성체를 영하는 우리 상호간의 일치를 표현하지 않기에 영성체 성가로는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복음환호송인 알렐루야는 곧 듣게 될 하느님의 말씀을 영접하는 기쁨을 노래하는 봉사적 기능을 가집니다. 따라서 본당에서와 같이 느리게 노래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이 부르기 어려운 노래는 환호송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었습니다만 전례 안의 모든 노래는 각기 다른 봉사적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교회음악의 봉사자들은 무엇보다 각 노래가 가지는 봉사적 기능을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작곡가의 음악이라도, 아무리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라도 이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전례음악으로써 가치는 없는 것이고, 미사 전례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② 무엇부터 노래해야 하는가? 미사 전체를 통해서 가장 중요한 노래는 한국교회가 신주같이 모시는 입당노래, 예물준비 노래, 영성체 노래, 파견 노래가 아닙니다. 미사에 참석한 온 백성이 기쁨으로 함께 외치는 환호송(acclamation)입니다. 복음 환호송, 감사환호송(‘거룩하시도다’), 기념환호송(‘신앙의 신비여’)과 마침 영광송(‘그리스도를 통하여…아멘’)입니다. 평일미사에도 반드시 노래하도록 요구되는 환호송입니다. 다음으로는 화답송과 대영광송, 그리고 행렬 노래 중 영성체 노래와 입당노래이며 그 다음으로 하느님의 어린양과 예물준비 노래, 자비송과 영성체 후 감사 침묵기도이며 퇴장성가의 순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사전례를 위한 음악을 작곡하고 선택하고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서, 음악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전례적 판단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음악의 질적 우수성만 따지고 있습니다. 아니 질 좋은 음악을 찾기 보다는 우리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음악을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의 기호에 맞는 음악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음악이라고 말할 수 없거니와, 좋은 음악이라고 해서 전례에 알맞은 음악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독서대의 마이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으면 교체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아무리 훌륭한 음악이라도 전례 안에서 그 기능을 살리지 못하는 음악이라면 단연코 배제하여야 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전례에 사용할 음악에 대한 마지막 판단인 사목적 판단에 대해 함께 공부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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