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가 이야기: 전례 활성화를 위한 제언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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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헌 | 작성일2013-11-16 | 조회수3,529 | 추천수1 | |
전례 활성화를 위한 제언(2) 김종헌(발다살)|신부, 한티순교성지 관장, 대구가톨릭음악원 원장
〈빛〉잡지에 연재하던 ‘성가 이야기’를 이번 호로 마감하고자 합니다. 가끔은 원고 마감 시간에 쫓기기도 했지만, 덕분에 공부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기회를 주신 〈빛〉잡지와 졸고를 읽어주신 신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난달에 이어 전례의 활성화를 위한 두 번째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전례에는 음악이 필수불가결의 조건입니다.(전례헌장 112항 참조) 음악이 있으면 미사 전례가 더 화려해지고 없어도 그저 그만인 예술이 아니라, 꼭 있어야 하는 예술로, 다른 어떤 예술(미술, 조각 등)보다 필수적이라고 전례헌장에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 이 글을 마감하면서 다시 한 번 저의 주제인 교회음악으로 되돌아가 전례음악의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몇 가지 드릴까 합니다.
1) 전례와 전례음악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전례의 목적, 즉 우리가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목적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자신의 성화를 위함’이듯이, 전례 안에서 성가를 부르는 목적 역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자신의 성화를 위함’입니다.(전례헌장 1항과 121항 참조) 하느님께 예배행위를 드림으로써 우리가 거룩해지듯이 성가를 부름으로써 우리 자신이 거룩해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미사 중에 불리어지는 성가는 부르면 좋고, 안 불러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미사 전례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전례의 표징임을 사제는 물론 신자들도 확실하게 알아야 하겠습니다. 좋은 전례는 신자들의 신앙심을 강화하고 향상시키지만, 그렇지 않은 전례는 신자들의 신앙심을 약화시키거나 파괴시킵니다.(미국주교회의 전례분과위, ‘가톨릭예배 안에서의 음악’ 제7항 참조) 마찬가지로 좋은 성가는 신자들의 신앙심을 향상시키지만, 나쁜 성가는 신자들의 신앙심을 약화시키거나 파괴시킨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한국교회의 미사에는 비전례음악이 미사전례 안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전례가 무엇인지, 그리고 전례음악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구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앞에서 전례와 전례 안에서 불리어지는 성가의 목적을 언급하였습니다. 신자 개인 생활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노래하거나 신자들의 친목이나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미사 중에 성가를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교구 혹은 교구 전례위원회에서 전례음악의 발전을 위한 계획이나 원칙, 비전이 다루어져야 합니다. 현재는 그 누구라도 아무런 제약이나 심의 없이 성가를 작곡하여 미사 중에 사용할 수 있고, 성가책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대구 지역에서 어떻게 전례와 전례 음악에서만큼은 이렇게 자유로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전례와 전례음악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채 미사 중에 세속음악과 별다를 바 없는 노래를 신나게 부르고 기타와 드럼을 치면서 노래한다고 해서 전례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전례가 반드시 유흥과 재미를 동반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환상을 깨야 합니다. 무엇이 전례이고 전례음악입니까? 제대로 알고 드리는 미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2) 전례음악 봉사자들을 양성하여야 합니다.
전례 안에서 회중은 하느님의 말씀에 두 가지로 응답하게 되는데, 바로 기도하고 성가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사 중에 부르는 하느님 백성의 노래는 무척 중요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성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 즉 성가대원, 성가대의 지휘자, 반주자, 시편 낭송자, 선창자 등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교회는 그들에게 반드시 합당한 교육을 베풀어야 합니다. 그분들이 제대로 배워야 본당 공동체를 위해 제대로 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구나 본당에서 전례음악 봉사자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느껴집니다. 우리 교구에도 이들을 교육시키는 가톨릭음악원이 있습니다. 이 음악원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서울교구에 이어 1987년에 창설되어 25년이란 세월 동안 교구 내의 전례음악 봉사자 양성에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근 5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배우러 오는 사람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한 학기에 10명을 겨우 넘는 수강생으로는 더 이상 운영하기가 힘듭니다. 단순히 교구에서 한 푼 도와주지 않는다는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매년 신입생을 모집하고 성음악 발표회를 열고, 매달 첫째 주일에 한 달 동안의 화답송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 어느 본당에서도 성가 봉사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분을 참석하도록 권유하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본당에서 교육비를 도와주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지만 조금이라도 전례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또 전례음악 봉사자들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본당의 신자 중 봉사하고 싶은, 재능 있는 분들에게 한 번이라도 권유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구 시내만도 75개가 되는 본당에서 교회음악을 배우러 오는 분이 일 년에 겨우 1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우리의 현실은 내년 한 해 사목의 지침으로 삼고자 하는 전례의 활성화도, 그리고 신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전례의 실현도 요원하다는 것을 환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지금 본당의 미사전례 안에서 봉사하고 계시는 전례음악 봉사자들을 귀하게 여겨주시고, 필요한 경우에는 경제적인 지원도 해 주셨으며 좋겠습니다. 필요한 교육을 받게 해 주고, 악보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교회 내의 여러 가지 봉사가 모두 중요하겠지만, ‘교회(인간)가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예배행위’인 전례에 봉사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3) 전례와 전례음악 봉사자들에 대한 전례적 영성 교육의 필요성
제가〈빛〉잡지 10월호에서 성가대원의 영성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성가대원이 자신들의 직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례적인, 그리고 영성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교육을 담당해 주셔야 할 분은 바로 본당의 사제들이고 그 다음으로 수도자들일 것입니다. 일 년 내내 성가대의 연습시간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도 않고, 훈화 한 번 하지 않으시는 신부님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무런 교육도 받아보지 못한 성가대로부터 교회는 제대로 된 전례봉사를 바랄 수 없을 것입니다. 전례와 성가대원으로서의 영성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으로도 전례봉사자로서의 자세를 갖추기가 힘든데 그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한 그들이 어떻게 제대로 된 봉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2014년 교구장님의 사목교서에서 말씀하시는 복음화와 전례의 활성화도 결국 신부님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통감하게 됩니다. 함께 새롭게 전진합시다. 감사합니다.
................................................................................................................................................. * ‘성가 이야기’는 이번 호로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유익한 글을 써주신 김종헌 신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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