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음악편지: 프란치스코 교황과 클래식 음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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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4-10-05 | 조회수4,359 | 추천수1 | |
[아가다의 음악편지] 프란치스코 교황과 클래식 음악
다섯 살에 딱 한 번 들은 모차르트 소나타를 그 자리에서 바로 따라 치는 신동이었고, 10대에 이미 본격적인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으며 눈부신 재능으로 평단과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감성과 지성, 미모까지 갖춘 그녀의 음악 인생은 탄탄대로로 보였죠. 하지만, 꽃다운 열여덟 살, 믿을 수 없는 불행이 그녀를 찾아왔습니다. 뼈, 근육, 세포까지도 모두 엉켜 붙는 ‘다발성 신경경화증’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린 것입니다.
4년 동안 온 몸에 깁스를 한 채 견뎌냈습니다. 하지만 허리는 구부러졌고, 한창 아름다워야 할 외모는 노파처럼 변해 버렸습니다. 그녀를 돌보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은 것은 절망과 고독뿐인 상황이었죠. 그런데 그녀는 병마와 싸운 지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헝클어진 머리에 뒤틀린 몸, 손까지 곱아 들어간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건반 위를 움직이는 손가락들은 건반 위에서 너무나도 맑고 영롱하며 평온한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가혹한 운명을 딛고 일어난 것이죠.
그녀는 어린 아이의 마음 아니면 연주하기 힘들다는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특히나 탁월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모차르트의 환생’, ‘모차르트 위의 모차르트’라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물론 시련은 계속 그녀를 따라다녔습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병마와 함께 견뎌내야 했죠. 뇌졸중이 급습했고, 뇌와 척수에 종양이 생겼습니다. 실명할 가능성에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위기가 여러 차례였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다시 연주를 시작했고, 이후 10여 년을 불꽃 같은 연주 활동을 펼쳤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죠.
“나는 행운아였다. 항상 벼랑 끝에 서 있었지만,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한 번도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 신의 도우심이었다.”
1960년, 그녀는 66세를 일기로 하느님 곁으로 떠났습니다. 이에 독일의 유명한 한 음악 비평가는 이런 말로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녀는 피아노의 성자로 일생을 살았다.”
이처럼 치명적인 병마를 이겨냈고,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던 이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클라라 하스킬(Clara Haskil, 1895~1960)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 인터뷰를 통해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신 피아니스트죠.
교황님이 우리를 방문하셨던 기간에 제가 글을 쓰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천상의 선율, 교황의 음악가들’이라는 제목으로 8일간 음악 특집을 했었습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유구한 역사의 가톨릭교회 음악과 음악을 사랑했던 역대 교황님들에 대한 원고를 쓰면서 종교가 다른, 종교가 없는 다른 많은 분들도 보내 주시는 관심에 보람을 느꼈죠. 그리고 이번에 관련 자료들을 모으면서 실제로 우리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클래식 음악을 참으로 좋아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괜히 기뻤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클라라 하스킬의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베토벤, 바흐, 바그너의 음악까지 좋아하신다고 하고요. 종교음악 중에서는 모차르트의 <대미사>(Große Messe) KV427의 신경(Credo) 중에서 ‘성령으로 잉태되어 나시고’(Et incartusus est)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탁월한 음악”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죠. 정말로 평온하고도 아름다운 곡이니까 아직 들어 보지 못한 분들은 꼭 한 번 찾아 들어 보세요. 음악 안에서 교황님이 우리에게 주셨던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위로, 벅찬 감동을 그분이 다시금 떠올리면, 어지러웠고 복잡한 생각들도 조용히 가라앉는 느낌이니까요.
교황님을 그리워하는 모든 분들에게 음악, 기도, 그리고 평화가 함께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신도, 제45호(2014년 가을), 양인용 아가다(KBS 1FM <새아침의 클래식>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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