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번 주 하느님 크시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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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1-16 | 조회수5,710 | 추천수0 |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 2번 ‘주 하느님 크시도다’ (상) 회개의 기도 소리 듣고 가사 덧붙여
「가톨릭성가」 2번 ‘주 하느님 크시도다’는 가톨릭 교회가 사용하는 개신교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 아닐까 싶다. 개신교 찬송가 제목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How Great Thou Art)다.
우리 성가책에는 작곡자가 스튜어트 하인(Stuart K. Hine, 1899~1989)으로 표기돼 있으나, 하인은 이 곡을 영어권 나라들에 소개한 음악가일 뿐이다. 본래 이 선율은 스웨덴의 민요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사가는 스웨덴 시인이자 저술가인 보베르그(Carl Gustav Boberg, 1859~1940)이다. 그는 당시 스웨덴 개신교 신문 「진리의 증거자」(Sanningsvittnet) 발행인으로 활동하면서 약 60여 편에 이르는 시와 성가 가사를 쓴 인물이다.
그가 1886년 3월 ‘오 위대하신 하느님’(O Store Gud)이라는 제목의 시를 발표했는데, 1888년 스웨덴의 어느 교회에서 이 시가 민속 선율과 합쳐지면서 처음 불리게 됐다. 이듬해 그가 발행하던 신문에 최초로 악보가 등장했으며, 후에 미국으로 망명한 스웨덴 음악교사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에드그렌(Adolph Edgren, 1858~1921)에 의해 피아노와 기타 반주가 덧붙여지기도 했다.
이 곡은 처음에는 3/4박자였는데 1894년 출판된 「스웨덴 선교학회 노래집」에서 4/4박자로 수정돼 실렸다. 러시아의 마틴 루터로 불리는 프로카노프(Ivan S. Prokhanov, 1869~1935)에 의해 러시아어로 번역돼 1927년 「크리스천의 노래」라는 성가책에 실리기도 했다. 영어 번역판으로는 존슨(E. Gustav Johnson)과 하인(Stuart K. Hine)의 두 가지 번역이 있으나, 하인의 것이 더욱 유명해지게 된다.
사실 이 곡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게 된 데에는 하인 자신의 역할이 컸다. 그는 독일어로 된 가사를 처음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 어느 여성이 러시아어로 부르던 노래를 듣고 이 성가를 번역하게 됐다. 1931년 하인은 폴란드 접경 지역인 우크라이나의 한 마을에 선교사로 가게 되었는데, 하인 부부가 묵었던 집 주인 부부가 그 지역 유일한 개신교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집 주인 부인 루디밀라는 몇 년 전 러시아 병사가 놓고 간 「성경」을 통해 더듬더듬 성경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하인 부부가 외출 뒤 집에 도착할 즈음 밖에서 루디밀라 부인이 자신의 집에 묵고 있던 사람들에게 요한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부분을 읽어 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이어 성경을 듣던 사람들이 죄를 뉘우치며 하느님을 부르고 회개의 기도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하인은 밖에서 그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가사 한 절을 써서 그가 번역한 ‘주 하느님 크시도다’ 노래 가사에 덧붙였다.
그 후 몇 개의 절이 더해지면서 본래의 독일어 가사와 다소 다른 영어 가사의 노래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 성가가 2번 성가의 유래가 되는 개신교 찬송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인 것이다. 이 찬송가는 영국 선교사들이 식민지로 선교를 나갈 때 그곳에서 가르쳐주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미국에서는 쉐아(George Beverly Shea)라는 미국 찬송가 가수를 통해 유명해졌다. [평화신문, 2016년 1월 17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3) 2번 ‘주 하느님 크시도다’ (하) 폭우 뒤 찾아 온 평화로움 노래
우리가 즐겨 부르는 성가 ‘주 하느님 크시도다’의 원 가사인 ‘오 위대하신 하느님(O Store Gud)’을 쓴 스웨덴 작사가 겸 시인인 보베르그(Carl Gustav Boberg, 1859~1940)가 이 가사를 쓰게 된 계기는 이렇게 전해진다.
어느 날 보베르그가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자기 집이 있는 묀스테로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평선 위로 잔뜩 번개가 치면서 폭우를 머금었던 먹구름 사이로 가느다랗게 빛이 하늘에서 비쳐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된다. 강한 바람이 목초지 위를 거쳐 곡식 들판을 스쳐 지나갔고, 세찬 빗줄기가 한 차례 시원하게 지난 뒤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는 장면을 본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창문을 열었고, 창문 사이로 마치 거울과 같은 묀스테로스 해안과 함께 빗물에 맑게 씻긴 숲 속 개똥지빠귀의 지저귐, 은은히 울려 퍼지는 교회 종소리 속에서 평온한 저녁을 맞이한다. 보베르그는 장엄함과 두려움 뒤에 만나게 된 이 평화로움 속에 영감을 얻고 이 가사를 쓰게 됐다고 한다. 이 가사는 1절과 2절로 표현되어 있다.
한편 이 가사의 영어버전 3절에는 지난 호에서 소개했듯이 독일어 가사를 영어로 번역했던 영국 선교사 스튜어트 하인(Stuart K. Hine, 1899~1989)이 우크라이나 접경 마을에서 겪었던 체험과 관계가 있다. 이 가사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과 죽음에 관한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외친 러시아 병사들의 탄식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됐다.
한편 4절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얽혀 전해온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하인은 친구와 함께 영국 수섹스에 있는 러시아 난민 수용소를 방문하게 된다. 거기서 전쟁 와중에 사랑하는 부인과 이별하게 된 한 러시아인을 만난다. 그의 부인이 그리스도인이어서 그도 따라서 세례를 받은 것이다.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그는 다시 부인을 만나 자신도 갖게 된 신앙을 부인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수용소에 갇힌 그는 생전엔 부인을 다시 만날 수 없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하늘나라에서 부인을 만나 그 꿈이 이뤄지길 갈망할 뿐이었다. 이런 간절함을 가진 러시아인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하인은 영어판 가사의 4절을 만들어 덧붙이게 된다. 우리 말 가사도 이렇게 작성된 가사들을 비교적 본래 뜻을 충실히 번안해 수록하고 있다.
이 곡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되고 있는데, 우리 「가톨릭성가」에는 “너무 빠르지 않게”라고 표기돼 있다. 이를 보면 서양에서 부르듯이 드럼 비트에 따른 대중가요 분위기가 아니라, 빠르지 않으면서도 장엄하게 하느님을 찬미하는 분위기로 노래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때때로 마치 엘리야가 호렙 산에서 바위를 부수는 강풍과 지진, 불이 한차례 지나간 뒤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하느님을 만났던 것처럼 (1열왕 19,11-12) 힘겨운 등반으로 올라선 높은 산꼭대기에서나, 혹은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 무지개가 펼쳐진 바다의 평화로움 속에서 그 자연을 만들어내신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이 성가를 부를 때에는 이렇게 만났던 평화 속의 하느님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평화신문, 2016년 1월 24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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