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19번 주님은 우리를 위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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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3-15 | 조회수6,517 | 추천수0 |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8) 119번 주님은 우리를 위해 영광 위한 골고타 향한 행진, 예수님 부활 임박했음을 상기하며 불러야
「가톨릭 성가」 119번 성가는 마치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를 향해 용감하게 나아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그리는 듯한 행진곡풍 선율로 이뤄진 성가다. 그러나 이 선율은 사실 사순의 의미와는 전혀 관계없이 유래됐다. 어쨌든 이 선율은 ‘란글로판’(Llangloffan)이라는 타이틀로 1865년 영국 음악가 에반스(David Evans)가 출판한 「찬미가와 선율들」(Hyumnau a Thonau)에 수록돼 있는데, 영국 웨일스 지방 민속 선율로 알려져 있다.
17세기 초반 웨일스 지역에서는 유랑하는 목회자들이나 음악 교사들에 의해 발전된 회중 찬미가가 등장한다. 이어 18세기 중반부터는 당시 웨일스 지역 주류 교파였던 감리교를 중심으로 회중 찬미가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즈음부터 이 지역 출신 음악가들에 의해 웨일스의 민속 선율이 찬미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 선율이 당시 나타난 선율이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17세기와 18세기 런던에서 극장용 노래나 거리 악사들이 부르던 노래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선율 흐름상 이는 민요보다 극장용 음악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 선율은 너무나도 유명해져서 여기에 사용된 가사는 17세기 독일 브레멘 대성당의 성음악 감독이었던 라우렌티(L. Laurenti)가 지은 ‘기뻐하라, 기뻐하라, 신앙인들이여’(Rejoice, rejoice, believers) 등 상당히 많이 쓰인다. 이 가운데 한때 민중가로 불리기도 했던 ‘뜻 없이 무릎 꿇는’(Not in dumb resignation)도 그중 하나다. 이 가사는 미국의 헤이(J. Hay, 1838~1905)가 만든 것인데, “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로 이어지는 가사는 군부 독재 시절 시위를 하던 세대는 뚜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867년 영국 성공회 주교인 하우(W. W. How)의 시 ‘오, 예수님, 당신께서 서 계십니다’(O Jesus, Thou art standing)도 그중 하나다. 이 가사는 예수님께서 등불을 들고 밖에서 문고리가 없는 문을 두드리고 계시는 유명한 성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65년 이 가사가 번역돼 한국 성공회에서 ‘오, 주 예수’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고, 1981년 미완성출판사에서 나온 「가톨릭 성가집」에 이 가사와 거의 유사한 가사로 같은 곡이 실린 것으로 보아, 현행 성가집은 이것을 바탕으로 다시 가사를 꾸며 수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성가책에는 빠르기나 지시어가 전혀 붙어 있지 않다. 개신교 찬송가인 ‘뜻 없이 무릎 꿇는’에서는 ‘조금 빠르게’로, 성공회 성가집과 미완성출판사의 「가톨릭 성가집」에서는 ‘좀 천천히 장엄하게’로 지시돼 있다. 이는 가사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119번 성가는 사순 시기 성가인 만큼 장엄한 느낌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선율을 통해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그 길이 사실 무겁고 슬픈 죽음의 행진이 아닌 참된 승리와 진정한 영광을 위한 힘찬 행진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속죄와 보속의 사순 시기 가운데에 예수님 부활이 임박했음을 상기하며 불러보자.
[평화신문, 2016년 3월 13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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