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50번 굽어보소서 성모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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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5-22 | 조회수6,578 | 추천수0 |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7) 250번 굽어보소서 성모여 12세기 성모 찬미가, 반복 기도한 사제를 성모가 치유했다 전해져
- ‘굽어보소서 성모여’는 1920년 몬타니가 펴낸 「성 그레고리오 찬미가집」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악보는 찬미가집에 수록된 원본.
「가톨릭 성가」 250번 ‘굽어보소서 성모여’는 5월 성모 성월에 많이 불리는 성모님 성가 중 하나다. 이 성가는 141번 ‘죽음을 이긴’과 더불어 슬로바키아 성가로 소개되어 있는데, 슬로바키아에서 직접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출판된 성가집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가톨릭 찬미가집(American Catholic Hymnal」)(1913)과 「본당 찬미가집(The Parish Hymnal)」(1915)에 실렸던 이 성가는 1920년 미국의 작곡자이자 출판가였던 몬타니(Nicola A. Montani, 1880~1948)가 출간한 「성 그레고리오 찬미가집(The St. Gregory Hymnal and Catholic Choir Book)」에도 실렸는데, 250번 성가도 아마 이 책에서 가지고 온 듯하다. 몬타니는 우리 성가 책의 24번 ‘내 맘의 천주여’, 109번 ‘귀여운 아기들’, 141번 ‘죽음을 이긴’ 등 여러 성가의 편곡자로도 등장하고 있다. 이 성가들 또한 「성 그레고리오 찬미가집」에 실려 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그레고리오 성가 복원 운동을 중심으로 교회 음악의 쇄신 운동인 ‘체칠리아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은 교회 음악이 오페라와 같은 세속 음악의 영향에서 벗어나 그레고리오 성가를 기반으로 과거 무반주의 다성음악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종의 복고 운동이었다.
뉴욕에서 출생한 음악가인 몬타니는 이 운동의 영향을 받으며 교회 음악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성음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황청으로부터 ‘성 실베스테르 기사 훈장’을 받기도 했다. 19세기 미국 땅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건너온 동유럽 이주민들이 많았는데, 250번 성가 선율은 141번 성가와 더불어 당시 슬로바키아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에 의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성가를 몬타니가 편곡해 자신의 성가집에 수록한 것이다.
가사는 성모님 찬미가인 ‘Memorare’(본래 의미는 ‘기억해 주소서’이나 기도문으로는 ‘굽어 보소서’로 번역함)를 번역한 것이다. 이 기도문은 12세기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가 썼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17세기에 이 기도문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배웠다고 전하며 널리 퍼뜨렸던 클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 1588~1641) 신부와 혼동되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이 기도문은 15세기 기도문 일부로 처음 등장하고 있으며, 17세기에 본격적으로 널리 퍼졌다.
예수회 써스톤(Thurston, Herbert S.J.) 신부가 1953년에 쓴 책에 의하면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17세기의 베르나르 신부는 감옥에 갇힌 이들과 사형수들을 열성적으로 돕는 일을 해 ‘가난한 사제’라고 불렸는데, 어느 날 그가 위중한 병으로 눕게 되었다. 병상에서 그는 이 기도문을 계속 바쳤고, 어느 날 병이 씻은 듯이 치유됐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그저 자연적인 치유려니 여겼다. 어느 날 피아커 수사가 그를 방문해 말하기를 성모님께서 자신에게 나타나 베르나르 신부가 몹시 심한 병중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시고, 또한 당신께서 고쳐 주셨다는 사실도 알려주셨다고 전해 줬다. 그 이후 그는 이 기도문을 더욱 열심히 널리 퍼뜨렸다고 한다. 이 기도문은 본래 4절까지 있으나 우리 성가 책에는 1846년 비오 9세 교황이 새롭게 만든 다른 버전의 기도문이 사용되고 있다.
[평화신문, 2016년 5월 22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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