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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4번 평화를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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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23 조회수7,613 추천수1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5) 44번 평화를 주옵소서


예수님의 피로 용서받다

 

 

가톨릭성가 44번 평화를 주옵소서 작곡가 빌혼.

 

 

끊임없는 전쟁과 억압으로 신음해 온 우리들의 가장 간절한 기도는 평화를 청하는 기도일 것이다. 평화를 청하는 대표적인 기도는 주어진 질서 안에서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자연을 찬미하며 바쳤다는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톨릭성가 70번)일 것이다. 그러나 44번 ‘평화를 주옵소서’ 성가도 그에 못지않게 조용한 분위기 속에 평화를 간구하는 마음이 아주 잘 표현된 성가라 할 수 있다.

 

이 곡은 미국 개신교 찬송가 작곡가인 빌혼(Peter Philip Bilhorn, 1865~1936)이 1887년경 만든 성가 ‘하느님 사랑의 선물, 감미로운 평화(Sweet Peace, the Gift of God‘s Love)’이다. 그는 본래 스위스에서 이주해 온 집안 출신으로, 186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전사한 뒤 8세 때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수레나 마차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러다 15세에 시카고로 이사했는데, 이때부터 노래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2세 되던 해에 우리 성가책 62번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를 만든 스테빈스(George Coles Stebbins, 1846~1945)가 함께한 신앙 모임에서 감화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후 정규 음악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으나 그의 재능을 알아본 스테빈스뿐만 아니라 가톨릭성가 436번 ‘주 날개 밑’의 작곡자인 생키(Ira David Sankey)와 같은 당대의 유명한 찬송가 작곡가들에게서 음악을 배웠다. 평생 약 2000여 곡의 찬송가를 만든 빌혼은 신앙 집회 가수로 봉사하며 지냈고, 한때 휴대가 가능한 접이식 오르간을 제작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빌혼은 이 성가의 뒷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주고 있다. 어느 해 겨울이었다. 남북전쟁 당시 군인이었다가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던 위틀 소령의 초대를 받은 빌혼은 아이오와주의 한 신앙 집회에 참석하러 가게 됐다. 그런데 일리노이주를 지날 때쯤 그들이 탔던 기차가 갑자기 기적 소리를 내며 급정차를 했는데 사고가 난 것이다. 그들이 내려서 보니 철길에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있는 노파를 보게 되었다. 이때 위틀 소령은 빌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자네, 저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남겨 놓으신 모든 것이라는 점을 아는가? 그분의 몸은 우리 구원을 위해 하늘로 올라가셨지만, 그분의 피는 우리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여기 남겨진 거라네.”

 

빌혼은 “그렇죠, 소령님. 그리고 그분의 피로 제가 죄를 용서받았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음으로써 저는 달콤한 평화를 얻게 되지요”라고 답했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선율이 떠올랐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평화를 주옵소서’이다.

 

우리 성가의 번역 가사는 미국에서 교포 사목을 하던 김광남 신부님께서 만드신 것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조용한 마음으로 부르기에 적합한 곡이 44번 성가다.

 

[평화신문, 2016년 7월 24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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