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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99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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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16 조회수6,137 추천수0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8) 99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오스트리아 작은 성당에서 탄생한 성탄곡

 

 

오스트리아 오베른도르프에 위치한 성 니콜라스성당. 가톨릭평화신문 DB.

 

 

가장 유명한 성탄 성가라 할 수 있는 99번 성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본래 제목은 그냥 ‘고요한 밤(Stille Nacht)’이었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작은 성당에서 모어(Joseph Mohr, 1792~1848) 신부와 음악가 그루버(Franz Xavier Gruber, 1787~1863)가 함께 만들어 불렀던 성탄 성가다. 이후 1859년 미국 성공회 플로리다교구의 영(John F. Young, 1820~1885) 주교가 영어로 번역해 출판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됐다. 원래 그루버가 만든 악보를 보면 오늘날 사용되는 4분의 4박자와는 달리 8분의 6박자로서 춤곡 같은 느낌이다.

 

1792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출생한 모어 신부는 어릴 적 아버지가 전사한 후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극심한 빈곤 속에 자랐다. 1815년 사제품을 받은 뒤 알피네라는 마을에서 사목하던 때인 1816년 이 성가 가사를 썼다. 모어 신부는 이듬해 오베른도르프의 성 니콜라스본당으로 부임한 뒤 그곳 본당 오르가니스트였던 작곡가 그루버를 만나게 된다. 그루버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아른스도르프 초등학교의 교회 오르가니스트 겸 교사이면서 동시에 성 니콜라스본당의 음악감독이자 오르가니스트였다.

 

1818년 예수 성탄을 기념하는 작은 음악회에서 모어 신부는 자신이 2년 전에 썼던 가사를 그루버에게 보여주며 기타 반주 선율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는데, 당시 그루버는 이 선율을 만들 때 별다른 영감을 얻은 것은 없었다고 한다. 그 해 성탄 전야에 두 사람이 함께 이 노래를 불렀는데, 마지막 두 구절인 ‘평안히 자고 있네, 평안히 자고 있네’ 부분은 합창단이 함께 노래했다고 한다.

 

애초에 오르간이 아닌 기타 반주로 만들었던 이유에 대해선 크게 두 가지의 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당시 성당 오르간이 고장이 났기 때문이라는 설과, 모어 신부가 자신이 연주할 수 있었던 기타 반주에 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곡이 초연됐던 성당은 후에 홍수로 쓸려가고 그 자리에는 현재 박물관과 조그마한 기념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모어 신부가 1820~1825년 사이에 만들었을 악보 필사본이 1995년 발견됐는데, 이 사본이 발견되기 전에는 하이든의 동생인 M.하이든(J. M. Haydn, 1737~1806)이 이 선율을 썼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필사본에는 분명히 ‘그루버의 선율’이라고 적혀 있어 진정한 작곡자가 밝혀진 것이다. 사본은 현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후 모어 신부와 그루버는 계속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고, 함께 만든 성가에 큰 기쁨을 가지고 살았다고 한다. 그루버는 이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작품을 만들어 출판하기도 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월 15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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