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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성가 285번: 103위 순교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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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9-09 조회수7,201 추천수0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85번 “103위 순교 성인”

 

 

찬미 예수님!

 

이달의 성가는 순교자 성월을 맞아 가톨릭 성가 285번 <103위 순교 성인>으로 선정했습니다. 이 곡에서 특히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고 싶은 가사는 2절 “이백년 이어받은 신앙의 유산 기리며 온 세상에 드높이리 성삼의 영광”입니다.

 

우리 순교 성인들께서 남기신 신앙의 유산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구체적인 것 하나를 나누고 싶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신분 제도가 있었습니다. 양반, 중인, 상민, 천민으로 계급이 나뉘어 있었지요. 우리 신앙 선조들은 하느님의 만민 평등 사상을 인상적으로 받아들였고, 교회에서 이를 실천하였습니다. 유군명(시메온)이라는 내포 지방의 부호는 자신의 노비를 모두 해방시켜 주었고, 관리였던 복자 홍낙민(루카) 역시 그러하였습니다.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과 같이 살다가 순교하였던 복자 황일광(시몬)은 백정이었는데, 그의 말은 매우 유명하지요. “나에게 천국이 둘이 있다. 하나는 나의 미천한 신분을 잘 알면서도 신도들이 인간으로 대우해 주니 현세에 있고, 두 번째의 천국은 죽은 다음에 갈 곳이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사회 질서를 위협한다고 하여 크게 비난받았고, 박해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천주교 신자임이 드러나는, 즉 천주교 신자로 적발되는 증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볼 때는 아랫사람을 하대하고, 교회에서는 형제자매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신분 제도가 있던 시대에 목숨을 걸고 아랫사람들을 형제자매라고 부른 것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신앙인들은 어떠한가요? 신분 제도가 없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부와 명예를 추구하며 이를 통해 신분 상승을 꿈꿉니다. 이미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기득권을 지키려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나 명예를 이용하여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종을 형제자매로 여겼는데, 오히려 우리는 박해가 없는 시대에 살면서도 세상 사람들처럼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다른 이들을 무시하며 짓밟고 자신을 높이려고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순교자 성월에 우리는 순교자들의 신앙생활을 기억하며 본받고자 합니다. 그러나 입으로만 그럴 것이 아니라 이분들이 남긴 진정한 의미의 “신앙의 유산”을 기려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 공동체가 그분들의 희생을 거름으로 삼아 “새순이 돋아”난 신앙의 공동체임을 보여야 하겠습니다.

 

[길잡이, 2017년 9월호, 송재영 야고보 신부(이문동 성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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