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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태욱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20 조회수4,370 추천수5 반대(0) 신고

참으로 낮 뜨거운 일이 우리 교회 안에서 일어났습니다.왜 우리 교회가 이런 문제에서 허덕여야 하는지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납니다.

얼마 전 우리 천주교중앙협의회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간에 가톨릭성가집에 수록된 최병철작곡, 편곡 저작권료에 관한 재판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구가 형사소송을 패소하고, 민사 제1심에 패소하여 항소하고, 민사 제2심을 패소하는 과정에서 교구는 저작권협회에 재판장이 지정한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것으로 끝났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우리 교회가 재판에 지고 돈을 지급해야하는데 있지 않습니다.그 재판 진행 도중 천주교중앙협의회는 성가책 안의 최병철작곡, 편곡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우리 신자들은 다시 변경된 성가집을 사야만 했고 우리의 신심을 주옥같은 성가 안에서 한껏 고양시키던 그 수십 편의 아름다운, 비통한, 환희에 찬 곡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최병철의 음악은 오랫동안 검증된 정통 종교음악의 근간이라 생각합니다. 저 자신 이십여 년 그의 곡을 듣고 부르며 가슴 벅찬 적이 많았습니다.

우리 교회가 재판에 휘말리는 것도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일인데 저작권협회에 패소하는 과정에서 그 작곡자의 곡을 삭제한 일은 다시 한 번 우리의 교회를 부끄럽게 만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그러리라 생각 합니다, 곡이 조악하다든지 내용이 불손하여 많은 신자들의 탄원에 의해 편집된 일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작권료 시비로 인하여 최병철 곡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교회의 어느 신부님이 그러셨는지, 아버지와 같으실 신부님께서 이런 편집 조치밖에 취할 수 없었는지, 교구장님은 그 사실을 아시고도 인준을 하신 것인지 아니면 담당 신부님 재량으로 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일반인들끼리라면 감정에 치우쳐 ‘에라’하는 마음에 앙갚음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겠지만 이 경우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일곱 번씩 일흔번을 용서하라’는 말씀을 설파하시며 모든 신부님들께서는 우리를 감싸며 안아 주실진데 설마하니 앙갚음을 하셨을리는 없겠다고 믿고 싶지만 합리적인 해명이 없는 한 교회 내외적으로 그리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당장 곡에 하자가 없는데 신자들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편집하여 삭제시킨 이유는 무엇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라도 우리의 교구는 의연히 그 좋은 곡들을 다시 수용해야 합니다. 혹여 저작권 재판과정에서 누군가 ‘괘씸죄’를 지어 교회나 신부님의 권위에 손상이 있었다 하더라도 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우리 가톨릭의 가족관계가 성립되고 냉정한 사회와도 엄연한 구분이 되며 교회의 넉넉한 마음에 모든 이가 갈채를 보낼 것입니다. 그게 진정 큰 교회의 아버님들께서 하실 일이라고 봅니다.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옛날의 책들이 모두 불타 없어져도 그 곡들은 계속 불리어지고 연주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병철의 곡들을 성가집에서 삭제했을 뿐 아니라, 전례에 사용할 수 없도록 주교회가 규정한 내용을 일선 교회에 공문으로 발송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어찌된 일입니까? 세상에 금지된 음악은 영원히 없습니다. 부족한 신자로서 진정 화해와 용서의 모습을 보는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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