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울주보 음악칼럼: 사순 시기에 듣는 두 곡의 미제레레(Miserere)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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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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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3-16 | 조회수4,427 | 추천수0 | |
[온라인 서울주보 음악칼럼] 사순 시기에 듣는 두 곡의 미제레레(Miserere)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3월,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바흐의 <마태수난곡>과 <요한수난곡>을 많이 듣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알레그리(Gregorio Allegri 1582~1652, 이탈리아)라는 작곡가의 <미제레레 Miserere>를 들으면서 마음을 경건하게 다잡기도 합니다. <미제레레>의 노랫말은 성경의 시편 51편 Miserere mei, Deus(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말로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시편 51편은 다윗이 죄를 참회하며 주님께 죄를 깨끗이 씻어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이 곡을 유서 깊은 성당에서 듣고 있다고 상상하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다 못해 바닥에 엎드리고 싶은 심경이 됩니다. 그러다 마침내 내 ‘부서지고 꺾인 마음’이 주님의 은총으로 눈같이 희어지고 새로워져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게 됩니다.
한 곡의 <미제레레 Miserere>를 더 소개합니다.
이 곡의 가사는 성경과는 무관합니다. 속세에서 적당히 살아온 한 사내의 회한에 넘치는 자기 고백입니다. 어쩌면 우리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인생 후반에 느낄법한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의 작곡가는 주케로(Zucchero)라는 예명의 이탈리아 대중음악가입니다. 그는 ‘이탈리안 블루스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에서 흔치 않은 블루스 음악가이고, 발라드, R&B, 락 음악을 하는 사람입니다. 주케로는 ‘설탕’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외모는 언뜻 터프해 보이지만 설탕처럼 스위트하고 귀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음악 감상: 13면 QR 스캔).
그가 우리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것은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와 함께 한 무대 덕분입니다. 클래식 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 이름을 다 아는 파바로티는 57세이던 1992년부터 12년간 자기 고향인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파바로티와 친구들’(Pavarotti & Friends)이라는 이름으로 스팅, 보노, 밥 겔도프, 브라이언 메이 같은 유명 팝스타들과 함께하는 자선공연을 여러 번 열었습니다. 과테말라, 코소보, 리베리아, 보스니아 등 전쟁, 분쟁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파바로티와 친구들’의 첫 공연이었던 1992년 9월 27일 무대에서 파바로티는 주케로와 함께 이 <미제레레>를 불렀습니다. 그 공연 실황 음반이 발매됐을 때 저는 많은 노래 중에서 이 노래에 특히 마음이 끌렸습니다. 절절하게 호소하듯 부르는 두 남자의 노래가 어쩌면 그렇게 매력적이었을까요? 그들의 자기고백이 제 마음에 들어온 듯했습니다.
이 사순 시기에 드리는 우리의 진정한 참회와 고백도 이처럼 주님, 그분께 깊숙이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021년 3월 14일 사순 제4주일 서울주보 8-9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심의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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