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톨릭성가 속 거장들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바흐와 헨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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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5-18 | 조회수2,432 | 추천수0 | |
[가톨릭성가 속 거장들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3) 바흐와 헨델 (상) 평생 교회 음악가로 활동했던 바흐, 사후 멘델스존에 의해 가치 재평가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와 ‘음악의 어머니’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1685~1759)은 같은 해에 같은 나라(독일)에서 태어난 동갑내기 작곡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이 둘의 인생은 판이하게 달랐다. 음악 명문가 태생인 바흐는 평생토록 독일에서 살며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음악감독이자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지만, 헨델은 이탈리아 유학을 거쳐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다.
지금이야 두 작곡가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게 유명하지만, 생존 당시 헨델은 이미 오페라를 통해 명성을 얻은 인기 작곡가였던 데 반해, 바흐는 크게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다 사후에 그의 열혈 팬이었던 작곡가 멘델스존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독실한 루터교 신자였던 바흐는 ‘마태오 수난곡’, ‘요한 수난곡’ 등 교회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가톨릭 성가」 책에 있는 바흐의 곡으로는 116번 ‘주 예수 바라보라’, 164번 성체 성가 ‘떡과 술의 형상에’, 180번 ‘주님의 작은 그릇’ 등이 있다.
‘주 예수 바라보라’는 ‘마태오 수난곡’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합창곡으로, 아름다운 화성이 특징이다. 「가톨릭 성가」에서 이 곡은 한스 레오 하슬러(Hans L.Haßler, 1564~1612) 작곡, 바흐 편곡으로 표기돼 있는데, 하슬러는 독일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다.
원래 이 곡은 1601년 하슬러가 출판한 노래집 「즐거운 새 독일 노래」(Lustgarten Neuer Teutscher Gesng)에 수록된 ‘내 마음의 혼란’(Mein Gemt ist mir verwirret)이라는 세속의 사랑 노래였으나, 바흐에 의해 거룩한 교회음악으로 재탄생했다.
‘떡과 술의 형상에’의 원곡은 바흐의 칸타타 BWV 115 ‘내 영혼아, 준비하라’(Mache dich, mein Geist, bereit) 중 6번째 곡인 코랄 ‘그러니 우리는 영원히 깨어있도록 합시다’(Drum so laßt uns immerdar)이다.
피아노 연주곡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180번 ‘주님의 작은 그릇’은 칸타타 BWV 147 합창곡으로, 원제는 ‘Jesus bleibet meine freude’(예수 나의 기쁨)이다.
「가톨릭 성가」에 실린 바흐의 곡들은 비단 가톨릭 성가 곡으로서만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진 곡들이다. 따라서 여러 연주자들의 각기 다른 연주를 찾아 감상하면 성가로 부를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21년 5월 16일, 김현정 기자]
[가톨릭성가 속 거장들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4) 바흐와 헨델 (하) 독실한 루터교 신자 ‘음악의 어머니’, ‘메시아’ 비롯 위대한 교회 음악 남겨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도 앞서 소개한 바흐와 마찬가지로 독실한 루터교 신자였다.
헨델 또한 ‘알렐루야’로 유명한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비롯해 위대한 교회 음악을 많이 남겼다.
「가톨릭 성가」에 실린 헨델의 곡으로는 83번 ‘주 찬미하라’, 128번 ‘형제여 기뻐하라 알렐루야’, 484번 ‘기쁘다 구주 오셨네’가 있다.
83번 ‘주 찬미하라’의 원곡은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3부 합창곡 ‘보라 승리의 용사가 돌아온다’이다. 헨델은 32편의 오라토리오를 남겼는데, ‘유다스 마카베우스’는 ‘메시아’와 함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 곡은 이스라엘의 민족 영웅 유다의 활약상을 담았다. 하지만 성가로 재탄생하면서 가사는 시편 117편으로 바뀌었다.
라틴어 가사 첫 구절은 ‘주님을 찬미하라’에 해당하는 ‘Laudate Dominum’이다. 이 시편은 워낙 유명해 많은 노래로 만들어졌는데, 모차르트 역시 동명의 명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484번 ‘기쁘다 구주 오셨네’의 선율과 완전히 일치하는 헨델의 곡은 찾을 수 없다. 가장 비슷한 곡은 헨델의 대표곡 ‘메시아’ 중 제2부 합창곡 ‘머리 들라’이고, 제1부 테너 레치타티보 ‘내 백성을 위로하라’의 반주 부분도 약간의 유사성이 있다. 따라서 영국의 음악평론가 제임스 라이트우드(James T. Lightwood·1850~1944)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는 헨델에게서 힌트를 얻은 미국인(로웰 메이슨)이 작곡했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바흐와 헨델은 같은 나라에서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생전에 교류는 전무했다. 다만 두 사람의 기묘한 공통점이라면 둘 다 50대에 백내장을 앓아 작곡이 어려워지자, 존 테일러(John Taylor)라는 영국인 안과의사에게 수술을 받았다는 것. 두 명 모두 수술 결과는 끔찍했다. 바흐는 백내장 수술을 두 번 했는데, 두 번째 수술 직후 열이 났고 결국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헨델은 수술 후 실명 상태로 살다가 바흐 사망 9년 뒤 죽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음악의 아버지’, ‘음악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지니게 됐을까? 두 사람 모두 후대의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이같이 큰 의미를 담은 별명을 갖게 됐다. 그러나 여자도 아닌 헨델이 ‘어머니’라는 별명을 갖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저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 부르게 되니 구색을 맞추기 위해 헨델에게는 ‘어머니’라는 별명을 붙이게 됐다는 설이 있다. 또 두 사람의 음악적 특색에 맞게 지어진 별칭이라는 설도 있다. [가톨릭신문, 2021년 5월 23일, 김현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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