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모차르트의 레퀴엠 K.626 중 라크리모사(Lacrimosa, 눈물의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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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5-18 | 조회수3,112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1) 모차르트의 레퀴엠 K.626 중 라크리모사(Lacrimosa, 눈물의 날) 모차르트의 마지막 숨이 담긴 위령곡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이 선종하셨다는 속보를 지난 4월 27일 밤 10시 15분 경 뉴스 채널을 통해 접하곤 기도를 올리며 가톨릭평화방송 DJ로서 “내일 아침 어떤 곡을 선곡해야 위로가 될까?” 하고 생각했다. CPBC 라디오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에서 아침에 틀 곡들로 먼저 추기경님과 모든 한국의 가톨릭 신자 여러분께 조의와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곡들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역시 ‘레퀴엠(Requiem)’이었다. 레퀴엠이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 즉 위령곡, 진혼곡, 진혼 미사곡이라고 부르는 음악이다. 하느님께 죽은 이의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기를 청하며 연주하는 전례 음악인 것이다. 처음에 가사가 “Requiem aeternam(영원한 안식을)…”로 시작하기 때문에 곡명도 레퀴엠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레퀴엠은 즐거운 장조가 아니라 구슬픈 단조다. 심지어 가장 유명한 레퀴엠인 모차르트와 포레의 레퀴엠은 조성까지도 똑같이 D minor 라단조다. 정 추기경이 선종하신 다음 날 아침 추모 방송 1부에서는 포레의 레퀴엠을, 2부에서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려드렸다.
음악사의 다양한 레퀴엠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다. 물론 영화 ‘아마데우스’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나오지만 이 곡은 모차르트 자신이 작품 목록에 추가하고 싶어서 쓴 곡은 아니었다. 프란츠 폰 발제크 백작이 익명으로 곡을 청탁했기 때문에 모차르트는 누가 이 곡을 써달라고 했는지도 몰랐다. 백작은 아내의 장례식 때 자신이 작곡했다고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연주를 들려줘 사람들에게 “이렇게 작곡 실력이 뛰어나신 줄 몰랐어요!” 하는 존경을 받고 싶어했던 것이다.
8월 말경 검은 망토를 두른 심부름꾼이 모차르트 앞에 나타나서 돈을 주며 작곡을 요청했다. 때문에 모차르트는 죽을 때까지 저승사자 같은 이미지에 시달리며 결국 이 레퀴엠을 ‘자신을 위한 레퀴엠’이라고 생각하며 절체절명으로 곡을 쓰게 된다.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의 계속되는 독촉에 모차르트는 큰 두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프라하에서는 정극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를 써달라고 하고, 친구 쉬카네더 민중 오페라 극장장은 어른을 위한 동화인 오페라 ‘마술피리’를 써달라고 하는 상황. 재정이 바닥이 난 모차르트는 작곡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작곡 독촉에까지 시달렸다. 이런 숨돌릴 틈 없던 시기에 그의 건강은 더욱 악화되었다.
모차르트는 오페라 ‘마술피리’는 완성을 했지만 ‘레퀴엠’은 완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식적으로는 부속가(Sequentia)의 마지막 구절인 ‘라크리모사(lacrimosa, 눈물의 날)’ 앞부분 8마디까지만 작곡을 하고 운명적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뒤 빈의 슈테판성당에서 장례 미사를 치르고 묘비도 없는 공동묘지의 한 구덩이에 묻힐 때 바로 이 ‘눈물의 날’이 나오면서 천재의 삶이 허무하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모차르트가 이 작품의 성악곡들을 후반부까지 부분 부분 완성해 놓았기 때문에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훌륭한 완성본을 만들어 놓아 오늘날까지 계속 연주되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유쾌한 클래식’의 진행자로서 요즘 단지 클래식의 전파뿐만이 아니라 애청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애도의 시간에는 레퀴엠 같은 곡으로 슬픔을 달래주고 절기에 맞는 음악과 함께 지금과 같은 팬데믹 시기에는 음악이 주는 위안으로 슬픔을 씻어냈으면 한다. 청취자에게 희망과 용기, 위로를 주는 것이 필자의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오늘은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눈물의 날)’를 소개한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5월 16일, 장일범 발렌티노(CPBC 평화방송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음악평론가,서울사이버대학교성악과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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