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브루크너 교황곡 5번 환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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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5-25 | 조회수3,284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2) 브루크너 교황곡 5번 ‘환상’ 대성당 오르가니스트가 만든 ‘신앙 교향곡’
최근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녹음을 착착 진행 중이다.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브루크너 등 독일어권 낭만주의와 후기 낭만주의자의 해석에 매우 빼어난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지휘로 녹음 작업을 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해서 브루크너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2024년까지 브루크너의 교향곡 전곡을 틸레만의 지휘로 유럽 수도의 대성당을 돌며 모두 연주해낼 예정이다. 대성당을 돌며 연주하는 이유는 안톤 브루크너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봉직 오르가니스트였고 자신의 교향곡 속에 성당의 오르간 소리를 구현해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펜데믹을 맞아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없었던 빈필은 작년 11월에 브루크너 교향곡 3번을 녹음했고 올해 들어 음반을 출시했다. 음반에는 교향곡 1번, 8번뿐만 아니라 1번을 쓰기 전에 썼던 두 곡의 미완성작 -1번과 0번까지 수록돼 있다. -1번은 작품 번호 00이라고도 불리는데 브루크너가 습작용으로 작곡했기 때문에 일련번호를 붙이지 않았고, 0번은 말년에 이 작품에 뒤늦게 애정을 느낀 브루크너가 파기할 수 없다고 느껴 0번이라는 음악사에 없는 독특한 번호를 붙이게 된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브루크너는 정말 남들의 시선과는 관계없이 자신만의 삶을 살았던 작곡가였다. 지휘자 한스 폰 뷜로우는 브루크너를 “반은 천재요, 반은 바보”라고 할 정도였다.
린츠 근교 안스펠덴에서 1824년에 11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브루크너는 아버지가 음악 선생님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오르간을 배웠다. 그런데 그는 오르간을 정말 사랑해서 하루에 12시간을 연습할 정도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13세의 브루크너는 상트 플로리안의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원으로 보내져 소년합창단원으로 활약하게 된다. 바이올린과 오르간을 계속 배우던 브루크너는 미사에서 이 바로크 오르간을 연주하곤 했다.
성인이 되어 다른 도시에서 보조교사 생활을 하던 브루크너는 1845년 상트 플로리안으로 돌아와 교사이자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게 되고 드디어 1848년 상트 플로리안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하게 된다. 그런데 브루크너는 명성을 좇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그는 40대에도 공부를 계속했고 널리 국제적으로 알려진 것은 60대에 들어서였다. 1868년 브루크너는 주저하면서 빈 음악원 교수직을 수락하고 이 기간에 교향곡 작곡에 몰두하지만 반응은 매우 좋지 않았다. 브루크너는 4번 교향곡 ‘로맨틱’이 성공한 후 1876년 교향곡 5번 ‘환상’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바흐적인 대위법이 뛰어난 작품으로 작품 전체를 통틀어 종교적이고 교회적이며 낭만적이어서 ‘신앙 교향곡’ 또는 ‘환상 교향곡’으로 통한다.
1악장은 고딕성당 내부를 연상케 하듯 어둡게 흐르다가 현과 관악이 신앙의 코랄을 노래한다. 웅장한 교회 음악과 종교적인 환상 체험, 브루크너가 가장 좋아했던 바그너풍의 관악기들의 웅장한 느낌이 듣는 사람을 숭고하게 만들어주는 곡이다. 2악장은 종교적 정화가 느껴진다. 3악장의 탄력적인 스케르초 이후 드디어 마지막 목표 지점인 4악장이 시작된다. 브루크너는 4악장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며 1악장에서 등장했던 테마가 다시 등장하며 바흐와 베토벤에서 느낄 수 있는 대위법이 펼쳐지며 장대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브루크너는 1892년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어린 시절 자신이 오르간을 연주하던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원 오르간 밑에 묻히게 된다. 이 오르간은 ‘브루크너 오르간’이라고 불리게 된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브루크너 교향곡 5번 ‘환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xM4i7vaqQw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5월 23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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