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가의 참맛: 가톨릭성가 169번 - 사랑의 성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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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7-12 | 조회수3,006 | 추천수0 | |
[성가의 참맛] 가톨릭성가 169번 - 사랑의 성사
독일 라이프치히에는 종교개혁으로 가톨릭 성당에서 루터파 교회로 바뀐 성 토마스 교회(Thomaskirche)가 있다. 다양한 음악가들은 이 교회를 거치며 라이프치히를 음악의 도시로 바꾸어 놓았다. 펠릭스 멘델스존은 이 교회에서 프란츠 슈베르트의 음악을 재발굴하여 세상에 알렸고, 로베르트 슈만과 함께 라이프치히 콘서바토리를 창립하였다. 또한 리카르트 바그너가 세례를 받았고,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음악감독으로서 매주 새로운 작품들을 그날 예배에 맞추어 만드는 등 음악 문화를 꽃피웠다. 1734년, 파울 플레밍(Paul Fleming)의 글로 만들어진 바흐의 교회칸타타 「나의 모든 과업들에서」(In allen meinen Taten) 또한 이렇게 탄생하였는데, 이 작품에는 바흐가 좋아해 기존 자신의 작품들에서 여러 번 인용했던 어떤 가락이 사용되었다. 바로 오늘의 성가 「인스부르크, 그대를 떠나야만 하오」(Innsbruck, ich muss dich lassen)이다.
「인스부르크」는 15-16세기 르네상스시대의 네덜란드 작곡가 하인리히 이자악(Heinrich Isaac)이 1485년에 썼다고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자악은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인스부르크에서 궁정 작곡가로 일했는데,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으로 떠나면서 이 곡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수 세기 동안 다양한 형태의 가사와 변주가 더해져 사랑받아 왔는데요, 이자악 본인도 이 곡이 마음에 들어 여러 버전으로 남겼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톨릭 성가 169번 「사랑의 성사」가 바로 이 중 하나지요. 이 성가의 원전은 1647년에 출판된 라틴어 가사 「오 방랑자의 음식이여」(O esca viatorum)와의 조합인데요, 이 조합은 특히 독일어권에서 널리 불렸다고 합니다.
O esca viatorum, 오 방랑자의 음식이여 o panis angelorum, 오 천사의 빵 o manna coelitum, 오 하늘나라의 만나 esurientes ciba, 배고픈 자들을 채우시고 dulcedine non priva 당신을 즐기길 희망하는 이들의 마음을 cor te quaerentium 굶주리게 하지 마옵소서
어떤 이름 모를 예수회 사제의 기도인 「오 방랑자의 음식이여」는 선교지에서 느꼈을 법한 고독과 소외감, 배척과 탄압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이 바로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성체성사의 은총과 축복이었다는 내용입니다. 사랑과 구원의 성체와 성혈이 우리 안에서 믿음과 기도를 통하여 하나 되며, 이를 받아모신 우리는 마침내 하늘나라에서 주님의 얼굴을 보게 되리라는 희망과 의지의 고백이지요.
7월 5일 축일을 맞으며 지난 주일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 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조선 교우들의 희망을 안고 예수님께서 만드신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조선인 사제가 된다는 소명을 받아들인 김대건 안드레아. 중국과 마카오, 필리핀과 조선에서 느꼈을 소외와 고독, 탄압과 배척에도 의연히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과의 일치 그리고 그분께서 주시는 위로를 고국의 교우들과 나누리라는 희망이 아니었을까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우리도 성체를 모실 적마다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순교자들처럼 자신보다는 서로와 공동체를 생각하며 함께 걸어가는, 바로 그런 모습을요.
[2021년 7월 11일 연중 제15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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