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울주보 음악칼럼: 베르겐의 아름다운 자연이 음악에 깃들다 - 그리그 & 시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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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7-12 | 조회수2,720 | 추천수0 | |
[온라인 서울주보 음악칼럼] 베르겐의 아름다운 자연이 음악에 깃들다 그리그 & 시셀
기억이 나시는지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예전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풍경 사진으로 제작된 달력이 많았습니다.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동경이었을까요? 이국적인 풍경의 달력이 인기였지요. 그중 7, 8월 한창 더울 때, 해변 풍경도 좋았지만, 하늘을 향해 빽빽이 올라간 짙푸른 침엽수림이나 까마득한 해안절벽 아래 깊고 푸른 바다 정경은 바람 없이 눈으로 보기만 해도 이마의 땀을 식혀줄 서늘한 풍경이었습니다. 빙하가 만들어낸 노르웨이의 피오르(fjord) 사진들입니다.
여름에 더욱 가고 싶은 나라 노르웨이에는 딱 한 사람의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가 있습니다. 바로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Hagerup Grieg, 1843~1907).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노르웨이가 배출한 사람입니다. 그리그 이전 노르웨이에는 민속 음악 외에 예술 음악이라고 할 만한 음악이 없었습니다. 그는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우다가 15세에 독일로 음악 공부를 하러 갑니다. 독일 유학 후 고국으로 돌아와 지휘자, 작곡가, 음악원 원장 등 여러 방면으로 활동했는데, 그가 피아노협주곡을 작곡하고,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희곡 <페르 귄트 Peer Gynt>의 극음악을 쓰고, 노르웨이 정서가 가득한 피아노 소품집 여러 권을 쓰고 나서야 비로소 노르웨이는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작곡가와 음악을 갖게 된 것입니다. 오랜 기간 덴마크의 속국, 스웨덴의 연방 체제하에 있던 노르웨이 국민들에게 그리그는 노르웨이의 정서와 민족정신을 담은 음악으로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었던 민족주의 음악가(국민악파)였습니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그의 고향 베르겐(Bergen)에는 그의 생가가 잘 보전되어 노르웨이를 찾는 관광객들을 부르고, 해마다 국제 음악제가 열립니다.
그런데 한 세기 좀 지나 베르겐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또 한 명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클래식 성악을 공부한 소프라노지만 오페라나 가곡보다는 성가곡, 크리스마스 캐럴 등 대중적인 음악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 성악가의 이름은 시셀 쉬르세뵈(Sissel Kyrkjebø, 1969~ ). 그냥 시셀(Sissel)로 불립니다. ‘시셀’ 은 음악의 수호성인 ‘성녀 세실리아’의 노르웨이식 이름입니다. 시셀은 지금도 한창 활약하는 크로스오버 소프라노로서, 음색이 얼마나 청아하고 깨끗한지, 듣고 있으면 우리 마음이 정화되는 듯합니다. 그녀는 1994년 노르웨이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 무대에 섰던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가수입니다.
여름날, 서늘한 빙하의 나라 노르웨이가 배출한 두 음악가의 음악을 들으면서 더위로 지친 우리의 영혼을 쉬어가게 하고 싶습니다. 시셀이 부르는 그리그의 <페르 귄트> 가운데 ‘솔베이그의 노래’와 스칸디나비아의 성가곡 <구세주여, 거룩한 날개를 부드럽게 펴주세요.(Bred dina vida vingar)>는 우리를 주님이 펼쳐주신 날개 아래에서 평화로이 휴식하게 하고, 앞으로 다가올 힘든 시간을 견뎌낼 새로운 힘을 줄 것입니다.
[2021년 7월 11일 연중 제15주일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심의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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