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의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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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7-13 | 조회수3,078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9)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의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슬픔에 잠긴 이들에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지난 7월 3일 토요일 제주 포도뮤지엄에서는 독일의 판화, 조각가인 케테 콜비츠의 작품 전시에 맞춰 필자가 해설한 클래식 음악회가 열렸다.
케테 콜비츠(1867~1945)는 불행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전쟁 피해자들의 아픔을 에칭, 동판화, 목판화 그리고 조각으로 남긴 여성 작가다. 이번에 공연을 준비하면서 케테 콜비츠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그의 작품 세계는 본인의 구슬픈 인생 이야기 속에서 탄생했다. 노동자들이 보여주는 단순하고 솔직하며 뚝심 있는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작업을 해나갔던 콜비츠.
하지만 그에게는 가장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죽음’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들 페터가 전사하고, 2차 세계대전 때는 아들의 이름을 딴 손자가 전사했다. 남편도 먼저 세상을 떠나고 본인은 종전 16일 전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콜비츠는 아들 페터가 죽었을 때 과연 전쟁에서 고귀한 희생이란 것이 있나 하는 회의에 빠지게 되고 아들 페터를 기념하는 ‘비통한 부모’를 1932년에 완성하게 된다.
그런데 참 놀라운 건 작년 2020년 1월에 미치도록 독일 여행을 하고 싶어 강의도 뿌리치고 베를린에서 밤베르크, 뮌헨까지 오페라 극장과 콘서트를 쭉 돌고 왔다. 그때 베를린의 구 동베를린 지역 운터 덴 린덴에 있는 베를린 국립 오페라(Staatsoper Berlin)에서 정말 팬데믹을 예상한 것 같은 현대 오페라를 보게 되었다. 지구 상에 끝도 없이 눈이 내려 인간들이 지하 세계에 머물고 있었고 지상으로 올라갈 수 없으며 올라간 사람들은 천천히 끝도 없이 걷게 된다는 설정의 두려움을 주는 비극이었다. 당시에는 설국열차 같기도 하다고 느꼈는데 독일에 다녀오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을 서울에서 맞닥뜨리게 되니 이 사태를 미리 예견한 듯한 작품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매우 놀랐다.
그날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길을 건너 한 옛 건물(Neue Wache)에 끌리듯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단 하나의 조각상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의 조각상. 바로 피에타상이었다. 그 피에타상 위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니 겨울 하늘이 보인다. 조각상 위만 뚫어놓은 것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세상의 모든 고통을 이 피에타상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포도뮤지엄에서 전시를 모두 본 후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있는데 바로 베를린에서 봤던 그 피에타상이 케테 콜비츠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곳은 전쟁과 독재의 희생자를 위한 추모관이었다, 내가 바로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베를린에 갔었구나 하는 강렬한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우리는 피에타상하면 성 베드로(San Pietro) 대성전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고 있는 슬픈 표정의 성모 마리아를 떠올리게 된다. 정말 실제 모습 같은 조각에 슬픔과 동시에 감탄하게 된다.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는 미켈란젤로의 작품과는 상당히 다르다. 투박하고 서민적이며 매우 따뜻하다. 또 다른 깊은 감동을 준다. 피에타의 뜻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이다. 바로크 중기 이탈리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작곡가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는 바로 이 ‘Pieta Signore(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를 아름다운 곡으로 남기고 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애절한 음성으로 들어보자.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의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VRY9MXXOJc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7월 11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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