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울주보 음악칼럼: 안데스의 음악 언어로 드리는 미사곡 - 미사 크리오야(Misa Crioll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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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8-09 | 조회수2,485 | 추천수0 | |
[온라인 서울주보 음악칼럼] 안데스의 음악 언어로 드리는 미사곡 미사 크리오야 Misa Criolla
2014년 12월 12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입석한 가운데 아주 독특한 미사곡이 연주되었습니다. 민속 의상 차림으로 낯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마치 주술인처럼 신들린 모습으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여성 또한 경건하다기보다는 호소력 짙고 감정적인 목소리로 힘차게 노래합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흥미로우면서도 묘하게 감동적인 음악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나라 아르헨티나의 작곡가 아리엘 라미레스 (Ariel Ramírez, 1921~ 2010)의 작품, <미사 크리오야 Misa Criolla>입니다.
<미사 크리오야>의 작곡가 아리엘 라미레스는 스페인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해온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탱고 음악에 빠졌었고 1950년대 초반에는 유럽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민속 음악가들을 만난 후, 민속 음악 쪽으로 진로를 정했죠.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방문했던 그는 나치 치하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포로들에게 정기적으로 음식을 가져다주었던 두 자매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영적인 작품’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결실이 바로이 <미사 크리오야>입니다. 마침 그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를 통해 전 세계 교회가 라틴어 대신 각국의 언어로 미사를 봉헌하게 된 시점이었습니다. 때맞춰 라미레스는 1964년에 스페인어로 된 이 미사곡을 완성하고 이듬해에 레코드로 발표합니다. 가톨릭교회가 미사에서 자국어 사용을 허락한 직후 발표된 최초의 비(非)라틴어 미사곡이 된 것입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이 곡에 대해 “스페인어 텍스트에 토착 악기와 리듬을 결합한 놀라운 예술적 업적”이라는 기사를 썼고, 전 세계적으로 수백 만 장에 달하는 앨범이 판매됐습니다. 이 곡은 남성 또는 여성 솔리스트에 코러스가 노래를 하고 차랑고, 께나, 봄보 등 안데스 민속 악기들이 피아노와 함께 연주됩니다.
<미사 크리오야 Misa Criolla>란 제목은 ‘토착적인 미사’, ‘원주민의 미사’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 곡은 다른 미사곡처럼 키리에(Kyrie, 자비송) - 글로리아(Gloria, 대영광송) - 크레도(Credo, 신경) - 상투스(Sanctus, 거룩하시도다) - 아뉴스 데이(Agnus Dei, 하느님의 어린 양)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대영광송(Gloria, 글로리아)’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가사는 라틴어가 아니라 스페인어입니다. <미사 크리오야>는 파바로티, 도밍고와 더불어 세계 3대 테너라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의 녹음이 많이 알려져 있고, 아르헨티나 음악의 대모로 불리는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삼바 키필도르(Zamba Quipildor) 등 라틴 아메리카 유명 뮤지션들의 연주도 유명합니다.
같은 곡을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노래로도 들어봅니다.
케이팝(K-Pop)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범 내려온다> 같은 판소리의 한 대목이 현대의 옷을 입고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요즘, 우리 음악 스타일로 멋지게 작곡된 미사곡이 바티칸은 물론이고 전 세계 공연장과 성당에서 연주되기를 기대해봅니다.
[2021년 8월 8일 연중 제19주일 서울주보 8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심의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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