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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쾌한 클래식: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미카엘라의 나는 두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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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8-23 조회수2,239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14)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미카엘라의 ‘나는 두렵지 않아’


주님께 의탁해 순수한 사랑을 지켜내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등장하는 미카엘라에 대한 첫인상은 순수하고 수줍음 많은 시골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가씨다. 그녀는 남자군인들이 득시글거리는 세비야의 광장에 파란 원피스를 입고 약혼자인 돈 호세 하사를 면회 온다. 군인들은 저마다 이 예쁜 시골 처녀에게 “돈 호세는 교대하러 올 다음 분대 소속이니까 우리랑 조금 놀자”며 농을 던진다. 미카엘라는 부끄러워하며 “다시 오겠다”고 말하며 빠져나간다.

 

여기에 정반대 성격의 인물이 나타난다. 군인들이 전매사업으로 지키고 있는 담배공장의 휴식시간이 되면 담배를 말던 여공들이 모두 쉬러 나오는데, 세비야의 남정네들은 언제나 이 시간이 되면 요즘으로 따지면 걸그룹을 기다리는 팬들과 같이 모여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맨 마지막에 나타난다고, 세비야 제일의 미모를 자랑하는 화려한 외모의 집시 여인 카르멘이 나타나자 남자들은 “카르멘이다!”라고 탄성을 지르면서 모여든다.

 

카르멘은 그 유명한 아바네라 “사랑은 들새와 같아. 가까이 다가와서 잡으려 하면 도망가고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 다가오죠”라는 연애 박사다운 유혹의 아리아를 부른다. 이 팜므 파탈(Femme Fatal, 치명적인 여인)의 아리아는 그녀 주변에 모여 있는 남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데 카르멘이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는 그녀가 부르고 있는 아바네라의 가사처럼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는 신참 하사 돈 호세뿐이다. 카르멘은 그에게 다가가 아바네라를 부르면서 붉은 장미꽃을 던져 추파를 보내고 이에 돈 호세도 마음이 흔들리며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돈 호세가 카르멘에게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 자신에게는 미래를 약속한 약혼녀 미카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담배공장 쉬는 시간이 끝난 후 카르멘이 들어가 버리고 이번에는 다시 미카엘라가 돈 호세를 찾아온다. 미카엘라는 “둘이 어서 결혼하기를 바란다”는 호세 어머니의 편지를 전하면서 “어머니가 당신에게 키스를 전해달라고 하셨어요”라며 그의 이마에 키스하고 수줍어하며 돌아간다.

 

이렇게 순진하고 어진 미카엘라가 고향으로 돌아간 후 화려하고 감정적이며 퇴폐적인 카르멘에게 빠져들게 된 돈 호세는 카르멘이 담배공장에서 저지른 폭력사건 때문에 감옥으로 갈 때 호송을 맡게 된다. 그녀가 ‘나를 몰래 풀어주면 당신과 데이트를 해 주겠다’고 유혹하자 포승줄을 풀어줬다가 군대 영창에 다녀오게 되고 결국 카르멘의 유혹에 군대에서 탈영, 밀수업자가 되고 만다.

 

자신의 약혼자인 돈 호세가 카르멘과 애인이 되어 범죄 무리에 가입하고 산속에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미카엘라는 혈혈단신으로 시에라 네바다 산으로 찾아가 카르멘에게서 내 남자를 찾아오겠다는 대단한 결심을 하게 된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바로 ‘나는 두렵지 않아’(Je dis que rien ne m‘epouvante)다.

 

“난 무서울 게 없다고 나 자신에게 타일러야 해. 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고 다짐해야 해. 하지만 대담하게 행동하려고 애써도, 마음속으로는 무서워서 죽을 것 같네. 이 황량한 곳에 홀로 있으니. 나 혼자 있으니 무서워, 그러나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 주여, 제게 용기를 주소서 저를 보호해 주소서. 저주받은 간계로 그이를 유혹한 그 여인을 난 직접 보아야 해. 카르멘은 위험한 사람이지 또 아름답고. 하지만 난 두렵지 않아. 난 그녀 앞에서 거리낌 없이 말해야지. 저를 보호해주소서. 오 주여! 주여, 은총을 베푸소서. 아!”

 

이렇게 밀수업자들의 범죄조직 소굴로 목숨을 걸고 들어가면서 ‘내게는 주님이 함께하신다. 나는 주님 안에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라고 다짐하는 미카엘라는 결국 모든 것을 이겨내고 돈 호세를 고향 마을로 데리고 돌아간다. 약한 여인이 아니라 가장 강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연약하고 수줍던 미카엘라가 이런 강한 여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님께 의탁할 때 어떤 힘이나 악에도 맞설 수 있다’는 그녀의 깊은 신앙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오페라 ‘카르멘’ 중 ‘나는 두렵지 않아’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tfp2IlqLyU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8월 22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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