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성가의 참맛: 임 쓰신 가시관(신상옥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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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8-31 조회수3,613 추천수0

[성가의 참맛] 임 쓰신 가시관 - 신상옥 안드레아

 

 

첫 선율이 들리기 시작했다,

“음음, 전생에 가. 마냥 슬퍼었기에~”

텅 빈 교정에서 무료함을 달래려 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던 때였다.

나에겐 장난이고, 자유함이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함이었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걸 이용하신 거였다.

 

1983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부에 입학한 신상옥 안드레아는 조용필이나 송창식처럼 인기 있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음악 재능이 뛰어난 형제였다. 힘겨운 신학교 생활에 방황하던 시절, 학장 신부님께서는 ‘하느님의 가수’가 되라고 하시며 서랍에서 용돈 3만 원을 쥐여 주셨다. 나가서 자유롭게 친구도, 여자도, 부모님도 만나 뵙고 하루 실컷 놀다 오라고 하셨다. 당시 3만 원은 꽤 큰 돈이었다.

 

1984년, 안드레아는 하한주 신부님의 “사제상”이라는 시를 접했는데 처음엔 슬픈 글이 맘에 와닿지 않아 스치듯 지나쳐버렸다. 그러다 3개월의 외출 정지를 당했을 때 시에다 곡을 붙이게 되었는데, 그 곡이 바로 “임 쓰신 가시관”이다. 가톨릭대학 “낙산 중창단”의 음성으로 발표된 이 곡은 큰 호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안드레아는 성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신부님과 학생들의 격려 속에 “임 쓰신 가시관”이 음반으로 나오던 날, 그는 침대에 들어가 커다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날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기쁜 날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김수환 추기경님이 신학교에 오셔서 “여기 요즘 돌아다니는 유명한 곡이 있다던데 나 좀 한번 들려줘 봐.” 하셨다. 이에 신학생들이 모두 일어나서 “임 쓰신 가시관”을 불렀다.

 

임은 전 생애가 마냥 슬펐기에

임 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으리라

이 뒷날 임이 보시고 날 닮았다 하소서

이 뒷날 나를 보시고 임 닮았다 하소서

이 세상 다 할 때까지 당신만 따르리라

 

추기경님께서 눈을 지그시 감고 들으시더니 “참 좋다.”고 하시고는 신학생 400명 모두에게 3박 4일 휴가를 허락하셨다.

 

신학생들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 성가지만, 정작 작곡자는 이 곡의 은총을 잘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임 쓰신 가시관”이 안드레아에게 은총으로 다가온 것은 곡이 세상에 나오고 20년이 더 지난 뒤였다. 안드레아는 “제가 죄인 중의 죄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이 곡이 큰 은총으로 다가왔습니다.”라고 했다. 이후 “임 쓰신 가시관”을 부를 때마다 마치 하느님께서 자신을 안아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지나서야 그 의미를 가슴으로 품으며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던 한 신학생은 외출 정지라는 벌을 받았지만 “임 쓰신 가시관”이라는 선물도 함께 받았다. 이후 그는 부제품을 앞두고 신학교를 나왔고, 지금은 ‘하느님의 가수’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찬양은 오늘날 우리에게 은총의 선물로 전해지고 있다.

 

[2021년 8월 29일 연중 제22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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