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 중 데스데모나의 아베 마리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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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10-18 | 조회수2,257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21)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 중 데스데모나의 ‘아베 마리아’ 죽음을 예감한 데스데모나의 애절한 기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오셀로’(Othello)의 주인공 오셀로는 모로코계 아랍인 또는 흑인으로 등장한다. 그는 아프리카 북부 혈통의 노예 출신으로, 베네치아 군대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장군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오셀로 장군과 자신의 아버지가 나누는 ‘노예로 이탈리아에 붙잡혀와서 장군이 된’ 이 인물의 이야기를 집안에서 숨어서 몰래 듣고 있던 베네치아 귀족의 딸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를 존경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많은 총각에게 인기를 끌던 데스데모나가 오셀로 장군과 결혼하고 당시 베네치아의 영토이던 사이프러스 섬의 총독으로 가게 되자 데스데모나를 짝사랑하던 베네치아의 신사 로데리고는 사이프러스까지 쫓아오게 된다. 오셀로는 해상강국인 베네치아 함대를 이끌고 적국인 터키 해군을 섬멸하게 된다.
하지만 이 승리의 기쁜 날에 문제가 생긴다. 기수 이아고가 자신이 승진할 줄 알았는데 카시오가 부관으로 승진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카시오에게 술을 잔뜩 먹여 싸움이 일어나게 만든다. 소란이 일어나자 해상전투에서 돌아와 데스데모나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던 오셀로는 분노한다. 이아고는 때를 놓치지 않고 카시오의 잘못인 것처럼 간언하고 오셀로는 카시오를 강등시킨다.
다음 날 이아고는 카시오를 부추겨 데스데모나 부인에게 잘 이야기하면 일이 잘될 것이라고 한다. 카시오가 장군님께 잘 말씀해달라며 데스데모나와 대화하는 장면을 이아고는 둘이 몰래 만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오셀로는 점점 둘 사이를 의심하게 된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마치 카시오의 방에서 찾았던 것처럼 간계를 펼치고 카시오가 데스데모나를 사랑한다고 잠꼬대를 했다고까지 거짓 스토리를 지어낸다.
여기서 셰익스피어의 플롯에서 나타나는 인종차별과 선입견이 구체적으로 시작된다. 이탈리아 백인인 이아고의 계략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오셀로는 북아프리카인이기 때문에 지혜롭지 않고 이성적이지 못하며 다혈질이어서 불같이 화를 내며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오셀로는 자신을 본국 베네치아로 돌아가게 하고 카시오를 총독으로 새로 임명하는 베네치아 사절단 앞에서 데스데모나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다.
오셀로의 의심에 데스데모나는 마음의 큰 상처를 입는다. 데스데모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이아고의 부인이자 시녀인 에밀리아가 머리를 빗겨주자, 엄마의 시녀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후 죽기 전에 쓸쓸하게 읊던 영국민요풍의 ‘버들의 노래’(Willow song)를 회상하면서 들려준다. 그 시녀의 마음이 바로 데스데모나의 마음이었다. 버들의 노래는 ‘장례용 버드나무는 언젠가는 내 상여의 꽃장식’이라는 섬뜩하면서 구슬픈 가사로 끝난다. 곧 오셀로에 의해서 억울한 죽임을 당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느낀 데스데모나는 서럽고 크게 “에밀리아 안녕, 잘 있어요!”를 외친다. 데스데모나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취침기도를 올리면서 성모 마리아를 찾는 가톨릭 전례문에 아일랜드 민요풍의 멜로디를 입힌 아름다운 ‘아베 마리아’를 부른다.
주세페 베르디는 1887년 보이토의 대본으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이탈리아어로 초연했고 그래서 제목은 ‘오텔로’(Otello)가 되었다. 1871년에 ‘아이다’를 쓴 뒤에 사실상 은퇴했던 베르디를 16년 만에 다시 오페라 극장으로 돌아오게 한 작품이 되었고 ‘질투’는 눈을 멀게 한다’는 금언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가슴 아픈 걸작이 되었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 중 데스데모나의 ‘아베 마리아’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Q6sXAY-Qx8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0월 19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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