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울주보 음악칼럼: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사랑의 마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위령의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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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11-13 | 조회수1,904 | 추천수0 | |
[온라인 서울주보 음악칼럼]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사랑의 마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위령의 날 (Allerseelen)>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시인 헤르만 폰 길름(Hermann von Gilm)은 그의 시 ‘위령의 날(Allerseelen)’에서 ‘… 모든 무덤에 오늘은 꽃이 피고 향기롭네, 일 년 중 하루는 죽은 영혼이 자유로우리니….’하고 노래합니다. 해마다 11월 위령 성월, 특히 11월 2일 위령의 날에는 길름의 이 시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 독일)가 곡을 붙인 독일 가곡 ‘위령의 날’을 찾아 듣게 됩니다. 종교적 의미보다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와 함께했던 사랑스러운 시간을 추억하는 내용인데, 잔잔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념에 젖게 합니다.
예전 음악 해설서를 보면 ‘위령의 날’에 해당하는 독일어 ‘Allerseelen’의 우리말 번역이 독일어만큼이나 낯선 단어, ‘추사이망첨례(追思已亡瞻禮)’ 또는 ‘만령절(萬靈節)’로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다가 나중에 이것이 바로 ‘위령의 날’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고는 퀴즈를 푼 것처럼 속 시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휘자로도 명성이 높았던 슈트라우스는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자신의 음악을 녹음해서 음반으로 남길 수 있었던 20세기의 작곡가입니다. 현대음악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은 ‘난해하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낭만적이라고 할 만큼 선율미 넘치는 작품이 많습니다. 그래서 후기 낭만파의 마지막 주자로 일컬어지죠. 그는 당대 작곡가로서는 독특하게 오페라를 많이 작곡했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장대한 교향시, 관현악곡을 여러 편 작곡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바로 150여 곡에 달하는 ‘가곡’입니다. 피아노나 관현악 반주로 불리는 그의 가곡은 선율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특히 <내일(Morgen)>이라는 가곡은 아름다운 선율 때문에 바이올린이나 첼로로 편곡되어 자주 연주되지요. ‘독일 가곡(Lied)’이라면 슈베르트, 슈만만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후대에 이런 작곡가가 독일 가곡의 한 축을 든든히 받치고 있었음을 알고 나면 클래식 애호가로서 흡족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슈트라우스의 1885년 작품 <8개의 가곡집> 작품 번호 10번(op.10)에 수록된 ’위령의 날‘을 들으면서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이 기도는 비단 죽은 이들만을 위한 기도는 아닐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올 죽음을 생각하며,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짐하는, 우리 자신의 구원을 위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다 가고 싶습니다. 낙엽이 지고, 바람이 싸늘해지며 마음이 쓸쓸해지기 쉬운 가을, 우리 안에 고이 접혀 있는 겸손을 꺼내 따뜻한 외투로 걸쳐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리톤의 노래에 이어 같은 곡을 소프라노의 음성으로도 감상해봅니다.
[2021년 11월 14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서울주보 4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심의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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