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비제의 아를의 여인에 담긴 세 임금의 행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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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12-06 | 조회수1,578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27) 비제의 ‘아를의 여인’에 담긴 ‘세 임금의 행진’ 비제 사후 만들어진 동방박사 행진곡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는 19세에 전도유망한 작곡가에게 프랑스 정부가 주는 장학금인 로마 대상을 받고 3년 동안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할 수 있었다. 음악의 고향이자 오페라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에 가서 마음껏 음악을 공부하고 오라는 프랑스 정부의 젊은 작곡가에 대한 배려였다. 비제는 파리와는 또 다른 고대 로마제국의 압도적인 유산이 남아있는 고풍스러운 로마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와 체임버 음악에 푹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깊은 영향은 그를 평생 오페라 작곡가로 남게 했다.
비제는 1872년 보드빌 극장 지배인이던 카르발류의 제안으로 ‘별’ ‘마지막 수업‘의 작가 알퐁스 도데의 연극 ‘아를의 여인’ 부수음악으로 27곡을 작곡해서 상연하게 된다. 당시에는 연극에서도 오케스트라가 생음악을 연주했다. 오늘날의 브로드웨이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기대되었던 이 연극은 21회만 상연하고 막을 내리는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자신의 관현악곡에 자신 있던 비제는 원곡 27곡 중 소규모 극장 오케스트라용이었던 곡을 편집해 대규모 관현악곡으로 고쳤다. 4곡으로 이뤄진 모음곡으로 편곡한 곡을 그해 11월에 발표했고 호평을 받았다. 이것이 제1모음곡이다. 그런데 비제는 1875년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오페라 ‘카르멘’ 초연이 실패하자, 그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카르멘’에 레치타티보 대사를 붙였던 파리 음악원 작곡가 교수 에르네스트 기로는 비제의 곡을 새롭게 편곡해서 4곡을 제2모음곡으로 만들었다. 특히 제2모음곡 중 2곡 인테르메조는 비제의 원곡을 그대로 살려 엄숙하고 진지하다. 중간부에서부터 오케스트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색소폰이 차분하면서 간구하며 기도하는 심정을 들려주는 듯한 곡이다. 이 곡은 후에 비제의 멜로디에 기로가 라틴어 대영광송 텍스트를 입혀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에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로 이어지는 독립 성가로 불리게 된다.
‘아를의 여인’ 모음곡 속에 담긴 성경 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3곡 미뉴에트에 이어지는 4곡은 파랑돌인데 파랑돌은 프로방스 지방 농민 춤곡이며 손으로 피리를 불고 발로 북을 치면서 다니는 거리 음악가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파랑돌에 앞서 매우 익숙하고 용맹스러우며 결단력 있는 테마가 등장하는데 바로 프로방스 지방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많이 부르는 민요인 ‘세 임금의 행진’(We three kings)이다. 여기서 3명의 임금은 바로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로 갖고 찾아와 경배한 동방박사 세 사람 발타사르, 가스파르, 멜키오르다. 음악은 아를 시내의 마을 축제에서 음악이 연주되고, 연극 또는 인형극으로 성극인 동방박사 세 사람의 이야기가 광장 장터에서 공연 중인데, 여기에 파랑돌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가 나타나는 모습을 ‘세 임금의 행진’ 선율로 시작해 카논 스타일로 발전하다가 파랑돌의 선율로 이어지면서 두 악상이 번갈아 등장하고, 드디어 한데 어울려 이 마을 축제의 열광적인 클라이맥스를 만들면서 끝난다. 그런데 ‘세 임금의 행진’은 ‘아를의 여인’ 제1모음곡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수밖에 없는 테마다. 첫 곡인 전주곡의 포문을 여는 것이 바로 이 곡이기 때문이다. 비제 사후에 ‘아를의 여인’ 제2모음곡을 만든 기로는 4곡에서 ‘세 임금의 행진’ 테마를 넣어 축제 분위기를 더욱 부각하며 화려하게 곡을 끝맺었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비제의 아를의 여인 제2모음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2월 5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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