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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음악 이야기: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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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26 조회수1,674 추천수0

교회음악 이야기 (5)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어느덧 곳곳에 캐롤이 들리고 아름다운 성탄 장식들이 눈에 띄는 시기가 돌아왔다. 교회력으로는 이미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대림초 네 개에 불을 다 밝히고 성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한 해가 저물었음을 실감한다.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이 계절은 주일학교 교리시간에 대림환을 만들던 꼬꼬마 시절로 기억을 이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도 역시 어린 청년들이었던 교리교사들은 하얗고 동그란 도넛 모양의 스티로폼을 만들어와 대림환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함께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마다 공들여 만든 대림환을 조심스레 집으로 가져와 추운 겨울밤, 온 가족이 대림환 앞에 옹기종기 모여 함께 기도하던 그때가 몹시도 그리운 요즘이다.

 

대림환의 초를 밝히며 성탄을 기다리는 것처럼 바흐(J.S. Bach, 1675-1750)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Christmas Oratorio, Weihnachts-Oratorium, BWV248)는 성탄절부터 주님공현대축일까지의 기간을 보내도록 총 6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734-35년에 작곡된 이 작품은 루카복음 2장 1-21절, 마태복음 2장 1-12절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당시에는 각 시기에 맞게 여섯 번에 나누어 연주하였지만 현대에는 연주회 프로그램으로 3부씩 두 번에 나누어 공연하거나 혹은 전곡 연주회를 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총64곡으로 구성되고 전곡 연주에는 두 시간 반 이상이 소요되므로 이 시기부터 서서히 성탄을 기다리며 듣기에 충분하다.

 

곡의 구성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제1부는 12월 25일에 연주되었고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 관한 내용을 담은 9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쾌하고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1부의 곡들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중 가장 대중적인 곡들이 담겨 있어, 전곡 감상이 어렵다면 1부의 곡들만이라도 들어보길 추천한다. 제2부는 12월 26일, 3부는 12월 27일에 연주되고 전반부를 이루는 1-3부의 곡들은 예수님의 탄생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4부는 새해 첫날인 1월 1일, 5부는 새해의 첫 주일, 마지막 제6부는 주님 공현 대축일에 연주되며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이 계신 곳을 찾아 경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흐는 64곡에 이르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서 ‘패로디(parody) 기법’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음악에서 패로디 기법이란 특정 선율, 작품을 차용하여 그대로 사용하거나 변화시켜 사용하는 방식을 일컫는데, 이 작품에서 바흐는 자신이 작곡했던 다수의 칸타타, 오라토리오 등을 자유롭게 차용하고 있다. 특히 코랄 5번과 64번의 멜로디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가톨릭 성가》 116번 ‘주 예수 바라보라’의 선율인데, 이 곡은 본래 레오 하슬러(Hans-Leo Hassler, 1564-1612)의 리트(Lied)에서 유래한 것이다. 바흐가 <마태수난곡>에서도 사용했던 이 선율을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서 차용한 것은 단순한 패로디가 아니라, 예수님의 탄생에는 이미 그 죽음이 예견되어 있고 수난의 고통은 또한 탄생, 부활의 기쁨과 맞닿아 있음을 내포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토록 뜻깊고 아름다운 시기에 한없이 나약하고 흔들리는 모습이지만, 우리 모두가 아기 예수님이 머무실 수 있는 작은 구유가 될 수 있기를, 이 음악을 들으며 바라고 기도해 본다.

 

[2021년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대전주보 4면, 오주현 헬레나(음악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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