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가의 참맛: 가톨릭 성가 110번 경사롭다(Minuit, chrétie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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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12-27 | 조회수2,071 | 추천수0 | |
[성가의 참맛] 가톨릭 성가 110번 「경사롭다」 Minuit, chrétiens
“Minuit, chrétiens, c’est l’heure solennelle!” “그리스도인들이여, 자정은 장엄한 시간입니다!”
1847년 12월 24일. 이후 174년간 온 세상에서 사랑받게 될 성가가 프랑스 웃시타니 지방 호크모 마을의 성 세례자요한 성당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바로 “O Holy Night”라는 가사로 우리에게 친숙한 가톨릭성가 110번 「경사롭다」입니다. 성 세례자요한 성당은 공동사목성당(collegiate church)으로 모리스 쥘르 신부가 재임 중인 본당이었습니다. 1843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대대적으로 보수했는데, 쥘르 신부는 완공을 기념하면서 공화당원이며 사회주의자였던 플라시드 카포우에게 성탄에 관한 성가 가사를 하나 써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호크모 마을은 카포우가 태어난 동네이기도 했구요.
성가의 작곡은 파리의 음악가 아돌프-샤를 아담이 하였습니다. 아담은 콩세바투아 드 뮤지크의 피아노과 교수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음악에 있어선 불량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그것도 남모르게 음악에 매진하여 음대에 진학하지요. 그 후 작곡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1825년 로마 대상(Prix de Rome)까지 수상합니다. 그리고 1849년에는 아버지의 교직마저 이어받습니다. 성공적인 작곡가의 삶을 살던 아담은 배우 사라 레스코와 결혼하는데, 그와 가까운 사이였던 오페라 가수 에밀리 로레이가 아담에게 제안을 하나 합니다. 바로 카포우의 성가 가사에 곡을 붙여 함께 시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하여 성가 「경사롭다」가 탄생하였습니다. 이후 파리 시민들은 「경사롭다」를 비롯하여 「지젤」 「롱쥬모의 마부」 같은 명작을 남긴 그를 기억하며 센강 근처에 아돌프-아담 길(rue Adolphe-Adam)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성가는 그동안 우리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설렘으로 가득한 성탄이지만,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날 이 시기를 오늘의 우리는 맘껏 기뻐할 수가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기에 지금의 현실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한 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아돌프 아담이 살았던 19세기 산업혁명 때부터 현재 2021년까지,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누림은 편리함을 앞세우면서 나눔보다는 소유로, 공생보다는 소비로 채운 것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역설하신 대로 인간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이 지구와 그 위 모든 존재들을 황폐하게 하였습니다.
성탄은 어둠 속에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사로이 맞이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큰 위로가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이날을 즐기기에 앞서 ‘무엇을’ ‘왜’ 기뻐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사랑’과 ‘나눔’과 ‘평화’에 대해서도 말이죠. 주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눈다면, 화려한 치장이나 과도한 소비 없이도 빛나고 따스하며 풍족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윽고 건강한 일상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 나누고 맘껏 웃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2021년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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